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

떠돌이 개 (원제 : The Stray dog)

글/그림 마르크 시몽 | 옮김 백영미 | 작은책방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02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200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2001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떠돌이 개” 칼데콧 명예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등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도 선정되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합니다. 이 그림책은 우연히 소풍나간 장소에서 만난 떠돌이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떠돌이 개

소풍 가기 아주 좋은 어느 날, 야외로 바베큐 파티를 하러 나온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막 식사를 하려는 순간 개 한 마리가 덤불 숲 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이들을 쳐다 보고 있어요. 가족들의 시선도 모두 개에게 가서 꽂혔네요. 한 눈에 봐도 떠돌이 개로 보이는 녀석을 보고 엄마는 더러운 개라 말했지만 아이들에게는 더러운 모습보다는 배가 고파 보이고 심심해 보이는 모습이 더 눈에 띈 모양입니다.

떠돌이 개

가족들은 떠돌이 개에게 음식물을 나눠주었어요. 그리고나서 떠돌이 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떠돌이 개에게 ‘윌리’라는 이름도 지어주었고 일어서는 법도 가르쳐 주었어요. 온종일 윌리와 공 던지기, 뛰어넘기, 나뭇가지 물고 오기를 하고 놀다 보니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 되었어요.

떠돌이 개

아이들은 윌리를 데리고 가고 싶어했지만 엄마 아빠는 허락해 주지 않으셨어요. 어딘가에 주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구요. 어둠 속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떠나는 가족을 바라보고만 있는 윌리의 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이네요. 윌리를 두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아이들이 차창 밖으로 조그만 손을 내밀어 흔들고 있고, 엄마 아빠의 표정은 보이지 않아요.

떠돌이 개

집에 돌아 온 가족들에게는 윌리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마치 윌리를 향한 마음을 공원에 두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아빠는 윌리를 생각하다 커피잔이 넘치도록 따라 버렸고, 누나는 윌리를 생각하다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동생은 야구를 하다 공을 그대로 놓쳐버렸구요. 엄마는 윌리 생각에 빠져 음식을 다 태워버렸어요.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가족들은 모두들 일주일 내내 공원에 두고 온 윌리 생각만 하며 보냈습니다.

떠돌이 개

그렇게 한 주를 흘려 보낸 후, 가족들은 똑같은 장소로 다시 소풍을 갔어요. 아빠는 식사를 하면서도 지난 주 윌리가 처음 나타났던 곳을 흘끔거리고 있고, 엄마와 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일부러 윌리가 나타났던 곳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윌리를 위해 준비한 것 처럼 보이는 음식물이 바닥에 놓여 있는 걸 보면 이번 소풍은 윌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떠돌이 개

식사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윌리가 나타났어요. 모두들 반가운 마음에 “윌리!”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죠? 윌리가 쫓기는 듯 어디론가 다급하게 도망치고 있었거든요. 커다란 채를 들고 쫓아 오는 아저씨를 보니 아무래도 유기견을 잡으러 온 아저씨인 것 같습니다. 급하게 도망치는 중에도 윌리의 시선은 가족들에게 가 있어요.

떠돌이 개

아저씨는 윌리를 뒤쫓아 뛰어갔고 아이들은 그 뒤를 따라 달려갔어요. 결국 윌리는 아저씨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윌리를 잡은 아저씨는 공원 관리소 아저씨였어요. 목걸이도 없고 개줄도 없는 것을 봐서는 떠돌이 개가 분명하다고 말하는 아저씨에게 동생은 허리띠를 풀어 보여주면서 ‘목걸이’라고 말했어요. 누나는 머리띠를 풀어서 ‘개줄’이라고 말했구요.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죠.

“얘 이름은 윌리예요. 우리가 주인이에요.”

꼬리까지 축 쳐진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관리소 아저씨 눈치를 보던 윌리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 일어나 앉았네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요.

떠돌이 개

바지는 줄줄 내려가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났어요. 윌리를 다시 만났으니까요. 윌리도 이 상황을 아는 듯 신나게 뛰면서 아이들과 춤을 추고 있네요.^^ 보는 이들도 덩달아 덩실덩실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입니다.

떠돌이 개

가족들은 윌리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윌리는 아이들과 목욕도 하고 또 공원에도 가서 재미있는 친구들도 많이 만났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이제는 윌리가 아주 깨끗해 졌네요.^^

공원에서 뛰노는 수많은 개들, 모두 주인과 행복한 모습입니다. ‘우리도 개가 있어요.’하는 표정으로 윌리와 함께 즐거워 하는 두 아이의 모습은 그림책 첫 장면에서 개를 데리고 노는 사람들을  우두커니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던 장면과 대비가 됩니다.

윌리에게도 보금자리가 생겼어요.

떠돌이 개

마지막  장면에서 윌리는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밥 그릇 옆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습니다. 세상 풍파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금자리, 돌아 갈  곳이 있고 반겨줄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윌리가 잠든 모습을 보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 행복이 떠돌이 개 윌리에게도 찾아왔네요.

떠돌이 개와 한 가족의 우연한 만남이 서로에게 행복을 선물하게 되는 따스한 이야기를 담아낸 “떠돌이 개”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과 편안한 느낌의 수채화 그림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과 기분 좋은 웃음을 안겨 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작가 마르크 시몽은  1950년 “코를 킁킁”으로 칼데콧 명예상을, 1957년 “나무는 좋다”로 칼데콧 메달을 수상했고 “떠돌이 개”로 2002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어느 개 이야기 :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참고로 2003년 초판 제목은 “떠돌이 개”였습니다). 길 한 복판에서 개 한 마리를 던지고는 도망치듯 사라져 버리는 자동차, 개는 있는 힘껏 달려 떠나는 자동차를 따라가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어요. 자신을 버린 주인을 찾아 정처 없이 길을 따라 걷는 개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지는 책입니다. 버려진 개의 아픔과 쓸쓸함을 가브리엘 뱅상은 단색의 데생으로 가슴 찡하게 그려냈어요. “떠돌이 개”“어느 개 이야기”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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