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야기가 없다면 얼마나 심심할지,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 없는 세상일지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에이, 그런 세상이 있었으려구요… 사람이 세상에 생겨 난 순간 이야기도 함께 뿅~하고 나타났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까요?

오늘은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세상에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해주는 그림책들을 한 번 모아봤습니다. 세상에 이야기가 생겨나게 된 이야기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네요.^^


이야기 귀신
이야기 귀신

이상희 | 그림 이승원 | 비룡소
(발행 : 2012/07/22)

옛날 옛적 사람들만 보면 이야기를 해달라 졸라대는 어느 집 막내딸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야기 귀신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 오면 얼른 종이쪽에다 써서 주머니에 담고 또 담아서 주머니가 볼록해지도록 이야기들을 열심히 모아두었대요.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듣고 모으는 것만 좋아할 뿐 절대 이야기를 나눌 줄은 몰랐더랍니다. 반면 아이의 몸종 아이는 오다가다 들었던 이야기를 늘 종알종알 열심히 이야기를 하곤 했대요.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라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 집안이 혼사 준비로 바쁜데도 막내딸은 여전히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느라 바빴어요.

이야기 귀신

혼례날이 다가 오자 몸종 아이가 막내딸 혼례복을 챙기고 있는데 벽장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래요.  가만 들어보니 막내딸이 종이에 써서 주머니에 가두어 놓은 이야기들이 귀신이 되어 하는 소리였어요.

“주머니에 갇히다니, 이런 답답할 노릇이 있나!”

“이야기는 사방팔방 옮겨 다녀야 하는데, 우릴 가두다니!”

“우리는 가둬 놓고 저는 혼인을 한다니, 어림도 없지.”

“아주 단단히 앙갚음을 해 줌세!”

몸종 아이가 들어보니 이야기 귀신들이 막내 딸의 혼삿날 독이 든 딸기가 되어 아이가 지나갈 때 따 먹을 수 있게 복수를 하겠답니다. 그래도 안 죽으면 독이 든 모란꽃이 되어 죽이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도 피해 간다면 구렁이가 되어 신방에 숨었다가 죽이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혼례날 아침 탐스러운 딸기를 따 먹으려는 막내딸을 가로막고 몸종 아이가 딸기를 밟아 뭉개버렸고, 탐스러운 꽃을 보고 다가가는 막내딸을 보고 몸종 아이가 먼저 나서 꽃을 밟아 뭉개버렸답니다. 혼례를 치루고 밤이 되자 몸종 아이는 평소 밥을 먹이며 아꼈던 두꺼비를 데리고 신방 문 앞을 지키다 한 밤중 구렁이 소리를 듣자마자 얼른 두꺼비를 내려 놓으며 말했죠.

“두껍아,두껍아 우리 아씨 지켜 다오.”

이야기 귀신

두꺼비의 콧김에 구렁이는 죽었고 아침이 밝아오자 온 집안 사람들이 신방을 치우려 모였다가 죽은 구렁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몸종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를 들은 주인어른은 몸종 아이에게 평생 먹고 살 수 있도록 집과 논밭을 내어주었고 몸종 아이는 글도 배우고 막내딸의 이야기 주머니도 얻어서  소문난 이야기꾼이 되었답니다.

지혜로운 몸종 아이가 없었더라면 여전히 세상의 재미있고 신비한 이야기들은 어느 집 주머니 속에 들어가 갇힌 채 나올 수 없었겠죠?

이야기는 잔뜩 쌓아둔 채 혼자만 간직할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흥미로운 이 이야기는 민화풍으로 그려진 그림과 잘 어우러져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글/그림 이억배 | 보림
(발행 : 2008/08/27)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역시 앞서 소개한 “이야기 귀신”과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앞서 소개한 “이야기 귀신”이 여자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면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는 남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달라요.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이야기를 좋아하는 한 아이는 이야기가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 다녔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지 않고 모두 적어 주머니에 넣어 자기 방 벽장에 보관했대요.

