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 큰 아이 취급 받게 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요?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첩을 데리고 온 남편과 마주한 부인의 것보다 더 크다는우스개 소리도 있죠.^^ 엄마 아빠 입장에서야 무엇이든 큰 아이보다 서투르기만 한 작은 아이 편을 들게 마련인데, 큰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몽땅 동생에게 빼앗겼다고만 생각하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 동생이 미운 존재, 사라졌으면 하는 존재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맏이를 위한 그림책, 첫째를 위하여!

그림책 속에서 동생을 질투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그리고 있고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 아이와 함께 읽어 보세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을 읽다보면 아이는 어느새 슬며시 웃고 있을 거예요. 그럴때 놓치지 말고 꼭 안아주며 말해 해주세요. “사랑해, 우리 맏이!”


피터의 의자
피터의 의자

(원제 : Peter’s Chair)
글/그림 에즈라 잭 키츠 | 옮김 이진영 | 시공주니어
(발행 : 1996/06/07)

블럭을 쌓으며 놀던 피터는 블럭 무너지는 소리 때문에 엄마에게 꾸중을 듣습니다. 갓난 아기가 있으니 좀 조용히 놀라구요. 피터가 여동생 방으로 들여다 보니 엄마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동생이 누워있는 요람을 가만가만 흔들고 계셨어요. 피터가 살펴 보니 자신이 쓰던 요람인데 분홍색으로 칠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빠는 피터에게 동생 식탁 의자를 칠한다며 도와 달라고 하십니다. 피터가 보니 그 식탁 의자 역시 자신의 것입니다.

피터의 의자

그 뿐이 아닙니다. 자신이 쓰던 침대까지도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본 피터는 화가 났어요. 침대 곁에 피터가 쓰던 의자 하나만 아직 색이 칠해져 있지 않습니다. 화가 난 피터는 가출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피터를 졸졸 따르는 강아지 윌리와 함께 말이죠.

피터의 의자

피터는 과자와 강아지 비스킷, 파란 의자랑 장난감 악어, 피터가 아기였을 때 찍은 사진을 챙겼어요. 그런데 어째 피터가 챙긴 짐들이 영~ 어설프네요. 과자와 의자와 장난감과 사진이라니요.^^ 어째 뼈다귀를 챙긴 강아지 윌리보다도 못한 걸요.(그래도 나름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 생각한 것들을 챙긴 모양이예요.)

피터가 가출한 장소는 어느 집 창문 아래 입니다. 피터는 가져 온 것을 벌여놓고 의자에 앉아 쉬려고 했어요. 자신의 파란 의자를 바라 보는 피터의 뒷 모습, 단단히 화가 난 듯도 하고,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그런데 자신의 파란 의자에 앉으려던 피터는 의자에 앉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냐구요? 피터가 너무 커버렸거든요.(마치 피터가 가져온 아기 때 사진이 ‘저건 나한테나 맞는 사이즈야.’ 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아요.)

피터의 의자

피터가 당황한 채로 서 있는데 그 때 엄마가 창가로 와서 피터를 부릅니다.(앗, 그 창가가 겨우 자기네 집 창가였군요. 멀~~리도 가셨군요. 피터군! ^^)

“피터야,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래? 점심에 아주 맛있는 걸 해 먹을 건데.”

오호, 전세계 엄마들의 공통점, 토라진 아이들을 유혹하는 엄마표 맛난 음식!

피터의 의자

피터가 돌아와 커튼 뒤에 숨어 있다 생각한 엄마는 커튼을 홱 젖혔어요. 하지만 피터는 장식장 뒤에서 짠~하고 나타나며 소리쳤습니다. 엄마가 감쪽같이 속았네요~ ^^

“나 여기 있어요.”

별것 아닌 작은 장난이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순간 피터의 맘이 싸악 풀렸나봐요.

피터의 의자

이제 피터는 어른 의자에 앉았어요. 그리고 아빠에게 말했죠.

