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家神) : 우리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

오늘의 테마는 우리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입니다. 세상 모든 것에 생명이 깃들어 있기에 모든 것을 소중히 생각했던 우리 조상들의 정신을 담고 있는 우리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집을 하나의 작은 세상으로 여겨 집안 곳곳에 가족과 재산, 집을 지키는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가신(家神) 신앙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삶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의 하나입니다. 집안이 평안해야 모든 일이 두루두루 평안했다고 믿었던 우리 조상들은 온가족이 모이는 집을 정성껏 가꾸고 보살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자연과 가족 사랑의 정신을 담고 있는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책표지 : Daum 책
우리 집에 사는 신들

글/그림 이유정 | 상출판사

우리 집에 사는 신들“은 우리 조상들과 함께 집안을 지키며 가정의 평안함을 지켜 주었던 집을 지키는 신들을 표현한 대담한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외출하시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엄마와 갓난 동생과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동선을 따라 우리 전통 기와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있는 집안 곳곳을 지키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그려져 있어요.

아버지를 배웅했던 대문에서부터 엄마와 돌아 들어오며 밟는 마당, 할아버지에게 안겨 노는 대청 마루, 엄마가 계신 부엌, 아기가 놀고 있는 할머니 방, 그리고 돌아오신 아버지와 다시 만나는 곳간 앞과 화장실, 어머니가 정화수 올리시는 장독대 옆 우물가까지 사람의 발길이 닿는 집안 곳곳 각자의 역할을 맡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해 준 우리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집을 지키는 신

먼저 집 안 각각의 공간에 존재하는 신이 간략하게 소개가 됩니다.

조왕신
삼시세끼 밥은 잘 챙겨 먹어야지

조왕신이 밥 잘 챙겨먹으라 이야기 해주는 것을 들어 봐서는 조왕신은 식사, 부엌과 연관이 있을 거라 추측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각각의 신들의 모습을 그린 대담한 그림이 인상적인데, 이유정 작가는 스케치를 따로 하지 않고 커다란 전지 사이즈의 크기로 이 그림들을 그려냈다고 하네요. 신들의 모습이 원시 그대로의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이와 대조적으로 신들이 지켜주는 한 가족의 모습은 평온한 일상의 모습으로 그려내 집지킴이 신들이 지켜주는 가족의 평화와 안녕을 그림 속에 잘 표현해 낸 느낌입니다.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조왕신은 부엌 아궁이와 부뚜막을 지키는 불의 신이자 재물의 신입니다. 조왕신은 우리의 어머니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는 신입니다. 조왕신이 지켜준 덕에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렇게 그림책은 앞 페이지에서 수호신의 형상을 보여주고 다음 장에서는 신들이 있는 공간과 그 신이 하는 역할을 좀 더 자세히 들려주고 있어요. 글이 우리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면 그림은 신이 있는 장소와 아이가 있는 공간을 보여주면서 가족의 하루 일과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공간이 아닌 우리와 함께 지내면서 가족을 보호했다는 우리의 전통 집지킴이 신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가족과 일상의 공간에서 늘 사람과 함께 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요.

앞 페이지에서 만난 신이 집의 어느 공간에 있는지 찾아 보는 것도 이 그림책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부엌 아궁이 속 조왕신의 모습 찾으셨나요?)

우리 집에 사는 신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의 구조를 한 눈에 보여주고 각각의 공간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어요. 이 페이지를 보면서 아이가 어떤 곳에 머물렀는지 찾아 볼 수도 있고 또 각각의 공간에 어떤 신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설명이 첨부된 페이지를 통해 우리 전통 집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볼 수도 있구요.

그럼, 그림책 속에 나온 집을 지키는 신들 모습을 한 번 살펴 볼까요?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성주신은 집안에서 가장 굵고 중요한 대들보에 사는 신입니다. 집에 사는 신들을 두루 다스리는 신들의 아버지이기도 해요. 집 지을 때 대들보와 용마루를 받치는 종도리를 얹는 순간 성주신이 태어나고 그 날이 바로 성주신의 생일이 된다고 합니다.

조왕신은 부엌 아궁이와 부뚜막을 지키는 불의 신입니다. 어머니가 부엌일을 하다 실수를 하면 하느님께 일러바치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슬플 때 가장 가까이에서 위로해 주는 신이기도 하대요. 성주신과 조왕신은 부부라고 합니다.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집으로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신인 문신은 대문을 지키는 신입니다. 토주신은 땅의 신이예요. 옛날에는 집을 짓기 시작하는 날은 땅과 집과 집주인이 잘 어울리는 날을 골라서 정했다고 합니다.