여러 해가 지나 아이는 장가를 가게 되었는데 장가 들기 전 날 밤 머슴이 빈 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 들어보니 벽장에 갇힌 이야기들이 하는 소리였답니다. 이야기들은 자신들을 꼼짝 못하도록 벽장에 가둔 아이에게 복수를 하기로 하고 고개 넘어 장가들러 갈 때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것들로 변하여 아이를 죽이겠다고 결심을 했대요. 하지만 이미 머슴이 다 들었으니…이야기들의 복수는 성공하기 어렵겠죠?

머슴은 새신랑 가는 길을 못 따라가게 하는 주인영감의 호통에도 부득부득 떼를 써서 따라갔고, 말을 타고 장가 들러 가는 길에서 이야기들이 복수하려고 변신 한 모든 것들을 지혜롭게 물리치고 새 신랑을 구해줍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야기 주머니를 꺼내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훨훨 날아가도록 해주었대요.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신랑을 위험에서 구해준 머슴은 신랑 집에서 아들처럼 아끼고 살림도 내 주어서 잘 먹고 잘 살다가 나중에 아주 이름 난 이야기꾼이 되었답니다.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 주었을 때 이야기를 많이 주워 들었기 때문이겠죠? ^^

마지막 장면 세상 밖으로 날아가는 이야기들,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 보세요.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다 갇혀 있었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요?

“이야기 귀신”과 전반적인 스토리는 같지만 그림의 느낌이나 세부적인 상황들이 다르니 비교하면서 읽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이야기는 나 혼자만 알고 있으면 안된다. 이야기가 널리널리 퍼질 수 있게 많이 많이 이야기 하고 다녀라…^^  내가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하면서이야기가 자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답니다. 이야기에도 생명이 있기 때문이예요. 이야기는 그렇게해서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살아 숨쉬면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죠. 글자가 생기기 전부터 이야기가 있었고 우리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도 다 이렇게 입으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 덕분이 아닐까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원제: A Story A Story)
글/그림 게일  헤일리 | 옮긴 엄혜숙 | 보림

※ 197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세상  모든 이야기가 하느님인 니야메의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니야메는 이야기를 황금 상자 안에 넣어 옥좌 옆에 두었대요.

꼬마 아이들이 거미 사람 아난스 주위에 둘러 앉았는데, 들려줄 이야기가 없는 아난스는 하느님에게 이야기를 사고 싶어 하늘까지 닿는 거미줄을 짰어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를 사고 싶다는 아난스의 소원을 들은 하느님은 이야기 값으로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표범 오세보와 불처럼 쏘는 말벌 믐보로, 사람 눈에 안 보이는 요정 므모아티아를 데려오라 말합니다.

이야기 이야기

아난스는 말없이 땅으로 내려와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표범 오세보에게 다가가 ‘덩굴로 꽁꽁 묶었다 다시 푸는 ‘꽁꽁 묶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해요.  아난스를 잡아 먹으려던 오세보는 놀이 먼저 하려고 생각했다 꼼짝 없이 덩굴에 묶이게 되었어요.

이야기 이야기

그 다음 아난스는 호리병에 든 물을 말벌 집에 붓고는 비가 온다 소리칩니다. 놀란 말벌들이 집 밖으로 나오자 호리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라 말해요. 말벌 믐보로가 호리병 속으로 쏘옥~들어가자 아난스는 얼른 호리병 주둥이를 막았습니다.

이야기 이야기

마지막으로 요정 므모아티아를 잡기 위해 아난스는 나무를 깎아 작은 인형을 만들어 인형에 끈끈한 고무진을 발라 놓았어요. 그리고 대접에 얌 감자조각을 가득 담아놓았어요. 인형 앞에 놓인 얌 감자를 다 먹은  요정 므모아티아는 인형에게 고맙다 인사를 했어요. 하지만 아무 대답 없는 인형에게 화를 내다 그만 인형에 찰싹 들러붙고 맙니다.

