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상자
책표지 : Daum 책
시간 상자 (원제 : Flotsam)

그림 데이비드 위즈너 | 베틀북

※ 2007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2006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데이비드 위즈너 하면 혹시 떠오르는 게 있냐고 물었더니 우리 딸 바로 ‘글 없는 그림책!’ 하고 답을 하며 웃네요. 어린 시절 “구름공항” 부터 시작해 “이상한 화요일, “아기 돼지 세 마리”, “1999년 6월 29일”, “시간 상자” 등 데이비드 위즈너의  많은 작품들을 좋아했거든요. 기발한 상상력을 글 없이 표현한 그의 그림책들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어딘가 다른 세상에 쑥 발을 들여놨다 뺀 느낌이 들곤 했다네요.^^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뜻이겠죠?

시간 상자

소라게를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눈, 당황한 듯한 소라게의 모습. 돋보기 너머로 소라게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소년의 눈입니다.

소라게 관찰이 시들해진 소년은 또다른 무언가를 찾아 나섰어요. 바닷가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찾고, 들여다 보고 귀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소년은 밀려오는 커다란 파도에 그만 넘어집니다.

시간 상자

파도가 밀려가고 난 자리에 낡은 카메라 한 대가 남아있었어요. 겉면에 따개비까지 붙어있는 것을 보니 꽤 오랜 시간 바닷속에 있었던 모양인가 봐요.

카메라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여기 저기 돌아다니던 소년은 카메라 속에서 다 찍힌 필름 한 통을 발견합니다. 궁금해진 아이는 사진관으로 달려가 필름을 인화해 해보았어요. 그리고 기다림 끝에 받아본 사진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시간 상자

시간 상자

헤엄치는 물고기들 사이로 거의 완벽하게 위장한 로봇 물고기, 편안하게 바닷 속 쇼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문어, 외계인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바닷속 탐험 모습, 등에 커다란 섬을 이고 걸어다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가사리.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사진 속 놀라운 세상, 현실의 소년은 사진을 통해 바닷 속 세상과 만나 환상의 세계를 넘나듭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의 세계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어요. 어느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현실과 환상은 그 경계가 무너져 버리니까요. 우리 쪽에서 환상인 저쪽 세상이 저쪽에서는 현실이 되고, 또 저쪽에서는 현실인 세상이 우리쪽에서는 환상의 세상이 되겠죠.^^

시간 상자

하지만 모든 사진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사진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수줍게 웃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잘 들여다 보면 사진 속에는 또 다른 소년이 사진을 들고 있고, 그 사진 속 소년 역시 사진을 들고 있어요. 사진 속 사진, 그리고 또 사진 속 사진, 끝없이 이어지는 사진 속 사진들은 마치 거울을 양 옆에 대고 바라보면 끝 없이 거울 속에 내가 비치는 모습처럼 그렇게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시간 상자

돋보기, 현미경까지 동원해서 사진 속 사진을 확대해 들여다 보던 소년은 사진 속 사진들은 계속해서 같은 형태의 모습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현재의 시점에서 계속 과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진을 들여다 보면 나중에는 흑백 사진까지 찍혀있거든요. 국적과 피부색만 달라졌을 뿐 수많은 아이들이 기념 사진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해오며 시간을 이어온 듯한 느낌입니다.  기념 사진을 찍고 또 그 사진을 들고 또 기념 사진을 찍고 또 찍어서 현재까지 오게 된 것이죠.

바다속 세상을 담은 사진이 상상의 세계로 소년을 이끌었다면, 사진을 들고 찍은 마지막 사진은 시간을 초월해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자, 이제 소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시간 상자

인화한 사진을 들고 카메라로 인증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카메라를 바다로 돌려주는 일이겠죠. 내 모습이 어떻게 찍혔는지 나는 알 수 없어요. 다음 번 카메라를 발견한 사람이 볼 수 있겠죠. 그 때쯤 현재의 나는 이미 과거가 되어있을 거구요.

시간 상자

다시 바다로 돌아간 카메라는 바다를 떠돌며 물고기가, 인어가, 혹은 외계인이 바닷속 사진을 찍으며 이리저리 옮겨다닙니다. 필름이 다 찍히는 순간  또다시 어느 바닷가 어느 아이 앞으로 카메라가 배달 되겠죠?

시간 상자

바로 이렇게요. 수많은 사연을 담고,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카메라에는 이제 또 다른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소년의 눈에서 사진기의 눈으로, 다시 물고기의 눈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펼쳐지는 그림들을 통해 환상 세계로의 여행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 상자”.

마그리트, 달리 등 초현실주의 작가로부터 영감을 얻어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 낸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들은 글자가 없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상상,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어요. 보는 만큼, 상상하는 만큼 보이는 그림책이 바로 그의 그림책 세상입니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1989년 “자유 낙하”를 시작으로  2014년 “이봐요, 까망씨!” 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번의 칼데콧상(칼데콧 메달 세 번)을 받았습니다.  26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는 그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전히 건재한 실력을 자랑하며 매번 다양한 이야기로 글 없는 그림책을  선보이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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