삼신은 부부에게 아기를 점지해주고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 일곱 살 때까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돌보아 주는 신입니다. 삼신할미의 너그러운 마음씨를 표현한 듯 부드러운 이미지로 그려졌네요.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업신 주로 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때론 두꺼비나 족제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대요. 복을 주는 신이면서 재물의 신이라고 합니다. 주로 광이나 지붕에 살고 있습니다.

측신은 뒷간에 사는 신으로 화를 잘 내는 신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인기척(헛기침)을 내고 들어가 측신이 화를 내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해요.

천룡신은 장독을 지키는 신이고, 용왕신은 우물을 지키는 신이예요.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등을 소중히 여겼던 조상들의 정신이 잘 드러난 신이 천룡신인 듯 싶습니다. 천룡신은 지역에 따라 철륭신, 천룡신, 지신, 뒤꼍 각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우리는 집지킴이야!
책표지 : Daum 책
우리는 집지킴이야

글/그림 최미란 | 사계절

그림책 “우리는 집지킴이야“는 막둥이 돌잔치 날, 잔치 냄새를 맡고 몰려 온 잡귀들을 집지킴이 신들이 물리쳐 주는 이야기로 우리 집안에 함께 하고 있는 신들의 역할을 재미나게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집을 지키는 신

돌잔치 구경하러 온 잡귀들은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에게 쫓겨 가축을 지키는 우마신, 장맛을 책임지는 철륭신, 곳간을 지키는 업신, 잔치 준비에 바쁜 어머니 뒤에서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그리고 오늘 막둥이가 돌을 맞기까지 돌보아 준 삼신, 집지킴이 가운데 가장 큰 어른 성주신, 터를 지키는 터주신에게 쫓기다 결국 줄행랑을 치고 말아요. 집지킴이 신들이 모두 총출동하여 행여 잡귀들이 잔치를 망치거나 막둥이에게 해코지 하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신들의 이야기는 떠들썩한 돌잔치 분위기와 어우러져 즐거운 분위기를 이뤄냅니다.

우리는 집 지킴이야

오늘의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호신들의 모습은 현란한 색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반해 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모노톤으로 그려졌습니다. 오직 집지킴이 신들이 보호하고자 했던 오늘의 주인공인 돌을 맞은 아기에게만 색상이 입혀져있어요. 작가는 이렇게 색상을 구분함으로써 들려주고자 하는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를 부각되게 하면서 가족들의 눈에는 신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늘 우리와 더불어 지내며 지켜 주지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돌잡이 물건을 고르는 오늘의 주인공 막둥이, 막둥이의 첫 돌을 축하하는 가족들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는 모든 신들 역시 가족들만큼이나 기뻐하며 가까이서 지켜 주고 있음을 이렇게 풍성하고 행복한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집 지킴이야

귀신은 좀 으스스하고 무서울지 모르지만 집지킴이 신들만큼은 아주 듬직하네요! ^^

그럼 이 그림책 속에서는 각각의 신들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우리는 집 지킴이야

문 앞에서 잡귀를 쫓는 문전신. 한 해 동안 농사와 집안의 가축들을 돌보는 우마신, 막둥이네 장맛을 책임지는 철륭신.

신들의 이름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리기도 한답니다. 문전신은 문신과 같은 신이예요. 철륭신은 천룡신으로 불리기도 한대요.

우리는 집 지킴이야

가족들이 모두 열심히 일해 마련한 쌀이며 씨앗, 온갖 살림살이 보관하는 곳간은 업신이 지키고 있는데요. 업신은 가족들이 게으름을 피우면 훌쩍 떠나간다고 하네요. 게으른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업신이 떠나갔기 때문이었군요. ^^

조왕신은 앞서 소개했 듯 부엌을 지키는 신이예요. 부엌이 지저분하거나 살림솜씨가 서툴면 조왕신은 옥황상제에게 바로 일러바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살림할 때 늘 특별한 힘을 보태 주는 신입니다.