“아빠, 아기 의자를 분홍색으로 칠해서 수지한테 줄래요.”

머나먼(?) 곳으로의 가출을 단행한 끝에 자신이 이제 너무 커버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된 피터는 동생에게 물려줄 의자를 스스로 칠했답니다. (피터를 줄곧 따라다니던 강아지 윌리가 분홍색 페인트를 밟고 분홍색 발자국을 남기면서 한쪽으로 퇴장하는 마지막 장면, 참 재미있지 않나요? 마치 이야기의 끝! 갈등도 끝!을 알리는 듯 무대 밖으로 퇴장하고 있어요.)

혼자 받아 오던 엄마 아빠의 사랑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동생과 나누어 가져야만 하는 큰아이 입장은 나누어 갖는다는 개념보다는 빼앗긴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동생이 밉게만 느껴지죠. 게다가 피터처럼 아직 애착이 남아 있는 자신의 물건을 동생에게 물려주게 되면 자신이 자란 것은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마저도 동생이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피터의 의자”는 각 상황마다 피터가 갖게 되는 혼란스러움과 심술이 난 표정으로 피터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어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가진 심리 상태를 누구보다 잘 그려내는 작가 에즈라 잭키츠의 작가적 역량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글은 최소화 하고 그림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엄마와 아이의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역시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이답게 마무리한 “피터의 의자”. 동생이 막 태어나서 혼란에 빠진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세요.^^


동생만 예뻐해!
동생만 예뻐해!

(원제 : Eric, The Boy Who Loses His Gravity)
글/그림 제니 데스몬드 | 옮김 이보연 | 다림
(발행 : 2014/04/11)

동생만 예뻐해!

비 내리는 일요일, 에릭은 기찻길을 만들며 열심히 기차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동생 앨리스가 다가와 자꾸만 방해를 합니다. 제 딴에는 같이 놀자는 의미였겠지만 에릭은 그런 동생이 귀찮기만 해요. 에릭이 애써 만든 기찻길을 망가뜨리거나 탑 쌓기 놀이를 무너뜨리거나 이불 천막까지 따라와 방해를 해요. 그러고는 울면서 엄마에게 달려가는 바람에 에릭만 엄마에게 혼나고 말았죠.

“에릭, 네 방으로 가!”

동생만 예뻐해!

무조건 동생 편만 드는 엄마 아빠 때문에 화가 난 에릭은 너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다 그만 천장으로 튕겨져 올라갔어요. 으아아, 에릭의 표정만으로도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는지 느껴지네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큰아이들은 동생 때문에 억울한 에릭이 마치 폭발할 듯 화를 내다 천장으로 튕겨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지 않을까요?

동생만 예뻐해!

아아악악! 아아악! 소리치며 천장을 달리는 에릭, 지금 당장 내려오라는 아빠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장에서 뛰던 에릭은 점점 더 빨리 달리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동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자 에릭은 기분이 좋아졌어요. 동생이 없는 이 곳, 신나고 행복하고… 야호! 이히! 소리가 절로 나왔죠. 하지만 행복해졌기 때문일까요? 에릭은 붕붕 떠다니다 갑자기 힘을 잃고 나무 위로 떨어지게 됩니다. 나무에 가까스로 매달린 에릭은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가족들도 그리워졌구요.

동생만 예뻐해!

그 때 그토록 얄밉게만 굴었던 동생 앨리스가 에릭을 발견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사다리를 가지고 가서 나무에서 내려온 에릭을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정말 다행이다. 돌아와 줘서 기뻐.”
엄마 아빠가 말했어요.

“저도 엄마랑 아빠를 다시 보게 돼서 정말 기뻐요.”
에릭이 말했어요.

