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그림책 내음을 만끽하곤 하는데요. 1월에 새로 나온 따끈한 그림책들 중에서 추천할만한 그림책 다섯 권을 뽑아봤습니다.(참고로 “특별한 책” 은 출간일이 2014년 12월 30일입니다.)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고르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추천 연령을 표시하긴 했습니다만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순서는 평점이나 순위와 무관합니다.


약속
약속

(원제 : The Promise)
니콜라 데이비스 | 그림 로라 칼린 | 옮김 서애경 | 사계절
(발행 : 2015/01/05)

황폐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노부인의 가방을 낚아채려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가혹한 삶의 그늘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억센 아이의 힘을 당할 수 없습니다. 결국 노부인은 아이에게 제안을 합니다. 가방 속에 담긴 것을 모두 심겠다고 약속하면 그냥 주겠다고. 가방에 대한 욕심때문에 아이는 무작정 약속을 해버립니다.

가방 속에 든 것은 도토리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심기 시작했던 도토리에서 새싹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작은 새싹들이 조금씩 자라나면서 황량했던 도시에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지금껏 남의 것을 훔치며 살아온 아이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시작됩니다. 아이가 변해갈수록 삭막했던 세상도 아름답게 바뀌어갑니다.

가방속 도토리는 바로 희망의 씨앗이었습니다. 도둑질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아이에게 희망이 생기자 아이의 삶 자체가 변화한겁니다. 그 희망의 씨앗이 이웃들에게 번져가면서 세상도 함께 변화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노부인이 자신에게 희망의 씨앗을 전해준것처럼 자신의 희망의 약속을 전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새로이 약속을 이어갈 아이는 바로 이 책을 읽게 될 우리 아이들이겠죠? ^^

우리 삶에 꿈과 희망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일깨워주는 그림책 “약속” ,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무릎에 앉혀 놓고 찬찬히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약속” 리뷰 보기


특별한 책
특별한 책

(원제 : The Jacket)
커스틴 홀 | 그림 다샤 톨스티코바 | 옮김 김서정 | 아이세움
(발행 : 2014/12/30)

특별한 책” 은 한 권의 그림책 속에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책의 가치와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자신만의 꿈을 꾸며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한 권의 책입니다. 책을 의인화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책꽂이에 꽂힌 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줄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한 권의 책. 드디어 자신을 재미있게 읽고 활짝 웃어줄 친구를 만나게 되어 기쁨에 들뜨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이가 키우던 강아지 녀석 때문에 책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쳐다보기조차 싫을만큼 지저분해진 채 이젠 아무도 자신을 읽어주고 돌봐주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절망에 빠져버린 책. 그런데, 책의 운명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지저분해진 책을 위해 새 옷을 만들어줍니다. 아주 깨끗하고 예쁜 새 옷,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새 옷으로 갈아입은 책은 아이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특별한 책” 은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책의 소중함과 책 읽는 즐거움을,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에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뒤엔 책을 위한 예쁜 옷을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어서 아이와 함께 책놀이도 즐길 수 있습니다. 혹시나 아이가 함부로 보다 보기 흉해진 책이 있다면 “특별한 책” 처럼 예쁜 새 옷을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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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미운걸 어떡해!
동생이 미운걸 어떡해!

(원제 : The New Small Person)
글/그림 로렌 차일드 | 옮김 김난령 | 국민서관
(발행 : 2015/01/16)

동생이 미운걸 어떡해!” 는 로렌 차일드가 그동안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찰리와 롤라 남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이번엔 ‘엘모어와 앨버트 형제’예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지내던 엘모어에게 동생이 생겼습니다. 녀석에게 엄마 아빠를 빼앗긴 것 같아 얄밉기만 한데 요녀석이 자라면서 점점 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서 못마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국엔 자신만의 공간인 침실까지 함께 쓰게 된 엘모어는 자신을 불행에 빠뜨린 녀석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악몽을 꾸고는 겁에 질려 있는 엘모어를 누군가가 꼬옥 안아주었어요. 바로 그 녀석이었습니다. 엘모어를 불행하게 만든 바로 그 녀석 말이에요. 그 날 이후로 엘모어는 더 이상 그 녀석을 ‘녀석’이라고 부르지 않고 ‘앨버트’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기 시작합니다.

첫째가 느끼는 상실감과 불안,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서 듬직한 첫째로, 믿음직스런 형 또는 오빠로 거듭나게 되는 아이의 성장통을 재미나게 담아낸 그림책 “동생이 미운걸 어떡해!” , 첫째에게 선물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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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첫째를 위한 그림책들


아빠 잠이 안 와요
아빠 잠이 안 와요

(원제 : Eg Kan Ikkje Sove No)
스테인 에릭 룬데 | 그림 어이빈드 토세테르 | 옮김 이경희 | 봄봄스쿨
(발행 : 2015/01/15)

아빠 잠이 안 와요” 는 멀리 노르웨이에서 건너 온 그림책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에 소개한 “약속” 보다 더 어려운 그림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담겨 있어서 “약속” 보다는 추천 연령을 낮게 잡았습니다. 그림책 속 아빠처럼 아이를 꼬옥 안고 읽어 준다면 5살보다 더 어려도 아이들은 충분히 좋아라 할겁니다.(참고로 한글판은 원제 그대로 옮겨왔지만 영어판 제목은 ‘My Father’s Arms Are A Boat’입니다. 아마도 아빠가 아이를 가슴 속에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제목이 아닌가 싶네요.)

