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말썽 하나

날마다 말썽 하나 (원제 : My Friend Rabbit)

글/그림 에릭 로만 | 옮김 이상희 | 뜨인돌어린이

※ 2003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에릭 로만의 “날마다 말썽 하나”는 2003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에릭 로만은  1995년 글자 없는 그림책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날마다 말썽 하나”는 에릭 로만의 대표작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이나 “열 개의 눈동자” 에서 보여준 그림 기법과 확연히 다른 채색 판화 기법으로 표현했는데요. 글과 그림의 느낌이 이전 작품들과 전혀 달라 이름을 가리고 보면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 사랑스러운 토끼와 귀여운 생쥐의 우정 이야기 한 번 들어 볼까요?

날마다 말썽 하나

선물 받은 비행기에 타고 있는 생쥐, 그런 생쥐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토끼. 둘은 즐거운 놀이를 준비 중인 모양이네요. 비행기에 올라탄 생쥐와 토끼는 눈빛으로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미소로 답을 한 토끼는 비행기를 힘껏 날렸어요. 그런데 어째 일이 좀 잘못 된 것 같죠? 생쥐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내 친구 토끼는 마음씨가 착해요.
그런데 무엇을 만졌다 하면,
어디로 움직였다 하면,

날마다 말썽 하나

꼭 말썽을 일으킨답니다.

흠, 마음씨는 착한데 무엇을 만졌다 하면, 어디로 움직였다 하면 꼭 말썽을 일으키는 토끼라…… 집집마다 한 명씩 이런 토끼같은 존재가 꼭 있죠? ^^

나뭇가지에 걸린 비행기가 못내 안타까운지 생쥐가 눈물을 흘리네요. 울고 있는 생쥐를 꼭 안은 채 나뭇가지에 걸린 비행기를 망연자실 바라보던 토끼, 마음씨 착한 토끼는 울상인 친구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날마다 말썽 하나

“걱정마, 친구.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나뭇가지에 걸린 비행기를 하염없이 올려다 보고있는생쥐를 두고 토끼는 어디론가 달려갔어요. 토끼의 좋은 생각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날마다 말썽 하나

처음에 토끼는 코끼리를 질질 끌고 왔어요.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꼬리를 잡고 끌고 왔지요. 그 다음엔 코뿔소를 끙끙 밀어서 데리고 왔구요. 이번에도 코뿔소는 가고싶지 않다는 듯 버텼지만 토끼의 엄청난 힘에 의해 밀려 왔답니다. 그 다음 하마는 가뿐하게 들어서 데리고 왔어요. 토끼에게 끌려온 동물들의 표정 좀 살펴 보세요. 마치 “얘, 지금 뭐하는 거니?”하는 것 같지 않나요? ^^

날마다 말썽 하나

이어서 토끼는 사슴, 악어, 곰, 오리는 일도 아니라는 듯이 번쩍 들어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는 동물들을 차례차례 쌓아 올렸습니다. 코끼리 위에 코뿔소, 그위에 오리, 사슴, 곰, 하마, 악어까지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어요. 그리고 악어 위에 토끼가 올라가고 토끼는 다람쥐를 안아 올렸어요.

다람쥐 손 끝에 비행기가 닿을락 말락, 토끼가 다시 자신있게 말합니다.

“걱정마, 친구.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날마다 말썽 하나

토끼가 안아 올렸던 다람쥐가 생쥐를 안아 올렸습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비행기에 가까이 다가갔어요. 생쥐 손에 비행기가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 조마조마 위태위태한 순간…

날마다 말썽 하나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두가 와르르르 무너져 버렸네요. 내 이럴 줄 알았지 하면서 깔깔 웃게 되는 이 장면, 언젠가 어디선가 실제로 보았던 것 같은 이 장면. ^^

엉망진창 뒤죽박죽 땅으로 떨어진 동물들이 모두들 화가 나서 토끼를 노려보았어요. 일촉즉발의 그 순간에…

날마다 말썽 하나

비행기를 탄 생쥐가 짠! 하고 나타나 토끼를 구해주었어요. 토끼는 생쥐의 둘도 없는 친구니까요.^^

그런데 비행기가 어디서 났지? 하고 생각하신 분들은 위로 올라가 그림을 다시 한 번 살펴 보세요. 모두가 무너져 내릴 때 생쥐는 비행기 끝을 잡고 매달렸었거든요.

날마다 말썽 하나

아,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구나 싶은 순간, 자신을 구해 준 게 너무나 고마웠던 토끼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생쥐를 꼭 껴안았어요. 그런데…… 너무 꼭 껴안다 그만 생쥐의 두 눈을 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생쥐가 처음에 했던 말 ‘내 친구 토끼는 마음씨는 착하지만 무엇을 만졌다 하면, 어디로 움직였다 하면, 꼭 말썽을 일으킨다’ 라는 말 딱 그대로인 것 같죠?

결국 비행기는 다시 나뭇가지에 걸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비행기만 걸린 것이 아니라 비행기에 타고 있던 토끼와 생쥐까지 모두 나뭇가지에 매달리게 되었죠.

하지만 걱정없어요. 걱정스런 표정의 생쥐에게 토끼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거든요.

“걱정 마. 친구.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좋은 생각이 있지만 그 좋은 생각의 끝에는 늘 말썽이 뒤따른다는 사실! 그 말썽을 해결하게 위해 다시 좋은 생각을 해야 하고, 또 또 또…이렇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말썽. 음, 그림책 제목은 날마다 말썽 하나지만, 이 정도 간격으로 말썽을 부리면 날마다 말썽 백 개는 될 것 같은데요. ^^

무언가를 돕겠다고 나서는 아이들 보고 ‘그래, 넌 가만 있는게 나를 도와주는거야.’ 라고 흔히들 말하지요. 이 그림책은 마치 그 상황을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토끼가 밉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이 밉지 않듯이요. 결과야 어찌되었건 제 딴엔 잘 해보려다 그렇게 된거니까요. ^^

날마다 말썽 하나까만색 틀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꼭 뒷표지도 넘겨 보세요. 신나게 뛰어가고 있는 두 친구의 모습을 까만색 바탕에 작은 원 안에 담고 있어요. 어린시절 즐겨보던 만화영화의 엔딩 장면이 생각납니다. 아련히 작아지는 동그란 원 속의 주인공을 바라보며 아쉬워했던 기억과 함께요.

에릭 로만은 천진난만하게 놀며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날마다 말썽 하나”에 재미있고 유쾌하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 이 그림책은 2003년 바다어린이에서 “내 친구 깡총이”란 제목으로 출간했었던 것을 2014년 10월 뜨인돌어린이에서 “날마다 말썽 하나”라는 제목으로 새로이 출간한 책입니다. 두 권 모두 출판사만 달라졌을 뿐 같은 분이 번역했어요. 이 글은 2014년 발간된 뜨인돌어린이의 “날마다 말썽 하나”를 보고 썼습니다.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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