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이란 코너롤 통해서 새로 나온 그림책들을 소개했었습니다. 매월 가온빛지기들의 논의를 거쳐 그달에 출간된 새 그림책들중에서 다섯 권을 선정해서 익월 초에 소개를 하는 방식으로 지난 9월까지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서 가온빛지기들 간에 늘 고민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새 책이 나오면 바로바로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다섯 권이란 숫자가 좀 애매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달엔 새 책이 많지 않아 다섯 권을 다 채우기가 애매할 때도 있고, 어떤 달엔 좋은 그림책이 한꺼번에 출간되어서 다섯 권을 고르는 데 애를 먹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코너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가온빛지기들끼리 목하 고민중입니다.
아직 새로운 운영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10월에는 일단 기존 방식대로 진행할까 했는데 하필 이 달에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서 가온빛지기들을 힘들게 하네요. 결국 기존 방식을 포기하고 후보로 선정했던 그림책 목록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10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 순서는 ‘가나다’ 순이며 평점이나 순위와 무관합니다.
- 감나무 아래에서, 박진홍, 최지은, 키즈엠
- 꿈을 만드는 달빛 공장, 존 로코, 다림
- 대추 한 알, 장석주, 유리, 이야기꽃
- 레오틴의 긴 머리, 레미 쿠르종, 씨드북
- 분홍 보자기, 윤보원, 창비
- 비, 이주영, 박소정, 고인돌
- 사자와 작은 새, 마리안느 뒤비크, 고래뱃속
- 아빠, 나한테 물어봐, 버나드 와버, 이수지, 비룡소
- 어느 날, 방글, 정림, 책고래
- 엄마는 누구를 더 사랑해?, 조미영, 조현숙, 주니어김영사
- 외로운 그림자, 클레이 라이스, 같이보는책
- 우리 아빠는 외계인, 남강한, 북극곰
- 이게 정말 나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주니어김영사
- 장난감이 너무 많아, 데이빗 섀논, 나무상자
-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남강한, 책속물고기
- 텅빈 냉장고, 가에탕 도레뮈스, 한솔수북
-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대니 파커, 프레야 블랙우드, 키즈돔
“비”와 “감나무 아래에서”, 그리고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는 비가 내리는 풍경, 감나무 아래에서 느끼는 풍성함과 여유로움 가득한, 그리고 고즈넉하고 쓸쓸하기도 한 가을 풍경, 매일매일이 행복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책들입니다.
참고로 “비”를 쓴 이주영 작가는 ‘우리말 그림책’ 시리즈를 통해 물, 흙, 불, 햇빛, 바람, 구름, 비 등 삶의 뿌리가 되는 순우리말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존귀함을 담아내어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들려줄 예정이라고 해요. “비”는 우리말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계절과 날씨, 빗줄기의 굵기, 그리고 비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붙여진 비의 수많은 고운 이름들을 찾아 보세요.
기다려지는 내일이 있어서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 그림책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중에서
우리 아이들도 가끔식 힐링이 필요하겠죠? “비”, “감나무 아래에서”,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이 세 권은 메시지나 교훈에 대한 부담감 없이 아이들이 편안하게 보고 느끼고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그림책들입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그림 한 장, 아빠와 딸의 즐거운 어느 가을날의 산책…… 이수지 작가가 오랜만에 새 그림책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아빠, 나한테 물어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 버나드 와버(Bernard Waber)의 글을 이수지 작가가 색연필 그림으로 잔잔하면서도 가슴 한 켠이 짠하게 풀어냈습니다. 세상 모든 딸들과 그녀들의 아버지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그림책, 아직 딸이 없는 아버지에겐 딸 하나 키우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 아직 아버지가 아닌 이에겐 아버지가 되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 참고로 이수지 작가는 2016년 안데르센상 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내년에 좋은 소식 기대해봅니다.(2016/01/20 발표된 최종후보자 5명의 명단에 올랐습니다 – 2016/01/23 업데이트)
위 목록엔 없지만 사실 10 월에 새로 나온 그림책 중 가온빛지기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그림책은 김훈 작가의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을 원작으로 한 “진돗개 보리”였습니다. 가온빛지기들 모두 김훈 작가의 광팬들이라… ^^
“진돗개 보리”는 원작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내용을 요약하고 그림을 곁들인 그림책입니다. 이런 류의 그림책들이 사실 대부분 실망을 안겨주기 마련인데 이 그림책은 제법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원작에는 그림책 작가로도 잘 알려진 김세현 작가의 삽화가 담겨져 있는데, “진돗개 보리”도 김세현 작가가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참고로 원작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도 아이들이 읽기에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책 좋아하는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무난히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김훈이라는 대가의 글을 경험하기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판단은 엄마 아빠 몫입니다. ^^
새로 나온 지식 그림책
※ 순서는 ‘가나다’ 순이며 평점이나 순위와 무관합니다.
- 만리장성, 리젠, 씨드북
- 몬드리안을 본 적이 있니?, 알렉산드로 산나, 톡(열림원)
-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 한영식, 남성훈, 다섯수레
- 위대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하루, 포 에스트라다, 책속물고기
- 한강을 따라가요, 박승규, 김찬우, 토토북
“만리장성”은 앞서 출간된 “진시황 병마용”에 이은 ‘샤오밍과 함께하는 중국 문명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11월에 초에 출간된 “자금성”으로 시리즈가 완결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와 함께 흘러왔고 지금 이 순간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한강. “한강을 따라 가요”는 바로 그 한강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나라의 동쪽 끝자락 태백의 산골짜기의 작은 샘 검룡소에서 시작된 우리 민족의 젖줄기 한강이 흐르고 흘러 서해 바다로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알차게 담아낸 그림책 “한강을 따라가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