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원제 : The Biggest Bear)
글/그림 린드 워드 | 옮김 공경희 | 웅진주니어
(발행 : 2002/01/30)

※ 1953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린드 워드(Lynd Ward, 1905~1985)는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화가라고 합니다. 섬세한 판화 작품을 주로 선보였고, 목판화로 만든 그의 글자 없는 소설(wordless novels)들은 현재의 그래픽노블에 아주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은 그의 첫 번째 그림책이자 그에게 칼데콧 메달을 안겨준 그림책입니다.

참고로 린드 워드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면 “작고 빨간 등대와 거대한 회색 다리” 라는 그림책도 함께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마을에서 가장 끄트머리, 숲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조니라는 꼬마가 살았습니다. 조니는 마을 사람들이 지금껏 잡은 곰들보다 훨씬 더 큰 곰을 잡는 게 꿈입니다. 왜냐구요? 마을 사람들 모두 곰 한 마리씩 잡아서 곰가죽을 멋드러지게 집 밖에 걸어놨는데 조니네만 없었거든요. 심지어 어떤 아저씨는 한 번에 세 마리나 잡았다는데…… 조니네 할아버지는 사과밭에 곰이 들어오자 도망가기 바빴대요. 조니는 “내가 곰 뱃 속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내 사과밭에 곰이 들어오게 두는 편이 낫잖아.” 라고 말하는 할아버지가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그래서 조니는 자기가 직접 나섭니다. “우리 집은 마을에서 제일 큰 곰 가죽이 생기겠지!” 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숲 속 깊은 곳을 향해 들어갑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제 키보다도 큰 총을 들고 어마어마하게 큰 곰 한 마리가 나타나주기만을 고대하던 조니의 바램과는 달리 앙징맞은 새끼 곰이 나타났어요. 마을에서 제일 큰 곰 가죽 운운하던 마을 최고의 사냥꾼은 천진난만한 새끼 곰을 보자마자 원래 계획은 싹 잊어버리고 새끼 곰 사육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그렇게 조니와 곰의 우정은 시작되었고, 그날 조니는 새끼 곰과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가 걱정을 하긴 하셨지만 아직은 새끼라 허락해 주셨어요. 하지만 먹성 좋은 곰은 무럭무럭 자랐고 곰의 덩치가 커질수록 먹어치우는 양도 어마어마했죠. 엄마의 부엌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이웃집 옥수수밭이나 창고에 있는 먹을 것들을 모조리 먹어치웠어요.  조니에겐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곰’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말썽꾸러기였겠죠?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결국 마을 사람들이 아빠를 찾아와서 항의를 하게 되고 더 이상 마을에서 곰을 키울 수 없게 된 조니는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그리고 숲 속으로 돌려 보냈어요. 하지만 곰은 숲으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었나봅니다. 숲에서 헤어진 후 집에 돌아와보면 조니보다 먼저 집에 와 있곤 했으니까요. 아무리 멀리까지 데려다놔도 곰은 늘 집으로 돌아옵니다. 결국 조니는 배를 타고 멀리 있는 섬에 곰을 내려놓고 돌아왔어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곰 표정 좀 보세요.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곰’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어벙한 곰 같네요. ^^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아빠는 이제 방법은 하나 뿐(음…… 총을 쏴서 겁을 준다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곰을 쏜다는 걸까요?)이라고 말합니다. 아빠의 결정을 조니도 이해하긴 하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어차피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자기 손으로 하겠다면서 곰을 끌고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커다란 총도 잊지 않았구요.

그런데, 숲 속에서 갑자기 곰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바람에 조니 역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른 채 끌려가고 말아요. 그리고…… 곰 사냥을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커다란 덫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곰을 유인하기 위해 곰이 좋아하는 사탕을 잔뜩 넣어둔 덫에 말이죠. 망연자실한 표정의 조니와는 달리 곰은 사탕 먹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알고 보니 조니와 곰이 갇힌 덫은 동물원에 데려갈 곰을 잡으러 온 사냥꾼들이 쳐 놓은 거였어요. 다행이죠? 이제 조니는 곰에게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조니가 사랑하는 세상에서 제일 큰 곰은 동물원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조니 역시 언제든 곰이 보고 싶으면 동물원으로 달려가서 만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큼직한 사탕을 잊으면 안되겠죠? ^^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은 우리가 어려서 많이 봤던 디즈니 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과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고, 둘은 만나서 우정을 쌓게 되고, 위기의 상황에서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고 더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는 스토리 말이죠. 그래서 비록 60여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아이들도 충분히 좋아할만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 당시의 사람들과 현재의 우리 사이에는 동물 사랑에 대한 가치관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만들어진 그림책이었다면 곰을 동물원의 좁은 철창 안에 가둬 놓는 것을 해피엔딩이라며 끝맺지는 않았을 겁니다. 곰은 동물원 우리가 아니라 자연의 숲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곰은 곰이니까요.

요즘의 아이들이 꿈꾸는 결말은 아마도 곰은 원래 살았던 숲으로 되돌아가고, 세월이 흐른 후 어른이 된 조니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을 잊지 못해 그 숲을 다시 찾는 장면으로 끝나지 않을까요?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사자 크리스티앙과 네덜라드 청년들 사이의 우정처럼 말입니다.

※ 참고 – 사자 크리스티앙 관련 영상 보기 : 풀 버전 | 요약 버전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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