헨리의 자유 상자
책표지 : Daum 책
헨리의 자유 상자 (원제 : Henry’s Freedom Box)

엘린 레빈 | 그림 카디르 넬슨 | 옮김 김향이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헨리의 자유 상자”의 일러스트를 맡은 카디르 넬슨은 미국 흑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작품을 많이 내놓은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웹사이트에 가 보면 그림책뿐만 아니라 광고나 다른 영역의 작업들에서도 역시 흑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헨리의 자유 상자” 외에도 국내에 소개 된 카디르 넬슨의 그림책은 2007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모세 – 세상을 바꾼 용감한 여성 해리언 터브먼”, “마이클 조던과 운동화 속의 소금”, “사라진 마을” 등이 있습니다.(책 뒷부분에 있는 출판사의 저자 소개에는 ‘엘링턴은 거리가 아니었다’라는 책으로 칼데콧상을 받았다고 나오는데 아마도 “Ellington Was Not a Street” 라는 그림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칼데콧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무책임한 짓을 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헨리의 자유 상자”는 헨리 브라운이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헨리 브라운은 흑인 노예였지만 화물 상자 속에 숨은 채 화물선을 타고 탈출해서 자유를 얻었다고 해요. 상자 속에 숨어서 탈출한 그의 이야기 덕분에 헨리 박스 브라운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출발해볼까요? ^^

헨리의 자유 상자

헨리 브라운은 자기 나이를 모릅니다. 노예들은 생일이 없기 때문이죠. 그의 엄마는 주인이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팔까봐 늘 걱정하며 살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이 보이니?
저 이파리들은 나무에서 떨어지게 될 거야.
어린 노예들이 가족과 헤어지게 되는 것처럼.”

하지만 헨리의 엄마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어요. 가을이 오면 나무잎이 나무에서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 처럼 노예들은 주인에게 복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저 오늘만은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헨리의 자유 상자

결국은 엄마의 체념처럼 헨리에게는 새 주인이 생기게 되고 헨리는 엄마와 슬픈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싫다는 말 한 마디 조차 하지 못한 채 마치 물건 팔려가듯… 어린 헨리는 가족의 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헨리의 자유 상자

가족을 떠나 새 주인 밑에서 지내던 헨리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생깁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아이도 셋 씩이나 낳고 말이죠. 아이들에게 흥겨운 음악을 들려 주는 헨리를 바라보는 아내의 표정이 밝지 못합니다. 헨리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헨리의 아내 역시 아이들이 다른 곳으로 팔려가게 될까봐 걱정하며 하루 하루를 지내기 때문이에요.

헨리의 자유 상자

결국은 헨리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헨리가 엄마를 떠나 올 때는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어요. 헨리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그의 아내와 아이들 모두 팔려가버립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강제로 끌려가는데도 헨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헨리의 자유 상자

아내와 아이들이 떠나간 후 헨리는 깊은 시름에 빠져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무 위에 앉아 자유로이 노래하다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새 한 마리가 헨리의 눈에 들어옵니다.

“어떻게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헨리는 결심합니다. 자유를 찾아 떠나기로……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백인의 도움을 받아 헨리는 화물용 상자 속에 몸을 숨기고 다른 짐들에 섞여 기차와 화물선, 그리고 다시 기차에 옮겨지며 노예 제도가 폐지된 필라델피아로 무사히 탈출하게 됩니다.

마침내 헨리에게도 생일이 생겼어.
1849년 3월 30일,
헨리가 찾은 첫 번째 자유의 날!
그날 이후 헨리의 이름은 헨리 박스 브라운이 되었단다.

자유인이 된 헨리 박스 브라운은 그 이후 언론을 통해 그의 탈출기가 전해지며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노예 해방 운동에 앞장섰다고 합니다.

헨리의 자유 상자

“헨리의 자유 상자”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카디르 넬슨은 1850년에 헨리 박스 브라운을 그린 사무엘 로즈의 석판화를 보고 이 장면을 위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The Resurrection of Henry Box Brown at Philadelphia
사무엘 로즈의 석판화 ‘The Resurrection of Henry Box Brown at Philadelphia'(출처 : Wikipedia)

카디르 넬슨이 그린 마지막 장면과 많이 비슷하죠? 특히 헨리는 생김새나 표정이 아주 많이 닮았네요.

“헨리의 자유 상자”는 앞부분과 뒷부분이 묘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노예 제도의 폐해와 자유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아들과의 이별을 예감하고 노예라는 삶의 굴레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헨리의 엄마와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 오르는 새를 보며 자유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는 헨리의 대조를 통해 자유는 스스로 얻고자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사실 상자 속에 숨어 탈출한 이야기보다 제게 더 깊은 인상을 준 건 엄마와 함께 지내던 어린 시절 임종을 앞둔 주인에 불려간 장면이었습니다. 주인은 헨리에게 좋은 일꾼이라며 칭찬을 합니다. 어쩌면 주인이 자유를 줄지도 모른다며 내심 기대했던 헨리에게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를 내 아들에게 주겠어.
반드시 내 아들에게 복종해야 하고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자유를 기대했던 어린 헨리에게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순간이었을겁니다. 그래도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헨리는 고개를 끄덕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절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마치 주인이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고 한 말에 복종한 것 같지만, 사실은 어린 헨리의 굳은 의지가 담긴 무언의 투쟁의 순간이었던 겁니다.

팔려가는 순간에도 싫다고 거부하기는 커녕 도리어 고맙다고 머리 숙여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하는 노예들의 삶,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고맙다는 인사만은 거부한 헨리의 의지가 훗날 자기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아닐까요?


흑인 노예 및 흑인 인권을 다룬 칼데콧 수상작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