삼신은 아기가 태어날 곳을 정해주고 잘 자라도록 돌보아 주는 신이죠.  삼신은 아기가 태어날 때 엄마 뱃속에서 빨리 나가라고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바람에 아기 엉덩이에 파란 멍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 입니다.^^

우리는 집 지킴이야

지킴이 가운데 가장 큰 어른 성주신은 넓고 탁 트인 대청 마루에서 집 안을 훤히 둘러 보는 신입니다.

터주신은 말 그대로 터를 지키는 신으로 집터 뿐 아니라 가족들의 논과 밭까지 지키는 신이라고 해요.

해학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신들의 모습까지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책 “우리는 집지킴이야“는 집지킴이 신들이 왠지 더욱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책표지 : 책읽는곰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글 박수현 | 그림 윤정주 | 책읽는곰

시골 집이 살아났어요“는 시골로 이사를 한 세 쌍둥이 강이, 산이, 들이의 이야기를 통해 오랫동안 빈 집을 조용히 지키고 있던 집을 지키는 신들이 깨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집을 지키는 신

아래층도 없고 위층도 없는 시골집은 숨을 데도 많고 찾을 곳도 많아 술래잡기를 하고 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세 쌍둥이는 어디선가 나타난 묘한 느낌의 할머니와 함께 술래잡기 놀이를 시작했어요. 마루를 쿵쾅 거리며 뛰어다니고 우물 속에 돌을 던지고 놀기도 하고 숨을 곳을 찾느라 항아리를 뒤지고, 커다란 대문에 매달리며 그네를 타기도 했죠. 그 때마다 할머니는 세 쌍둥이들을 따라 다니며 누군가를 걱정하면서 혀를 끌끌 차십니다.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엄마 아빠는 모임에 가고 없는 날, 세 쌍둥이는 빈집 여기저기를 신나게 휘젓고 다니다 뒤가 급해져 쿵쾅거리며 달려가 뒷간 문을 활짝 열어젖혔답니다. 그바람에 깜짝 놀란 뒷간 귀신이 화가나 아이들을 쫓아오기 시작했어요. 잔뜩 성이 난 뒷간 귀신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상상한 그 모습이 맞는지 나중에 그림책에서 꼭 확인해 보세요~ ^^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뒷간 귀신을 피해 달아나던 아이들은 집안 곳곳에서 집안을 지키던 신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오랫동안 조용하게 지냈던 집지킴이 신들은 세쌍둥이가 이사 오면서 너무 요란하게 노는 바람에 화가 났지만 삼신 할머니의 도움으로 신들의 노여움을 풀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세 쌍둥이를 따라다녔던 묘한 느낌의 할머니는… 바로 삼신 할머니였군요! 스토리만으로도 삼신 할머니의 역할은 아이들 머리에 쏙 들어오겠네요. ^^

시골집이 살아났어요“에서는 집을 지키는 신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 볼까요?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아래에서 올려다 보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식의 다양한 구도로 그려진 각각의 신들은 무속신앙 속 신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살짝씩 변형된 모습입니다.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특히 성질이 괴팍하다 알려진 측신의 모습은 예쁘장한 모습으로 그려졌어요.^^ 이 그림책에서는  집안으로 못된 귀신이나 나쁜 기운이 못 오게 살피는 바래기가 나옵니다. 바래기는 신이 아닌 지붕에서 독수리나 도깨비 얼굴을 한 기와를 말해요.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용왕은 강이나 바다에 사는 신인데요. 우리 조상들은 이 용왕신이 집이나 마을의 우물에도 깃들어 있다고 믿었답니다. 집안 우물을 지키는 용왕은 물맛을 지켜주고 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답니다.

장독에 살면서 장맛을 지키는 철융은 앞서 소개한 천룡신이나 철륭신과 같은 신입니다. 뒤꼍각시라고도 불렸던 철융신은 뒤꼍을 지키는 신이기도 합니다.

시골 집이 살아났어요
그림책 “시골집이 살아났어요”의 앞쪽 면지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그림책 “시골집이 살아났어요”의 뒷쪽 면지

강이, 산이, 들이가 사는 시골집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린 앞쪽 면지엔 옛 집의 구조를 알 수 있도록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뒷쪽 면지엔 똑같은 그림에서 설명만 쏙 빠져 있어요. 그림책을 다 보고 난 뒤에 뒷쪽 면지만 보면서 어떤 공간인지, 이곳에는 어떤 신이 살고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알아맞추기 놀이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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