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5/05/06
■ 마지막 업데이트 : 2017/05/05


아내가 가끔 저와 아버지 사이를 보며 이상하다고 하곤 합니다. 연애할 때도 그렇고 결혼 후 딸아이와 살갑게 지내는 것도 그렇고 전혀 무뚝뚝한 사람이 아닌데 아버님과 함께 있을 때는 어쩜 그렇게 말이 없냐고 말이죠. 음… 그러게요… ^^ 그런데, 이상한 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 역시 우리 누이랑 있을 때는 멀쩡하게 이야기 잘 하시면서 꼭 저하고만……

그렇다고 저희 부자지간에 뭐 어색하고 서먹하다거나 반목이나 갈등이 있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자라면서 아버지와 흉허물 없이 지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등산도 같이 다니고, 가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소주도 한 잔 할 정도로 나름 다정한(?) 사이인데…… 우린 지금껏 이게 당연한 것처럼 늘 편하게 지내왔었는데 집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부터 이따금씩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것도 같고 말이죠… ^^ 뭐… 세상 모든 아버지와 아들 간의 관계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돌아보면 아주 어릴 적엔 저 역시도 분명 아빠 앞에서 재롱을 떨었을 테고, 아버지 역시 그런 저를 얼러가며 귀여워 하셨을 텐데… 우리 부자는 언제부터 서로 말 없이 텔레파시만 주고 받는 사이가 된 걸까요? 저 역시도 이 다음에 나이 먹으면 딸아이와는 다정하게 얘기하다가도 아들 녀석과는 텔레파시만 주고 받게 될까요?

오늘 소개하는 세 권의 그림책 중 “마이볼”이란 그림책을 보면 저만 이런 상황인 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아빠가 되어보니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지나오셨는지 알겠더군요. 지치고 힘들어도 누구에게도 내색 못하고 늘 든든한 가장의 자리를 지켜내야 했던 아버지의 세월, 이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고마운 마음을 역시나 텔레파시로 내 아버지에게 전해 봅니다! ^^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빠는 놀이터

아빠는 놀이터

글/그림 김미경 | 상상의힘

그림책 표지 속 아이는 왜 시무룩할까요? 놀이터에 나가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놀이터

상상력 풍부하고 그림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심심한 걸 잘 모르죠. 빗속에 갇힌 놀이터를 창밖으로 내다보며 시무룩했던 아이는 어느새 재미난 놀이를 발견합니다. 바로 아빠죠. 소파 위에 늘어지게 드러누워서 휴일의 한가함을 한껏 즐기고 있는 아빠를 발견한 우리 아이. 책 읽다 잠든 아빠 발가락도 간지려 보고 귓가에 대고는 소근소근대며 자신의 놀이 세상으로 아빠를 끌어들이는 모습이 영락없이 우리 딸내미 같습니다.

결과는 모두들 잘 아시죠? ^^

아빠는 놀이터

아빠는 놀이터

아빠는 놀이터

미끄럼틀 타다 싫증나면 그네도 되어 주고, 비행기도 되어주는 슈퍼 멀티 변신형 놀이터…. 뭐 이 정도는 아이 키우는 집이면 누구나 하나씩 있잖아요~ 바로 아빠표 놀이터. ^^

아빠는 놀이터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인걸 확인한 아이는 손가락 하나로 아빠 놀이터를 어느새 놀이터 안전 요원으로 변신시켜버렸습니다. 그저 손가락 끝으로 창밖의 놀이터를 가리키기만 하면 아빠가 알아서 척척 변신하니까요~

“아빠는 놀이터”는 글 없는 그림책이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에서 아빠 비행기를 타며 신나하고 아빠 그네를 타며 재미있으면서도 살짝 무서운듯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의 표정 변화를 잘 살려낸 그림, 그리고 아빠와 아이 사이에 흐르는 다정한 기운이 묻어나는 포근한 색감만으로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끔 주말에 아이에게 시달리고 나서 투덜 거리면 선배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하는 말, ‘아이가 놀아줄 때 열심히 놀아줘라! 아빠 찬밥 신세되는 건 시간문제니까~’ 정말 그럴까요? 아빠 허벅지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우리 딸내미가 아빠를 배신하는 날이 올까요? ^^

비오는 날 오후 아빠와 딸아이의 다정한 한 때를 포근하게 담아낸 그림책 “아빠는 놀이터”였습니다.