앗, 그런데 이번엔 앨리스가 심상찮은 걸요. 자신에게만 집중되던 사랑을 오빠에게 빼앗겼다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앨리스는 깜빡 잊고 두고온 토끼인형을 찾으면서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오빠 에릭을 구하느라 토끼 인형을 찾는 자신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거든요. 앨리스가 아주 많이 화가 나 ‘으아으아’ 소리치며 몸이 붕 뜨는 순간, 에릭이 달려갔어요.

동생만 예뻐해!

그리고 이렇게 동생에게 토끼 인형을 건네줬죠. ^^ 역시 맏이 답습니다. 앨리스가 날아가기 직전 분노 포인트를 찾아낸 에릭 덕분에 동생은 날아가지 않았네요.

동생은 너보다 어리기 때문에 돌봐줄 일이 많아서 그렇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이 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왠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녀석이 엄마와 아빠를 빼앗아 갔다 생각하는 거죠. 이 책 ‘동생만 예뻐해”에서는 그런 오빠의 억울하고 억눌린 심정이 폭발해 결국 중력을 잃고 천장을 마구 뛰어다니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억울한 큰 아이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쑥쑥 자라는 나무

손태웅 | 그림 오둘 | 더드림주니어
(발행 : 2014/09/29)

유니는 동생 와니가 태어나고부터 행복하지 못했어요. 와니가 자꾸만 미운 짓을 했기 때문이예요. 창가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면 책상위로 뛰어 다니며 장난을 치고, 벽에 지저분한 낙서, 어항 속 금붕어 못살게 굴기… 유니는 와니 때문에 매일매일 속이 상했답니다.

그런데 아빠가 어느날 작은 나무 한 그루를 가져와 유니와 함께 집 앞 뜰에 심었어요. 엄마는 유니에게 와니가 미울 때마다 나무에 물을 줘 보라고 말씀하셨죠.

엄마의 말씀대로 유니는 와니 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기면 작은 나무에 물을 주었어요. 그 때마다 나무는 쑤욱 쑤욱 자라났습니다. 일부러 유니에게 달려와 부딪쳤을 때도 와니에게 소리를 지르는 대신 나무에 물주기, 유니가 아끼는 인형 팔을 부러트렸을 때도 나무에 듬뿍 물주기, 엄마와 와니가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나무에 물주기, 그렇게 동생 때문에 속상할 때마다 나무에 물을 줬어요.

유니가 나무에 물을 줄 때마다 나무는 쑥쑥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유니는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무가 너무 커져서 집을 삼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을 너무 많이 준 걸까?”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고 엄청난 비가 쏟아졌어요. 마을 지붕 몇 개가 날아가고 담벼락이며 산기슭 한 쪽이 무너져 내렸지만 유니네 집에만 아무 일이 없었답니다.

유니가 동생이 미울 때마다 물을 줘서 키운 나무가 바람을 막아주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고 잎들도 다 떨어져 이렇게 힘든 모습을 하고 서 있었답니다.

나무에 이름을 붙여주자는 엄마의 제안에 유니는 나무에게 ‘와니 나무’라고 이름 붙여 주었어요. 유니는 쑥쑥 자란 와니 나무가 자랑스러웠고, 어느새 새끼 손톱만큼 자란 와니도 사랑스럽게 보였대요.

동생이 미울 때마다 물을 줘서 키운 나무는 너무나 커져 어쩌면 집을 삼켜 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했 유니의 걱정과는 달리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낼 만큼 커다랗고 튼튼하게 자라났어요. 그리고 나무가 자란 시간 만큼 유니는 동생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구요. 언젠가 말썽꾸러기 동생 와니도 쑥쑥 자란 나무처럼 유니와 함께 행복한 집을 꾸리는 데 한 몫을 하게 되겠죠? 아빠가 선물로 준 나무는 유니에게 그런 진리를 가르쳐 주었을 것입니다. “쑥쑥 자라는 나무”는 불필요한 존재라 여겼던 동생을 받아들이기까지 유니의 심리 상태를 나무에 빗대어 재미있고,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함께 읽어 보세요.

테마 그림책 : 네가 태어난 날 온세상이 변했단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