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물감 상자
소리 나는 물감 상자 : 색과 소리의 추상화가 칸딘스키

(원제 : The Noisy Paint Box – The Colors and Sounds of Kandinsky’s Abstract Art)
바브 로젠스톡 | 그림 메리 그랑프레 | 옮김 염명순 | 스콜라
(발행 : 2014/08/15)

※ 2015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4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소리 나는 물감 상자”는 추상화의 대가 칸딘스키의 어린 시절 일화를 통해 그의 예술 세계와 추상 미술에 대해서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그 맛을 음미해 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소리나는 물감 상자

나는 물감을 섞다가 색깔들이 ‘쉬익’ 하는 소리를 내는 걸 들을 수 있었다

– 바실리 칸딘스키

글을 쓴 바브 로젠스톡은 어린 칸딘스키에게 이모가 나무로 만든 물감 상자를 선물했던 일, 그리고, 그 물감 상자를 받고 처음 물감을 섞는 순간 ‘쉬익’하고 물감들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는 칸딘스키의 회고, 이 두 가지 소재를 가지고 위대한 화가의 탄생과 추상화가 생겨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갑니다.

소리나는 물감 상자

어린 칸딘스키는 물감을 섞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들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밝은 레몬색 동그라미는 피아노 건반의 높은 음처럼 울렸고, 힘찬 청색 네모는 첼로의 낮은 음처럼 그윽한 소리를 냈어요. 빨간 색은 쾅쾅 울려대고, 초록색은 재잘거리며, 주황색은 댕댕댕, 보라색은 딸랑거렸답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들을 이렇게 색깔로 그려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음악 그림을 자랑스레 가족들에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반응은…… 그게 집이니? 꽃이야? 대체 뭘 그린 거니?……

소리나는 물감 상자

그 당시만 하더라도 사실주의가 미술계를 주도하던 시절이라 소리를 그려낸 꼬마 칸딘스키의 그림은 어른들 눈엔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칸딘스키의 예술적 재능은 그렇게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부유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칸딘스키는 부모님의 바램대로 좋은 교육을 받고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엔 늘 그만의 예술적 재능이 계속해서 꿈틀대고 있었죠. 길을 걸을 때면 노란색 우체통의 휘파람 소리, 크렘린 궁전 위로 퍼지는 진홍색 노을의 소리, 상아색 눈송이들의 합창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 왔어요.

소리나는 물감 상자

그러던 어느 날 오페라를 보러 갔던 칸딘스키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를 더 이상 모른 채 할 수 없었고 결국 화가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의 생활을 모두 버리고 뮌헨에 가서 이름난 선생님들에게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소리나는 물감 상자

하지만 당시 이름난 화가들 역시 칸딘스키의 그림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들이 물어봤던 것처럼 선생님들 역시 “대체 뭘 그리려고 한 거야?” 라고 물어보며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자신의 귀에 들리는 색깔들을 그리면 선생님들이 인정해 주지 않고, 배운대로 그리면 선생님들은 칭찬해줬지만 칸딘스키 본인이 기쁘지가 않았대요.

미술은 느끼게 해야 해.
음악처럼 말이지.

같이 미술을 하던 친구들 중엔 그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느낌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 못했답니다. 칸딘스키가 용감하게 붓을 들고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들을 그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소리나는 물감 상자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리가 내는 색깔들을 보고, 색깔들의 소리를 들으며 그린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면 사람들은 늘 묻곤 했습니다. “대체 뭘 그린 건가요?” 라고 말이죠. 그럴 때마다 칸딘스키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이건 제 미술입니다.

이걸 보면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듭니까?”

라구요.

하늘색 점들이 철썩거렸어요.
진홍색 네모들이 와삭와삭했어요.
검은색 선들이 살랑거렸어요.
바샤는 이 그림들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서 딴 제목을 붙여 주었어요.
즉흥곡, 구성, 반주, 푸가, 악장,
때로는 아주 단순하게 ‘세가지 소리’ 이렇게 말이에요.

소리 나는 물감 상자를 가지고
바샤는 놀랍도록 새로운 미술을 만들어 냈어요.

이게 바로 추상 미술이랍니다.

소리나는 물감 상자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칸딘스키의 커다란 그림이 벽에 걸려 있고 여자 아이 하나가 물끄러미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그의 그림을 선보이던 시절만 하더라도 당시 미술계를 주도하던 화가들 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그림을 말이죠. 아마도 작가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그림은 어려운 게 아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자기 느낌대로 그리면 된다. 보이는대로 보고, 느낌대로 느끼면 된다” 라고 말입니다.

칸딘스키는 아마도 하나의 자극으로부터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공감각의 소유자였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쓴 바브 로젠스톡은 색깔을 소리처럼 들을 수 있고, 소리를 색깔처럼 볼 수 있었던 칸딘스키의 독특한 예술적 재능을 아주 잘 잡아냈고, 메리 그랑프레는 풍부한 색감과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칸딘스키의 그림 세계를 아주 잘 그려냈습니다.

그림책 “소리 나는 물감 상자 – 색과 소리의 추상화가 칸딘스키”와 함께 소리의 색깔을 보고, 색깔의 소리를 들어 보세요!

■ 참고로 바실리 칸딘스키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까요?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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