아빠, 괜찮아요

아빠, 괜찮아요

(원제 : There, There)
글 샘 맥브래트니 | 그림 이반 베이츠 | 옮김 우현옥 | 아라미

아빠, 괜찮아요

아기 곰이 장난치다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어요.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아빠 곰이 얼른 아기 곰을 구해줬지요. 다친 곳에 반창고도 붙여 주고 ‘호오~’하고 불어주는 것도 잊지 않은 아빠 곰, 마지막으로 아기 곰을 꼭 안아줬습니다. 아빠 곰의 치료 3종 콤보셋트로 아기 곰은 툴툴 털고 일어나서는 또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하루 종일 아기 곰은 숲 속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실수를 하거나 다치게 되고, 그럴 때면 언제나 아빠 곰이 나타나서 아기 곰을 구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줍니다.

아빠, 괜찮아요

그러다 아기 곰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아빠 곰을 발견합니다. 아기 곰은 아빠에게 달려가서 어쩌다 다쳤는지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그리고 엄마 곰이 아빠 곰의 상처를 치료해줍니다. 엄마 곰이 치료하는 동안 걱정스레 아빠 곰을 바라보던 아기 곰은 아빠에게 다가갑니다.

아빠, 괜찮아요

그리고는 아빠 곰을 꼭 안으며 말했습니다.

“아빠! 호오, 호오! 다 괜찮을 거예요.”

그럼요! 아기 곰이 아빠를 꼭 안아주는 순간 아빠 곰의 상처는 씻은 듯 다 나았을 겁니다!

아이에게 아빠란 어떤 존재인지를, 또 아빠에겐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아주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아빠, 괜찮아요”, 늘 어리광만 부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 엄마 아빠를 걱정하거나 배려해주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느끼게 되는 엄마 아빠의 감동을 참 잘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마이볼

마이볼

글/그림 유준재 | 문학동네

“마이볼”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거리가 언제쯤 벌어지기 시작하는지, 그 거리는 얼마나 멀어지는지를 자로 잰듯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물론, 이 거리는 그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거리일 뿐 부자지간의 반목이나 갈등을 뜻하는 건 결코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

마이볼

아빠들은 모두 생생하게 기억할 겁니다. 야구 배트와 글러브, 그리고 야구공을 갖게 된 날의 벅찬 감동을. 야구배트는 혹시라도 쓰러질까봐 책장 옆에 기대어 반듯하게 세워두고, 글러브 길들인다며 온몸의 무게를 실어서 꾹꾹 눌러가며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자꾸만 웃음이 나던 그날의 기억 말입니다.(저희 아버지는 가죽 물러진다고 바세린 못바르게 하셨었는데, 작가는 글러브에 바세린을 듬뿍 발랐다는 점만 좀 다르네요~)

마이볼

그날 이후 일요일이면 우리 집 작은 마당은 야구장이 되었다.
형은 타자, 나는 투수, 아버지는 포수 겸 감독

이렇게 아버지와 나와 형은 주말이면 함께 야구를 했고, 땀으로 흠뻑 젖으면 함께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기도 했죠. 그런데, 야구 공 하나로 가까워졌던 부자지간이 야구 때문에 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프로야구가 생기자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했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나는 두산 베어스를 응원했거든요.

마이볼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는 공교롭게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고 말았습니다. 상대방을 마주한 채 서로 노려보는 투수와 타자, 그리고 그 사이에 느껴지는 아득한 거리감… 마치 아버지와 나 사이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내 볼의 속도가 점점 불어 갈수록 아버지와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린 야구를 전혀 하지 았았다.

아들이 자라서 사내가 되어 갈수록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기 마련인가봅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야 할 가장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사내의 삶이라고 굳이 본다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 현상일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영역을 일궈가는 과정일테니 말입니다.

마이볼

아빠가 아주 높이 던질 테니까 한 번 잡아 봐.
잡을 수 있겠으면 ‘마이볼’ 하고 크게 외쳐.
내가 잡겠다는 뜻이니까.

어쩌면 아버지는 야구를 가르쳐 주던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바램 아니었을까요? 씩씩하게 자라서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는 사내로 성장해가기를,

‘마이볼!!!!!’

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외치는 사내로 살아가기를 말입니다.


“마이볼” 활용한 책놀이 : 신문지로 종이 글러브 만들기


※ 함께 읽어보세요

※ 목록 중 빈 칸은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그림책을 2017년 5월 5일 삭제하여 생긴 것입니다.(삭제 근거 : 앞으로 시공주니어 그림책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어버이날 특집
1. 엄마에게 들려 주는 노래
2. 아버지, 사랑합니다!
3.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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