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특별한 집
아주아주 특별한 집

(원제 : A Very Special House )
루스 크라우스 | 그림 모리스 센닥 | 옮김 홍연미 | 시공주니어

※ 1954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모리스 센닥은 1952년 루스 크라우스와 “구멍은 파는 것” 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작업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작업한 두  번째 작품 “아주아주 특별한 집” 으로 1954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하게 되죠.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총 여덟 권의 책을 함께 작업했는데요. 오늘은 두 명콤비의 두 번째 작품,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그림책의 고전 “아주아주 특별한 집”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림책 표지엔 노란색을 배경으로 파란색 멜빵 바지를 입은 아이가 왼손으로 삐뚤빼뚤 마음대로 그리고 있는 그림에서 아이의 유쾌한 기분이 느껴지집니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아이의 뒷모습…… 표지 그림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이 가득할 것만 같은 그림책 “아주아주 특별한 집”, 그냥 ‘특별한 집’도 아닌 ‘아주아주 특별한 집’이란 어떤 집일까요?

아주아주 특별한 집

나는 어떤 집을 알아요.
다람쥐 집은 아니에요.
당나귀 집도 아니죠.
눈으로 볼 수 있는 집이 아니에요.
어느 거리에도 없고,
어느 골목에도 없어요.
오직 나만을 위한 집이에요. 바로 나, 나, 나, 나

뒤돌아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의 표정이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기분이 아주 좋아보입니다. 춤추듯, 꿈꾸듯 걸어가면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자신만을 위한 집을 이야기 하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 뒤를 꿈꾸듯, 춤추듯 따라가고 있는 다람쥐와 당나귀.

아주아주 특별한 집

그 집에는 특별한 침대, 특별한 선반, 특별한 의자, 특별한 문, 특별한 벽이 있어요. 발을 쭉 뻗어 올려놓기에 딱 좋은 테이블, 천장까지 닿을 수 있을 만큼 통통 튀어 오르기 좋은 강력한 스프링이 내장된 침대, 등받이가 길어 오르락 내리락 하기 좋은 의자, 하늘에서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문(멋진걸요!).^^ 아이의 머리 속에서 태어난 그 집의 모든 물건들에는 아이의 특별한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 집은 특별한, 아주아주 특별한 집이지요.

특별한 집을 멋지게 꾸몄으니 이제 또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주아주 특별한 집

특별한 집에서 함께 즐기고 놀 친구들이 있어야 겠지요? ^^ 아이는 특별한 집에 거북이며 토끼, 거인, 어디든 데리고 다니는 죽은 쥐 한 마리, 원숭이와 스컹크, 늙은 사자까지 데리고 갑니다. 아이의 행복한 눈웃음, 원숭이들의 즐거운 재주넘기, 늙은 사자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 유쾌한 거인, 모두가 아이만큼이나 행복하고 즐거운 모양입니다. 아주아주 특별한 집에 초대되었으니까요.^^

현실의 아이만이 오직 색상이 있는 파란 바지를 입고 있어요. 오렌지색 바탕에 그려진 파란 바지의 아이의 몸짓은 자연스러운 반면 아이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들은 아이가 그린 듯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졌어요.

아주아주 특별한 집

특별한 집에 특별한 친구들을 초대했으니 이제 모두 즐겁고 신나게 놀 일만 남았네요. ^^

늙은 사자는 의자 틀만 남기고 우적우적 우적우적 쿠션 솜을 싹 먹어치우고, (그 바람에 홀쭉했던 배가 바닥에 끌릴 만큼 불룩해졌어요.) 동물 친구들과 속닥속닥 비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대로 뛰고 구르고 동물 소리를 내고 목청껏 노래하며 함께 뛰노는 아주아주 특별한 집.

그 집에서는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과자 부스러기를 뿌려 놓고, 커다랗게 소리내고, 발자국을 천장까지 찍고, 꽈당 부딪치고,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음료수를 쏟아 바닥이 흥건히 젖고, 토끼가 문을 뜯어 먹어도 상관 없습니다. 모두들 이렇게 소리칠 뿐이죠. 또 해! 또 해! 또 해!

아이들의 영원한 로망이겠죠? ^^ 아무렇게나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도 되고, 마음껏 소리 질러도 되고,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도 되는 세상. 내 마음대로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세상.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현실의 세상과는 완전 다른 세상, 바로 “아주아주 특별한 집”입니다.

아주아주 특별한 집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철벅, 철벅, 철벅.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또 해!
아무도 그만, 그만,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아요.

아주아주 특별한 집은 산 위에 있는 집도 아니고, 골짜기에 있는 집도 아니고, 우리 동네 골목에 있는 집도 아닙니다. 나무 위에도 없고, 침대 아래에도 없고. 그 집은 바로 여기, 요기 내 머리 속 한가운데에 쏙 들어 있지요. ^^

아주아주 특별한 집은 내 머리 속 한가운데 쏙 들어있기 때문에 언제든 누구든 데리고 놀러갈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고 더욱 좋은 집입니다.

아주아주 특별한 집

마지막 페이지예요. 연실 방긋방긋 웃으며 특별한 집에서의 특별한 상상놀이를 즐긴 아이는 현실에서 이렇게 즐거운 표정입니다. 머리 속은 말끔히 정리되었고, 특별한 친구들과 특별한 놀이를 즐긴 아이의 마음도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된 모양입니다. 아주아주 특별한 집에서의 멋지고 특별한 상상여행을 통해 아이는 현실에서 가지고 있었던 모든 문제나 갈등을 털어버리고 기분 좋게 현실로 돌아왔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노랫말처럼 씌여진 재미있는 글에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주는 즐거움. 나만의 특별한 집에서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난 아이의 마음을 그려낸 “아주아주 특별한 집”. 마치 자기 자신이 어린이가 된 듯, 특별한 집을 그려낸 루스 크라우스와 모리스 센닥, 두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모리스 센닥이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오르네요.

내가 재주가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남들은 잘 떠올리지 않는 것들, 즉 어릴 때 내가 들었던 소리, 느꼈던 감정과 보았던 이미지 같은 감성적인 부분들을 다른 사람보다 잘 기억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넘치게 흘러나오는 집, 내가 좋아하는 모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신나게 놀 수 있는 집,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같은 집, 아무도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는 집, 어떤 잔소리도 필요 없는 집, 그 집은 사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하나씩 갖고 싶은 집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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