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9월입니다. 낮에는 여전히 불볕더위가 극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신기합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말이에요. 가족끼리 손 잡고 밤 산책 나가기 참 좋은 계절이죠. 가을은 책 읽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집안에만 있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날엔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책을 찾아 떠나보세요. 꼭 서점과 도서관이 아니어도 좋아요. 집에 있는 책을 들고 야외로 나가 읽어보세요. 집에서만 읽는 것보다 훨씬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풀벌레 소리 배경 음악 삼아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이벤트도 한 번 기획해 보세요. 추억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계절이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9월에 정리한 8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만나 보시겠어요? ^^

2015년 8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 순서는 ‘가나다’ 순이며 평점이나 순위와 무관합니다.


거리에 핀 꽃

거리에 핀 꽃

(원제 : Sidewalk Flowers)
기획  존아노 로슨 | 그림 시드니 스미스 | 국민서관

(추천연령 : 6세 이상 | 쪽수 : 32 | 출간일 : 2015/08/31)

아빠와 함께 길을 걷던 아이가 길거리에 피어있는 꽃 하나를 따갑니다. 아빠를 따라 가는 길 내내 이렇게 아이는 주변에 소박하게 피어있는 꽃들에게 눈길을 주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따서 소중하게 손에 쥐고 걸어갑니다.

그렇게 꽃을 쥐고 걸어가는 아이 눈에 죽은 새, 누워있는 남자, 목줄이 걸린 개, 그리고 가족이 보입니다. 아이는 그 때마다 자신이 소중하게 들고 가던 꽃을 살포시 놓아줍니다. 꽃을 알아보고 꽃을 따가는 소녀만 빨간색으로 그려졌고,  그 밖에는 모두 무채색으로 그려진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꽃을 놓고 간 자리는 그 예쁜 마음이 퍼져 나간 것처럼 화사하게 물들어 갑니다. 나는 오늘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고 어떤 색깔로 물들였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하고 예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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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날

너의 날

글/그림 노인경 | 책읽는곰

(추천연령 : 5세 이상 | 쪽수 : 40 | 출간일 : 2015/08/11)

‘너의 날’이란 어떤 날을 뜻할까요? 네가 태어난 날, 바로 생일을 말합니다.

그림책 “너의 날”은 생일을 앞둔 아이의 설레임과 걱정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예쁘게 담아낸 그림책이에요. 돌아오는 생일에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누구를 초대할지, 초대하지 않은 친구가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친구들이 혹시나 내 생일을 잊은 것은 아닌지, 좋으면서도 떨리고, 그러면서도 기다려지는 그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어요. 시처럼 예쁘고 간결한 글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 그림을 곁들인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 “너의 날”.

혼자 맞이하는 생일이든 아니든, 생일은 아주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소중한 네가 태어난 날이이니까요.^^ 첫 아이를 기다리며 완성했다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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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글/그림 카도 아쥬 | 옮김 엄혜숙 | 푸른숲주니어

(추천연령 : 5세 이상 | 쪽수 : 44 | 출간일 : 2015/08/07)

무심코 눈에 들어온 들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들꽃이 어떻게 피게 되었을까, 혹시 누군가 이곳에 몰래 심어놓고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혹시 해본 적 있나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는 이런 상상을 그림책으로 그대로 옮겨놓았어요. 지천에 흔하게 피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들꽃들, 사실 그 들꽃들은 들꽃 요정 초록이네 가족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몰래 심어놓고 간 것이랍니다. 아슬아슬한 순간, 위태위태한 순간을 요리조리 잘 피해 길가, 담벼락 틈, 전봇대 밑 도시 곳곳 꽃씨를 뿌려주는 초록이네 가족의 부지런함 덕분에 우리는 여기저기 핀 꽃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죠.^^ 초록이네 가족의 부지런한 하루가 따뜻하게 펼쳐치는 그림책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위에서 소개한 “거리에 핀 꽃”과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리뷰 보기


이유가 있어요

이유가 있어요

글/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 옮김 김정화 | 봄나무

(추천연령 : 7세 이상 | 쪽수 : 32 | 출간일 : 2015/08/10)

코 파다 들킨 아이가 엄마에게 핑계를 댑니다. 사실은 코 속에 달린 스위치를 눌러서 ‘신바람 빔’을 쏘려는 것이라구요. ‘신바람 빔’은 사람들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나요.^^ 아이가 둘러대는 말을 엄마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지만 좋지 못한 습관이 어디 하나 둘 뿐인가요? 손톱을 물어 뜯고, 다리를 떨고, 아무데나 손을 문지르고… 그럴 때마다 아이는 엄마에게 말도 안되는 갖가지 핑계를 멋지게 둘러댑니다. 흠, 하지만 아이만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죠. 아이에게 들킨 엄마도 아이 못지 않은 엉뚱하고 재미있는 핑계를 둘러대거든요.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종일관 이어지는 아이와 엄마 사이에 오가는 유쾌한 대화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 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이 그림책을 읽다 보면 나는 내 습관에 대해 어떤 멋진 이유를 만들어 볼까 생각하게 되네요. 그런 습관 하나 없다면 왠지 너무 밋밋하고 건조한 인생을 사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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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에 주목할만한 그림책들

※ 번외
  • 감기책 : 감기에 걸린 웅이, 콧물이 나온다며 투덜대는 코는 지저분한 손 때문에 감기에 걸렸다고 의심했어요. 손은 놀고 온 후 깨끗하게 씻었다고 합니다. 기침이 나오자 입은 웅이가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먹었다고 말했어요. 배는 웅이가 자면서 이불을 안 덮었다고 했구요. 웅이가 감기에 걸린 원인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가는 “감기책”.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 걱정이 따라 다녀요 : 어느 날 아기곰 바바의 머리 위에 작은 구름 하나가 생겨났어요. 바바는 구름을 떼어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모두 써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결국 바바는 한바탕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말끔히 사라져 버린 구름. 바바와 구름을 통해 아이들이 ‘걱정’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 네가 기린이 되든 곰이 되든 우린 널 사랑해 :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의 작가 낸시 틸먼의 그림책입니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너는 너, 엄마 아빠는 그런 너를 응원하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 그림책은 그림 한 장 한 장 아이를 향해 보내는 엄마 아빠의 멋진 응원의 메세지입니다.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멋진 그림책이에요.
  •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 시골에 살고 계신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냥 좋은 아영이, 그런 아영이에게 할머니는 구수한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눠주십니다. 아영이에게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삶 속에 늘 함께 해왔던 다양한 색깔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유래가 담겨 있어요. 해는 희기 때문에 ‘희다’란 말이 왔고, 불이 붉어서 ‘붉다’란 말이 생겨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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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숙
2015/09/04 12:12

감사합니다. 늘 바쁘게만 지내가다 이동영상 보고 한숨 고르게 되었네요 제게 좋은 선물을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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