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지를 끌고
책표지 : 비룡소
달구지를 끌고(원제 : Ox-Cart Man)

글 도날드 홀 | 그림 바버러 쿠니 | 옮김 주영아 | 비룡소

※ 1980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1979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발행일 : 2014/08/27
■ 업데이트 : 2014/12/11


달구지를 끌고

10월이 되자 농부는 소를 달구지에 매고 일 년 내내 가족 모두가 기르고 만든 것들 중에 남겨둔 것들을 달구지에 가득 실었습니다. 4월에 농부가 깎아 둔 양털 한자루, 농부의 아내가 베틀로 짠 숄, 농부의 딸이 짠 벙어리 장갑 다섯 켤레,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든 양초, 아마 섬유로 짠 리넨 천, 농부가 직접 쪼갠 널빤지, 농부의 아들이 만든 자작나무 빗자루, 밭에서 캐낸 감자, 사과 한통, 꿀과 벌집, 순무와 양배추, 3월에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만든 단풍나무 설탕, 뒷마당에 있는 거위들한테서 떨어진 깃털을 아이들이 주워 모아 두었던 것 한 자루…

1년간 한 가족이 기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군요. 작은 텃밭 하나만 잘 보살펴도 1년 내내 야채 사 먹을 일 없다는 우리 어머니 말씀이 새삼 떠오릅니다. 농부네 가족의 부지런함과 자연에서 얻어낸 것들로부터 생필품을 만들어 내는 지혜를 달구지 가득 싣고 농부는 길을 떠납니다.

달구지를 끌고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농부는 먼 길을 떠납니다. 큰 시장이 서는 포츠머스까지는 열흘 길입니다. 집 앞에서 손을 흔드는 딸 아이와, 마을 어귀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하는 농부의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푸근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뭉클해지는 순간입니다. 가고 오는데 20일이나 걸리니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가장이 집을 비우는 순간입니다. 아빠가 무사히 돌아 오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애틋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담담히 걸어 가는 농부의 발걸음 역시 집을 비운 사이 아내와 아이들이 무탈히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실려 있겠죠.

달구지를 끌고

열흘간의 긴 여정 끝에 포츠머스 시장에 도착한 농부는 가져 온 물건들을 잘 펼쳐 놓고 도시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합니다. 딸아이가 만든 장갑을 끼고 좋아 하는 아이들, 알이 굵은 좋은 감자를 사서 흡족한 듯 자루를 메고 가는 노신사, 아들이 만든 자작나무 빗자루를 이리 저리 살펴 보며 오랜만에 좋은 빗자루를 구한 듯 웃음을 머금은 청년, 아내가 짠 숄을 꼼꼼히 살펴 보는 아주머니, 먹음직스러운 사과에 손이 절로 가는 꼬마 녀석들…

온 가족이 열심히 농사지은 농작물들과 정성껏 만든 물건들을 사가며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바라 보는 것도 농사짓는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그림입니다.

한해 농사로 정성껏 기르고 만든 것들을 모두 팔고 나서 농부는 단풍나무 설탕을 담아 간 나무 상자, 사과를 담아 간 통, 감자를 담아 간 자루까지 모두 팔고, 빈 달구지까지 팝니다.

달구지를 끌고

심지어 달구지를 끌고 온 소까지 팔았어요. 그동안 수고해 준 소에게 작별인사까지 해 주면서 말이죠. 소를 팔고 나서는 고삐와 멍에까지 팔아 버린 농부는 이제 짐 하나 없이 홀가분해진 대신 주머니엔 돈이 두둑하니 들어서 아주 즐겁습니다. 내년 농사를 위해 준비할 것들과 아내와 아들 딸에게 줄 선물을 살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달구지를 끌고

농부는 포츠머스 시내를 돌아 다니면서 여기저기 들러 벽난로 불 위에 매달아 놓을 무쇠솥, 딸에게 줄 수예 바늘, 아들에게 줄 주머니칼, 그리고 가족 모두를 위해 앵두맛 박하사탕들을 사서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달구지를 끌고

