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특집 3.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 발행 : 2015/05/06
■ 마지막 업데이트 : 2017/05/05


그림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닐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 아이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니까요.

저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제각각의 추억들을 갖고 있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두 단어에 깃든 모두에게 공통된 정서는 아마도 ‘여유로움’ 아닐까요? 아버지에겐 늘 엄하기만 하셨지만 손주인 내 앞에서는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할아버지, 떡 한 번 하더라도 엄마가 하면 딱 우리 식구 먹을 만큼만 하고 말지만 할머니가 했다 하면 온동네 잔치가 벌어지곤 하던 것 처럼 엄마 아빠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여유와 넉넉함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의 삶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사랑을 담은 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그 의미를 다시금 새겨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할머니의 아기
책표지 : Daum 책
할머니의 아기

윤재인 | 그림 하수정 | 느림보

할머니의 아기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내가 처음 세상에 오던 날
“정말 어여쁜 딸이네요!”

내 배에 가느다란 끈
그 끈을 끊자
내가 울음을 터뜨렸어

새근새근 잠든 나
내 볼에 댄 손가락에서
사랑이 흘러나왔어
따뜻한 물 같은

엄마는 가만히 눈을 감고
처음 세상에 온 날을 생각했대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지
눈에서 나오는 물은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거래
배에서 이어졌던 끈 대신
엄마와 나를 이어주는 따뜻한 눈물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
우리는 정말 꼭 닮았어

아내가 첫 애를 낳던 날 장모님께서 아내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가, 착하지? 엄마 힘들지 않게 얼른 나와야 한다, 아가!’ 하며 기도하듯 중얼거리는 걸 보며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딸을 키워보니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그때 장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웠을 딸인데, 여리디 여린 유리잔 같기만 했던 그 딸이 산통을 겪는 모습을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6년 후 뱃속의 아기에게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던 장모님은 집사람 입으로 들어가던 것까지 낚아채서는 우리 딸내미 입에 쏙쏙 넣어주고 계십니다. 뒷전으로 밀려난 우리 집사람이 장모님께 투덜거려보지만 장모님은 그저 시큰둥하게 잠깐 쳐다보다 이내 손주 딸내미에게로 고개를 돌려 버리십니다.

세월이 또 흐르고 흘러 우리 딸아이의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제 아내도 뱃속의 아기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 날이 오겠죠?

새하얀 종이 위에 연필 자국이 수없이 지나치고 또 지나치면서 만들어낸 그림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련함을 전해줍니다. 아마도 살아오며 할머니가 흘리신 눈물의 나날들, 아내가 딸아이를 키우며 보이지 않게 흘리는 수많은 눈물의 자욱들, 그리고 언젠가는 딸아이도 흘리게 될 눈물들이 담겨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래서 더욱 마음이 짠한 그림책 “할머니의 아기”, 하지만 결코 슬픔과 고통의 눈물이 아니라 새로운 날을 꿈꾸는 희망의 눈물이기에 세상의 모든 할머니와 엄마와 아기들에게 바치는 그림책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
책표지 : Daum 책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

(원제 : Een Opa Om Mooit Te Vergeten)
베터 베스트라 | 그림 하르멘 반 스트라튼 | 옮김 조수경 | 여명미디어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은 절판된 책이지만 워낙 좋은 그림책이라 가까운 도서관에서 한 번쯤 빌려 보시길 권합니다.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 그 이상의 감동이 있는 그림책이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요스트는 방에 홀로 남아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탁자를 엎어놓고 해적선이라며 커다란 돛과 빨간색 깃발을 매달고는 외다리로 선 채 해적 선장인 손자 곁을 늠름하게 지키고 서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심지어 아빠를 붙잡아 돈을 빼앗기도 했대요. 감자 튀김을 사 먹으려고 말이죠. ^^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언제나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과 함께 합니다. 때로는 해적선의 빨간 깃발로, 때로는 도시락 주머니로, 자전거를 배우다 넘어져 다쳤을 때는 상처를 싸매는 붕대로 할아버지와 함께 한 매 순간 순간마다 다양한 역할로 할아버지와 요스트를 이어주던 빨간 손수건. 할아버지 댁에 가기 전 날이면 요스트는 늘 할아버지께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들 사놓는 것 잊지 말라고 말이죠.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늘 빨간 손수건에 매듭을 지어 두셨대요. 손자와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표시로 말이죠.

이제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은 할아버지를 잊지 않기 위한 매듭이 되어 요스트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빨간 손수건을 높이 쳐들고 할아버지의 무덤가를 찾은 요스트의 귀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저기, 저 수평선 멀리 아득히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의 해적선 아닌가!
머나먼 바다로 떠나가고 있군.
언제나처럼 돛대 위에서 망을 보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를 뵐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적 놀이를 하고서
빼앗은 보석과 술통, 돈 같은 걸 나눌 때면
난 여전히 들을 수 있지.

“요스트, 너는 용사다!”
나를 향해 외치시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어어이!

요스트는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에 새 매듭을 지으며 마음 속으로 외칩니다.

“할아버지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내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 간의 가장 보편적인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그림책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 명작은 세월이 오래 지날 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나봅니다. 기회가 되면 아이와 함께 읽어 보시길 거듭 추천합니다!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책표지 : Daum 책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원제 : Madame Cerise Et Le Trésor Des Pies Voleuses)
글/그림 상드라 푸아로 셰리프 | 옮김 문지영 | 한겨레아이들

까치가 기억을 물고 갔다는 표현이 참 멋지죠? 재미난 건 까치는 할머니의 소중한 것들만 꼭 물어간다는 사실. 물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 손주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들까지도 말이죠. 할머니의 기억을 물어간 까치의 보물창고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곳엔 아마도 할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만 간직되어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나오지 않지만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처럼 구는 할머니와 그런 아내를 자상하게 돌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그림책이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자식과 손주들의 시각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바라보지 않고 당사자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비록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기는 하셨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그림책 “까마귀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놓치지 마세요!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리뷰 보기


※ 함께 읽어보세요

※ 목록 중 빈 칸은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그림책을 2017년 5월 5일 삭제하여 생긴 것입니다.(삭제 근거 : 앞으로 시공주니어 그림책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어버이날 특집
1. 엄마에게 들려 주는 노래
2. 아버지, 사랑합니다!
3.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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