엄마를 잃은 아이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엄마, 엄마~’하고 찾는 아이들인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을 한 아이의 상실감은 말로 다 할 수 없겠죠. 그리고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아빠 역시 잠 못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왜 영원히 잠든거야?’라는 아이의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을 찾지 못하는 아빠……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런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아프고 슬픈 마음이 들때도 있음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 “아빠 잠이 안 와요” . 다 보고 난 후의 막막함…… 어른들이 느끼는 깊이만큼의 저릿함은 아니더라도 아이들 역시 제 나름대로의 느낌과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그림책입니다.

(“아빠 잠이 안 와요” 는 종이로 소품과 배경들을 만들고 아이와 아빠, 여우 등의 대상물들을 하나씩 그린 후 오려내서 만들어서 입체감이 뛰어난 그림책입니다. 특히 흑백의 배경색을 절묘하게 활용해서 아이와 아빠의 감정을 잘 살려낸 점이 돋보입니다.)


엄마 잃은 슬픔을 다룬 그림책


달려라 오토바이

글/그림 전미화 | 문학동네
(발행 : 2015/01/12)

달려라 오토바이” 의 그림은 흑백 두 가지 색의 농담 조절만으로 그려졌습니다. 평범한 우리네 삶의 모습을 소소하게 담아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특한 것은 등장인물들과 오토바이 그리고 다른 대상물들을 모두 따로 그린 후 오려내서 콜라주 기법으로 장면 하나 하나를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모노톤의 단조로움 속에서도 이야기의 생생함이 잘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림책 표지에 나오는 오토바이 한 대에 모두 올라타고 구름 위를 날아 오르는 가족은 모두 몇 명일까요? 아빠, 엄마, 그리고 아빠 앞에 앉은 오누이, 엄마 등에 업힌 막내 모두 다섯 명….. 이게 다일까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오토바이입니다.

아빠는 항상 오토바이에 가족을 태우고 달립니다. 때로는 일터로, 어떤 때는 친구네 농장으로, 그리고 한여름의 어떤 날엔 바다를 향해 신나게 달려가기도 합니다. 언제나 가족과 함께하는 오토바이는 이들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정성스레 오토바이를 씻고 손질한 뒤 덮개를 씌워놓고는 아빠 혼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일하러 갑니다. 철없는 막내와의 약속만을 남겨 둔 채로 말입니다. 하지만 가족은 행복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일하러 간 아빠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행복하고, 아빠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들 역시 든든한 아빠가 있기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면 막내에게 약속했던 선물을 온 가족이 함께 누릴 생각에 더더욱 행복하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빠가 돌아오는 모습이 저 멀리서 보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풍선을 가득 안은 채 돌아오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잠시 후 형형색색의 풍선을 매달고 가족 모두를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오토바이…… 오토바이는 언제나 묵묵히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빠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오토바이와 가족을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오르게 하는 풍선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 가슴에 담긴 꿈과 희망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가족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토바이에 온 가족이 올라타고 이리저리 달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그저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먼저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좀더 바라보고 있자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여기저기 일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모처럼 생긴 일을 찾아 가족을 남겨둔 채 멀리 떠나 있기도 하는 아빠의 모습이 보입니다. 비록 고단한 삶이지만 초롱초롱한 아이들 모습에서 힘을 얻고 희망을 품게 되는 엄마 아빠의 모습 말입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리뷰 보기


※ 번외

떴다떴다 비거, 날아라 정평구

떴다 떴다 비거, 날아라 정평구

안영은 | 그림 안선형 | 머스트비
(발행 : 2015/01/05)

라이트 형제보다 300년이나 먼저 하늘을 날아 오른 ‘정평구’라는 인물과 그의 발명품 ‘비거(飛車)’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정평구란 인물은 조선중기의 발명가로 임진왜란 당시 화약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하늘을 나는 비거로 왜구에게 포위된 사람들을 구출하기도 하고, 하늘에서 적진을 폭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록 비거의 제작 방식과 작동 원리 등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우리가 최초’라고 주장은 못하지만 라이트 형제보다 300년이나 먼저 하늘을 날기 위해 시도했고 어쩌면 성공해서 나라를 위해 활약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일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지만 그림책만 놓고 보면 추천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어 ‘2015년 1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번외로 소개합니다.

가온빛지기

가온빛 웹사이트 및 뉴스레터 운영 관리, 가온빛 인스타그램 운영 | editor@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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