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6/25
■ 업데이트 : 2014/12/12


내가 만난 꿈의 지도

아빠가 미안해하며 말했어요.

“그 돈으로는 손톱만한 빵밖에 못 사겠더라고.
그걸 먹어도 배고프긴 마찬가지일거야.”

엄마가 씁쓸하게 말했어요.

“오늘 저녁은 없다. 대신 지도가 있다는구나.”

나는 화가 났어요.
아빠를 절대 용서하고 싶지 않았지요.
나는 허기진 채로 잠을 자러 갔어요.

빵 한 조각 사기 힘든 상황에서 빵대신 지도를 사온 아빠. 아들에게 먹일 빵을 기다리던 엄마는 지도를 들고 돌아온 아빠를 보며 화조차 내지 못한 채 푸념만 던지고, 그런 엄마 곁에서 배고픔에 서러워 아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채 울먹이며 돌아서는 아들.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어렵던 시절, 배고픔은 이 집에서만 겪는 일은 아니었을겁니다. 하지만, 세식구 허기를 채울 충분한 양의 빵을 살 수 없는 현실에 주눅들지 않고 지도를 사서 돌아온 아빠는 아마도 꼬마의 아빠 뿐이었을겁니다. 주린 배를 끌어 안고 아빠만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 빵대신 지도를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겠지만 속내를 감춘 채 아내와 아들을 향해 가까스로 웃음지으며 내민 지도는 그냥 지도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안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 아니었을까요?

당장엔 배고픔에 아빠가 원망스러웠던 꼬마 역시, 아빠가 엄마 눈치 보며 벽에 걸어 놓은 지도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그리고 그 지도를 통해서 가보지 못한 바닷가와 눈덮인 산에도 가 보고, 온갖 과일들을 맛보고, 화려한 도시의 빌딩 숲에도 가 보면서 배고픈 것도, 힘든 것도 서서히 사라집니다. 아빠에 대한 꼬마의 원망은 희망으로 바뀌고, 배고픔으로 가득했던 자리엔 배고픔 대신 꿈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나는 아빠를 용서했어요.

결국, 아빠가 옳았으니까요.

가난한 어느 날 빵 대신 지도를 사 온 아빠에게 화가 난 채로 잠이 든 사내아이는 훗날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그림책 작가가 됩니다. 바로 ‘비 오는 날‘, ‘새벽‘ 의 작가 유리 슐레비츠입니다. 그리고, 유리 슐레비츠는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담은 그림책 “내가 만난 꿈의 지도”로 2009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합니다.

빵 한 조각 대신 지도를 아들에게 준 유리 슐레비츠의 아빠. 유리 슐레비츠는 아빠가 사다 준 지도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지도를 따라 그리며 그림에 대한 재능을 키워갑니다. 난민촌의 한 구석에 굶주린 한 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었던 것, 이게 바로 우리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꿈과 재능, 이것을 스스로 일깨울 수 있도록 자극과 동기부여를 해 주고, 그들의 꿈과 노력을 뒤에서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것.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넌 커서 의사가 되야 한다’, ‘넌 변호사가 되야 한다’라며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부모의 기대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것, 이게 바로 우리 부모의 역할 아닐까요!


내가 만난 꿈의 지도
책표지 : Daum 책
내가 만난 꿈의 지도 (원제 : How I Learned Geography)

글/그림 유리 슐레비츠, 옮김 김영선, 시공주니어

※ 2009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193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유리 슐레비츠는 유년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내가 만난 꿈의 지도”는 전쟁으로 인해 유럽을 떠돌던 그의 가족이 카자흐스탄의 투르키스탄에 머물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그린 그림책입니다.

빵 대신 지도를 사온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통해 작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의 꿈을 키우며 열정을 다하는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테마 그림책 : 세상의 모든 아빠를 위하여!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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