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자식을 둘이나 키우는 아빠가 되었지만 아직도 어머니를 ‘어머니’란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50대가 되면 자연스레 ‘어머니~’하고 부르게 될까요? 어쨌건 아직은 ‘엄마’라 부르는 게 더 편하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고,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우리 엄마.

자라는 동안 엄마는 뭐든 원하기만 하면 다 내어주는 아낌 없이 주는 나무였고, 도저히 안될 것 같던 일들도 엄마가 나서면 술술 다 풀리는 원더우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을 낳아서 기르며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나를 키우며 어떤 마음이셨는지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건강하실 때 조금이라도 더 맛난 것 드시게 해 드리고 싶고, 좋은 곳 구경 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언젠가는 가슴 사무치도록 그리운 어머니가 될 테니 말입니다.

‘엄마~’하고 부르던 호칭이 ‘어머니~’하고 부르게 되듯 엄마를 향한 아이들의 마음도 자라게 마련이겠죠.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나는 과정을 담은 세 권의 그림책 골라봤습니다.


엄마 모습

엄마 모습

(원제 : Mum)
글/그림 마리아나 루이스 존슨 | 옮김 서석영 | 풀과바람

“엄마 모습”은 알록달록 풍부한 색감의 그림들이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예쁜 그림들 속엔 엄마의 위대한 사랑이, 엄마의 사랑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엄마와 자식 간에 흐르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끈끈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엄마 모습

엄마……
세상 모든 엄마는요 포근한 집이에요
아주 부드럽고 둥근 편안하고 걱정할 게 없는
행복한 곳이죠

엄마는 날 낳아 주셨어요
아주 작고 조그맣게
그리고 내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걸 먹여 주셨죠

엄마가 즐거울 땐 새들도 노래해요
하지만 엄마가 화나면 폭풍이 몰려와요

엄마는 모래성과
해님, 별님과 달님 이야기를
멋지게 꾸며 들려줘요

엄마는 아이를 놓치면
강물처럼 많은 눈물을 흘려요
하지만 함께 있으면
정글도 무섭지 않아요

엄마 모습

엄마는 지금 내게 시를 읽어 주고 있어요

엄마는 아주 많은 일을 해요……
정말 대단해요!

간결한 글과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그림이 대조를 이루며 엄마와 아이들간에 흐르는 깊고 깊은, 그리고 다정다감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림책 “엄마 모습”, 우리 아이들이 부르는 세상 모든 엄마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엄마를 산책 시키는 방법

엄마를 산책 시키는 방법

(원제 : Comment Bien Promener Sa Maman)
클로딘 오브룅 | 그림 보비+보비 | 옮김 이정주 | 씨드북

“엄마를 산책 시키는 방법”은 펜 끝으로 슥슥 그린 그림과 손글씨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마치 커피향 그윽한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떨어지는 벚꽃잎 바라보며 마음 가는대로 슥슥 그린듯한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엄마를 산책 시키는 방법

나는 엄마를 산책 시키길 좋아해요.
산책은 엄마한테 좋은 거니까요.
엄마도 숨을 쉬어야 해요.
바람도 쐬어야 하고요.
좀 움직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아이 키우랴 집안일 돌보랴 시간이 어떻게 가는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 엄마, 하루 온종일 엄마만 찾아대며 떼만 쓰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엄마를 위해 산책을 준비합니다.

엄마를 산책 시키는 방법

난 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쉬는 했는지,
간식은 챙겼는지 물어요.
난 엄마가 외투를 입었는지,
모자를 썼는지
손가락이 뚫린 장갑은 꼈는지,
목도리는 둘렀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요.

난 엄마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엄마는 자주 정신을 딴 데 팔거든요.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조금 더 그림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왠지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들입니다. 언제나 노심초사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 따끔하기보다는 푸근한 엄마의 잔소리……

꼬맹이들이 “엄마를 산책 시키는 방법”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개구쟁이 사내 녀석들은 책에 나온 그대로 엄마를 산책 시키겠다며 요란을 떨어댈 듯 하고, 새침한 공주님들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보다 엄마랑 눈 마주치면 살포시 웃음지을 것 같습니다. 아이 손에 이끌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천연덕스러운 엄마의 모습은 사실 자기 자신의 모습이고, 엄마가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 애타하는 아이의 모습은 바로 엄마의 모습이니까 말이죠.

사춘기를 지나보낸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엄마에게 고마움, 미안함을 함께 느끼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마도 이번 주말에 아침 겸 점심 챙겨 먹고 나서 엄마에게 이런 말 건네지 않을까요? “엄마, 우리 산책 갈까?”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엄마 아빠들도 마찬가지일테구요~ ^^


엄마에게

엄마에게

글/그림 서진선 | 보림

“엄마에게”는 한국 전쟁 당시 어머니와 형제들을 이북에 남겨둔 채 아버지를 따라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온 한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한평생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며 ‘바보 의사’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장기려 박사입니다. 서진선 작가는 장기려 박사의 그리움 가득한 가족사에 대한 글을 읽고 아버지를 따라 홀로 내려온 둘째 아들 가용에게 유독 마음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둘째 아들 가용의 입장에서 만들어낸 그림책이 바로 “엄마에게”입니다.

엄마에게

아빠와 단둘이 고향을 떠나 피난을 온 아이는 늘 먼 바다 먼 하늘만 하염없이 쳐다봅니다. 의사였던 아빠는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낡은 천막을 세우고 병원을 차린 뒤 전쟁으로 인해 다친 사람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어린 아이는 매일매일 보고 싶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혼자서 달래야만 했습니다.

엄마에게

전쟁은 끝이 났지만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어 아이는 엄마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날 엄마에게서 소포가 왔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전해진 소포에는 사진과 봉선화 씨앗, 그리고 엄마가 불러서 녹음한 ‘봉선화’ 노래 테이프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 사진을 꼭 끌어안고 잠자리에 들었고, 엄마 생각에 밤새 울었습니다. 병원 일에 정신없던 아빠도 그날 밤만큼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없이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내고자 그동안 그토록 병원 일에 매달려 왔던거겠죠.

엄마에게

아이는 엄마가 보내준 봉선화 씨앗을 옥상에 정성껏 심었고 이듬해 봄 옥상에는 봉선화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봉선화꽃 가득한 옥상에서 엄마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엄마 품안에 안겨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장기려 박사는 끝내 아내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남북 이산 가족 만남이 몇차례 진행될 때 정부에서 특별히 만남을 주선하려고 했지만 박사님은 모두가 그리운 이산 가족인데 자신만 따로 특혜를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었다고 해요. 결국 박사님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셨고 나중에 아들 가용만이 늙으신 어머니를 만나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엄마에게”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에만 존재하는 이산 가족들의 애달픈 마음을 엄마를 그리워 하는 한 아이를 통해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야 어디 이산가족 뿐이겠습니까. 아이 때는 하루만 떨어져 있게 되어도 보고 싶은 엄마, 나이 먹고 철 들고 나서는 손이라도 한 번 따뜻하게 잡아 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 그리움만 쌓이게 되는 어머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 “엄마에게”입니다.


※ 함께 읽어보세요

어버이날 특집
1. 엄마에게 들려 주는 노래
2. 아버지, 사랑합니다!
3.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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