열흘간 걷고 또 걸어서 마침내 농부는 집에 도착합니다. 떠날 때는 단풍이 들긴 했어도 나뭇잎이 무성했던 나무들이 이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을만큼의 시간이 흘렀나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저녁 준비에 한창인 자기집의 불빛이 눈에 들어 오면서 농부의 발걸음이 빨라지는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달구지를 끌고

근 한달만에 돌아 온 아빠 곁에 모여 도란도란 밀린 이야기들도 나누고, 새로 사온 무쇠솥에 따뜻한 스튜도 끓여 먹고, 후식으로는 아빠가 사온 앵두맛 박하사탕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농부는 벽난로 앞에 앉아 헛간에 있는 송아지에게 씌울 고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 곁에서 딸아이는 아빠가 사온 수예 바늘로 수를 놓기 시작하고, 아들은 새 주머니칼로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쪼개기 시작합니다.

긴 여정으로 피곤해진 몸때문에 하루쯤 꾀를 피울만도 한데 농부에게는 가족과 함께 한 따뜻한 식사로 충분한 듯 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들 역시 아버지의 부지런함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듯 합니다.

단조롭고 따분해 보일 수도 있는 그들의 일상의 새로운 반복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무표정한 듯 차분한 농부의 가족들의 표정 속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행복이 담겨져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내일, 또 그 다음 날 농부의 가족들은 각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그것을 성실히 하는 가운데 행복을 얻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달구지를 끌고

겨우내 농부는 새 멍에를 깎아 만들고,
새 달구지를 만드는 데 쓸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널빤지를 쪼갰어.

농부의 아내는 겨우내 아마 섬류로 리넨 천을 짰고,
농부의 딸은 겨우내 리넨 천에 수를 놓았고,
농부의 아들은 겨우내 자작나무로 빗자루를 만들었고,
농부의 가족 모두는 경우내 양초를 만들었어.

3월이 되자,
농부의 가족은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끓이고 끓여 졸여서 단풍나무 설탕을 만들었어.

4월이 되자,
농부의 가족은 양털을 깎아
그것으로 실을 자아
천을 짜고 뜨개질을 했어.

5월이 되자,
농부의 가족은 감자와 순무와 양배추를 심었어.
그 사이 사과나무 꽃이 피었다 지고,
꿀벌들은 깨어나서 또 꿀을 만들기 시작했지.

그리고 뒷마당에서는 거위들이 꽥꽥거리며
구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깃털을 떨구었단다.


이 그림책은 미국의 유명한 시인 중 하나인 도날드 홀의 시에 바버러 쿠니가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도날드 홀이 어릴적 자라던 지역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시라고 하는군요.

이 그림책 “달구지를 끌고”를 보다 보면 떠오르는 싯구들이 있습니다. ‘동창이 밝았느냐~’로 시작하던 시조 기억하시나요? 국어시간에 삶의 여유로움과 부지런함에 대한 교훈을 담은 시조라고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 그리고 또 하나의 시, 바로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입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단조롭게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부지런히 살아가는 농부 가족의 소박한 삶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달구지를 끌고”, 여러분들은 어떤 걸 느끼셨나요?

저는 농부가 자기네 가족들이 쓸만큼을 남겨 두고는 모든 것을 다 팔고 다시 한해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분지족의 마음이자 올 겨울 따뜻하고 넉넉하게 보낸 후 내년 한 해 또 열심히 일하겠다는 소박하지만 굳은 의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병을 채우기 위해서는 일단 비워야만 합니다. 손으로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서는 주먹을 꼭 쥐는게 아니라 손바닥을 활짝 펴야만 합니다. 우리의 삶을 무언가로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비워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꿈, 나의 목표, 나의 인생을 희망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 속에 있는 두려움, 편견, 집착, 부정적인 생각 등등을 모두 비워내야 합니다. 물론 꿈과 목표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남겨둬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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