아난스는 자신의 꾀에 빠진 표범과 말벌, 요정을 거미줄에 묶어 하늘까지 데리고 올라갔습니다.

이야기 이야기

하느님인 니야메는 이야기 값을 치룬 아난스에게 이야기를 가져 갈 수 있게 허락합니다.

“지금부터 영원토록 내 이야기는 아난스의 것이며 ‘거미 이야기’라고 불릴 것이니라.”

아난스는 이야기가 담긴 황금 상자를 들고 땅으로 돌아왔고, 아난스가 상자를 열자 모든 이야기들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흩어졌다고 해요.

이 이야기는 내가 했으니까 내 이야기란다.
듣기 좋았든 안 좋았든 말이야.
네가 가질 건 갖고, 내게 남길 건 남기렴.

내가 가지게 된 이야기에서 이야기는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첨가 되겠죠? 이야기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통해 세상을 따라 세월을 따라 전해지며 새로워지고, 다져지며 생명을 이어왔을 거예요.

아프리카 분위기가 잘 담긴 선 굵은 목판화 그림과 어우러져 반복되는 문구를 통해 이야기를 강조하는 아프리카 언어의 묘미까지 잘 살아 있는 그림책 “이야기 이야기”는  아프리카에 전해져 내려 오는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어딘가에 갇혀 있던 이야기가 용기 있는 누군가에 의해 세상에 나와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우리 옛 이야기와 많이 비슷하죠?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퍼져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나라나 아프리카나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 거미 사람 아난스의 또 다른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 거미 아난시


이야기가 맨 처음 생겨난 이야기
이야기가 맨 처음 생겨난 이야기

정해왕 | 그림 김상균 | 좋은책어린이
(발행 : 2008/01/28)

이야기가 맨 처음 생겨난 이야기

세상에 이야기가 없었던 먼 옛날, 한 아이가 산에 밤을 주우러 갔다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커다란 동굴로 비를 피해 들어 갔는데 동굴 깊은 곳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대요. 가만 들어 보니 들으면 들을 수록 재미가 나더랍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재미난 이야기를 마친 동굴은 아이에게 동무를 데려 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약속을 했어요.

“지금 내가 들은 그 재미난 말을 ‘이야기’라고 부르나 보죠?”

“그렇단다. 그게 바로 이야기란다.”

이야기가 맨 처음 생겨난 이야기

이야기의 재미에 빠진 아이는 다음 날 또래 동무를 꼬드겨 함께 동굴에 가서 재미난 이야기를 또 하나 들었어요. 이야기를 마친 동굴은 아이들에게 이번에도 똑같은 제안을 했죠. 동무를 각각 데리고 오면 또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구요. 아이들은 매일 이야기를 들으러 동굴로 갔고 그럴 때마다 따라 가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졌어요.

그렇게 아이들 수가 점점 늘어나 마침내 온 동네 아이들이 모두 동굴로 들어가던 날, 이야기를 마친 동굴 입구에 바윗돌이 굴러 내려 동굴이 막혀버리게 됩니다. 다행히 오줌 누러 잠깐 밖에 나왔던 아이 하나가 이 사실을 동네 어른들에게 알리러 뛰어 갔어요. 모두들 하던 일을 멈추고 동굴로 달려와 바윗돌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가 맨 처음 생겨난 이야기

어렵게 바윗돌을 다 치우고 보니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른들은 깜깜한 동굴 깊숙한 곳까지 아이들을 찾으러 들어갔죠.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서 환한 빛이 보였어요. 그곳은 이야기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어요. 사라진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답니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다시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동굴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잊지 않았고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동안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기도 하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기가 낳은 아이들한테도 들려주었다고 해요.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 ‘이야기’라는 것이 처음 생겨나 지금까지 들려주고 또 들려주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판화로 그려진 그림은 이야기가 처음 생겨난 시절의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해요. 동굴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잘 알려진 우리 옛이야기들이 숨어있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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