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1/09
■ 업데이트 : 2014/11/26


코를 킁킁
책표지 : 비룡소
코를 킁킁 (원제 : The Happy Day)

루스 크라우스, 그림 마르크 시몽, 옮긴이 고진하, 비룡소

※ 1950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춤추는 동물과 샛노랑색 표지, 그림책의 제목은 ‘코를 킁킁’ – 표지 글자 “킁킁”도 춤을 추고 있어요! 원작의 제목은 ‘Sniff Sniff !’ 아닐까란 생각을 하면서 첫장을 펼쳐 보았더니 ‘ The happy day’ 라고 써 있습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렇게 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는 동물들의 행복한 이야기로 유추해 볼 수가 있겠네요.

우선 눈길을 끌었던 그림책 표지에서 우선 멈춤 해봅니다. 샛노란색 바탕에 흑백처리 된 춤추는 동물 다섯 마리! 네 마리로 보인다구요? 잘 찾아보세요. 곰, 마르모트, 다람쥐, 들쥐… 그리고 작은 달팽이까지 다섯마리가 춤을 추고있습니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동작 묘사가 참 재미있네요.

눈 내리는 숲 속, 동물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 난걸까?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한겨울의 산골짜기, 동물들은 자기 집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잡니다. 들쥐, 곰, 달팽이, 다람쥐, 마르모트…

코를 킁킁

모두들 추운 겨울 꽁꽁 언 땅 속에서, 나무 구멍 속에서, 둥근 껍질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채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하얀 눈을 이불처럼 덮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흑백의 겨울 숲 속에서 마치 투시를 한 것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딸이 어린 시절, 이 그림책을 읽다가 ‘겨울 숲에 가면 이렇게 동물들이 잠자는 것을 볼 수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코를 킁킁

그런데 잠을 자던 동물들이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납니다. 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모두 ‘코를 킁킁’대면서 한 방향을 바라 보고 있어요. 들쥐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 빛, 곰들의 잠이 덜 풀린 듯한 눈 빛, 달팽이들이 껍질에서 나와 더듬이를 세운 장면은 귀여워서 웃음까지 납니다. 달팽이를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앞 장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자는 장면과 대비되어 달팽이의 더듬이를 쫑긋 세운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다람쥐, 마르모트까지 모두 깨어나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봅니다. 왜 일까요? 아직도 밖은 눈이 계속 내리는 추운 겨울인데…의문은 꼬리를 물고 시작 되고…

들쥐들도 코를 킁킁.
곰들도 코를 킁킁.
작은 달팽이들도 둥근 껍질 속에서 코를 킁킁.
다람쥐 들도 나무 구멍 속에서 코를 킁킁.
마르모트들도 움푹한 땅 속에서 코를 킁킁.

‘코를 킁킁’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단순한 문장이지만 단순함을 흑백의 그림 속 동물들의 세세한 동작을 통해 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코를 킁킁

모두 집에서 나와 코를 킁킁 거리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잠이 덜 깨어 반쯤 눈을 뜨고 있던 곰들도, 마르모트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함께 달려갑니다. 동물들이 달리는 장면이 한장 한장 넘어가면서 동물들의 표정 변화도 점점 잠에서 깨어나면서 코를 킁킁대고 웃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부분, 책장을 넘기면서  멀리서 달려오던 동물들이 가까이 클로즈업 되면서 점점 크게 묘사 되어  실제 동물들이 달리는 듯한 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 있던 동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눈 내리는 숲 속 동물들이 질주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모두 달려요.모두 코를 킁킁.
모두 코를 킁킁. 모두 달려요.
모두 멈췄어요.
모두 멈췄어요. 모두 웃어요.
모두 웃으며 신나게 춤을 춰요.

왜 그랬을까요? 이 추운겨울날 왜 동물들이 깨어나 코를 킁킁 거리며 달려 갔을까요?

코를 킁킁

그건 눈 속에서 피어난  꽃 때문이예요. 꽃을 바라보는 동물들의 표정이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고 인상적 입니다. “눈 속에서 이런 예쁜 꽃이 피어나다니!” 봄은 이렇게 소리 없이 작은 것에서부터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눈 속에 피어 난  꽃 색상이 이  책의 표지 색상과 똑같답니다.

겨울 숲 속에서 피어난 생명, 모두 함께 두근두근 봄을 기다리는 마음

반복되는 문구와 간결하지만 점층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글…그리고 섬세하게 잡아내고 과감한 구조로 그려낸 그림이 조화로운 그림책입니다.

흑백 처리된 그림이 겨울의 고요함과 눈의 포근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고, 생명이 잠든 듯 흑백의 숲 속에서 피어난 노란꽃은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 겨울의 끝을 알리고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듯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색깔의 대비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을 쓴 루스 크라우스는(1901-1993, 여성입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30권 이상의 그림책을 냈고 우리나라에는 “아주아주 특별한 집“, “이만큼 컸어요“, “구멍은 파는 것” 등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주아주 특별한 집”과 “구멍은 파는 것”은 모리스 센닥이, “이만큼 컸어요”는 헬린 옥슨버리가 그림을 맡은 걸 보면 루스 크라우스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림을 그린 마크 시몽은 이 그림책 “코를 킁킁”에 그림을 그려 칼데콧 명예상을 받았고, 1957년 “나무는 좋다(A tree is nice)” 라는 작품으로 칼데콧상을,  2002년 “떠돌이 개(The stray dog)” 로 칼데콧 명예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앞 서 소개한 책들과 더불어   “지구 반대쪽까지 구멍을 뚫고 가보자“, “백 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 “거위 구이가 될 뻔 했어요“, “떠돌이 개” 등의 작품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함께 읽어보세요.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그림책 놀이 : 코를 킁킁 – 봄향기 가득한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