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참 묘한 달인 것 같습니다. 지난 밤 찬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가지끝에 매달려있는 나뭇잎들이 싱숭생숭해 보이기도 하고, 여지껏 매달려 있는 그들의 의지가 새삼 놀랍기도 하니 말이에요. 2015년이 찍힌 두 장의 달력에는 여덟 번의 토요일과 아홉 번의 일요일, 그리고 그토록 힘겨웠던 월요일도 딱 아홉 번이 남아있네요. 남은 날들에 어떤 계획을 세워놔야 마지막 달력을 뜯으며 빙긋 웃게 될까요? ^^

지난 10월에는 테마 그림책을 제외하고 가온빛에서 모두 15권의 그림책을 소개했습니다. 그 중 우리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그림책 일곱 권 골라보았습니다.

2015년 10월 이달의 그림책

※ 순서는 ‘가나다’ 순이이며 평점이나 순위와 무관합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엄혜숙 | 비룡소
(추천연령 : 5세 이상 | 쪽수 : 32 | 출간일 : 1996/02/01)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존 버닝햄의 첫 번째 그림책으로 196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형제들과 달리 깃털 없이 태어나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버려진 기러기 보르카의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여러모로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하지만 보르카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화려한 깃털이 뿅하고 돋아나진 않았어요.  여전히 깃털 없는 보르카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게되지만 자신의 몫을 당차게 해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기러기 보르카의 이야기가 오히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편견 없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림책 속 큐 가든 같은 세상을 꿈꾸며 52년 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존 버닝햄의 마음이 보이는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보르카를 통해 존 버닝햄은 스스로의 힘을 믿고 나아갈 때 세상은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리뷰 보기


깊은 산골 작은 집

깊은 산골 작은 집

글/그림 김지연 | 느림보
(추천연령 : 5세 이상 | 쪽수 : 36 | 출간일 : 2011/04/25)

한국적 정서를 담은 개성 넘치는 판화 그림에 독특한 스토리를 선보여 왔던 김지연 작가의 “깊은 산골 작은 집”은 우리 전통 문화와 함께 해온 부적을 소재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용감한 오빠와 울보 연이의 달 밤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담긴 이 그림책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주는 것은 무엇보다 그림입니다. 한지를 바탕으로 흑색과 적색, 황색의 대비로 보여주는 강렬한 색감의 판화 기법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축이 되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그림의 색상과 등장 인물들의 생생한 움직임과 표정, 그리고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린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 정겨운 입말체로 쓰여진 글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겹고 흥겨운 분위기로 이끌어주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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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댕이!

나부댕이!

제니 오필 | 그림 크리스 아펠란스 | 옮김 이혜선 | 봄나무
(추천연령 : 5세 이상 | 쪽수 : 32 | 출간일 : 2015/09/20)

‘나부댕이’는 주인공 아이가 기르게 된 반려동물 나무늘보의 이름입니다. 아이는 ‘산책시키지 않아도 되고, 목욕시키지 않아도 되고,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되는 동물’은 키워도 된다는 엄마의 말에 그 조건에 딱 맞는 나무늘보를 찾아냈어요. 하지만 나부댕이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요. 본성 그대로 느리고 잠 많이 자는 나무늘보일 뿐이죠.

자신의 바람과 달리 틈만나면 잠을 자는 반려동물 나무늘보를 키우게 된 아이가 자신의 나무늘보를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나간 그림책 “나부댕이!”는 잔잔한 이야기에 서정적 그림이 아주 잘 어우러지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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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시 장석주 | 그림 유리 | 이야기꽃
(추천연령 : 6세 이상 | 쪽수 : 32 | 출간일 : 2015/10/01)

“대추 한 알”은 장석주 시인의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에 수록된 시 ‘대추 한 알’을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짧지만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으로 넘쳐나는 시, 시에 담긴 그 열정을 한 움큼도 흘리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그림, 이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쏟아부은 시인과 그림 작가의 혼을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종이 한 장,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챙긴 편집자의 집착, 책을 펼치는 순간 이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그림책 입니다.

가을이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달게 먹기만 했던 대추 한 알에 담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편의 시, 그리고 그 시의 행간에 담긴 우리네 삶의 아름다움과 열정, 자연의 순환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들로 엮은 그림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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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오는 길

엄마가 오는 길

모토시타 이즈미 | 그림 오카다 치아키 | 옮김 김소연 | 천개의바람
(추천연령 : 4세 이상 | 쪽수 : 32 | 출간일 : 2015/09/15)

어린이집에 맨 마지막까지 남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연이는 엄마 걱정에 잠겨있습니다. 하지만 곧 연이의 걱정은 멋진 상상으로 변해 혹시나 전철이 고장나더라도 듬직한 동물 친구들이 밀어줘서 무사히 자신을 데리러 올 수 있을 거라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아주아주 커다란 케이크까지도 잊지 않고 사서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 연이에게 오는 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모토시타 이즈미의 글은 오카다 치아키의 따뜻한 그림과 만나 행복함이 몇 배는 더 커지는 느낌입니다. “엄마가 오는 길”은 퇴근길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엄마 마음을, 늦게까지 남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마음을 행복한 상상으로 풍성하고 정감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윌리의 소방차

윌리의 소방차

글/그림 찰스 키핑 | 옮김 유혜자 | 은나팔(현암사)
(추천연령 : 7세 이상 | 쪽수 : 40 | 출간일 : 2008/10/31)

“윌리의 소방차”는 꿈은 꿈 꾸는 자의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책, 주어진 현실이 어떤 것이건 간에 그것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가슴 속에 붉게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과 꿈을 간직한 이들이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보여주는 그림책,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 얼마나 커다란 세상이 담겨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과 함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글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보는 이의 느낌과 상상대로 그림을 한 장 한 장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찰스 키핑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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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였던 건 아니에요

할머니가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였던 건 아니에요

야프 로번 | 그림 메이럴 아이케르만 | 옮김 최진영 | 고래뱃속
(추천연령 : 5세 이상 | 쪽수 : 26 | 출간일 : 2015/05/11)

“할머니가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였던 건 아니에요”는 독특하게 손주의 시선으로 할머니의 사진을 따라 할머니의 지난 날을 회상하는 그림책입니다. 지금은 쭈글쭈글한 주름에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어버렸지만 사진 속에는 할머니가 아기였던 시절, 소녀 였던 시절, 아가씨였던 시절, 엄마였던 시절, 그리고 손주가 태어나면서 할머니가 된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작가이자 연극 연출자의 경험을 가진 야프 로번의 글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흑백 사진 속에 손주를 그려 넣어 할머니의 시간 속에 손주가 함께 하는 것처럼 그려낸 메이럴 아이케르만의 따뜻한 그림은 야프 로번의 잔잔한 글과 잘 어우려져 할머니의 삶을 뭉클한 감동으로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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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빛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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