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여름 방학이 기다리고 있고, 어른들에게는 꿀맛 같은 휴가의 계절, 어디로 갈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휴가처럼 짜릿 달콤하고 짭쪼름한 바다 바람처럼 시원한 여름 그림책 여섯 권 골라봤습니다. 시원하게 감상하면서 어느 때보다 멋진 여름 보내세요~

재미난 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묘하게 여섯 권 중 네 권이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사실입니다. “알록달록 펭귄”,“헤엄치는 집”은 글자가 있긴 하지만 거의 없구요. 무더운 여름 그림만으로 시원해질 수 있어서 참 좋네요. ^^


나무집

나무집

(원제 : De Boomhut)
그림 마리예 톨만, 로날트 톨만 | 여유당
(2010/06/10)

※ 2010년 볼로냐 라가치상 최우수상 수상작(픽션 부문)

시원한 여름 그림책 첫번 째는 “나무집”입니다. “나무집”은 북극곰이 커다란 고래 등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멋진 표지 그림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무집

북극곰이 찾아간 곳은 물 위에 서있는 소박한 나무집이었어요. 북극곰이 먼저 도착한 나무집에 어느 날 갈색곰이 찾아옵니다. 갈색곰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던 북극곰. 시간이 흐르자 나무집 아래 흐르던 물이 말라버리고 땅이 드러났어요.이제 나무 집에는 하늘에서 땅에서 친구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플라밍고 무리와, 코뿔소, 하마, 판다, 공작새 등이 나무집을 찾아왔어요.

나무집

모두가 어울리며 달콤한 휴식에 취해있는 나무집. 나무집은 누구나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고 또 누구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나무집

나무집에서 휴식을 취했던 친구들이 떠나갑니다. 모두들 행복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서요. 친구들이 떠나는 모습을 북극곰과 갈색곰이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고 있어요.

나무집

친구들이 떠나간 나무집에는 북극곰과 갈색곰만 남았습니다. 두 친구는 나무집에 남아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바라보며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나무집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지내면서도 누구하나 불편을 호소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동물 친구들, 나무집은 어쩌면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나무집” “짝짝이 양말”, “로켓 펭귄과 끝내주는 친구들” 을 그린 마리예 톨만의 그림에 그녀의 아버지 로날트 톨만이 에칭 기법으로 배경을 마무리해 함께 작업한 작품인데요. 마리예 톨만의 편안한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마도 한눈에 알아봤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글 없이 그림만으로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들려주는 그림책 “나무집”은 2010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날씨와 계절, 하루의 일과에 따라 다채롭게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지쳤을 때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 갈 수 있는 이런 곳이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수영장

수영장

그림 이지현 | 이야기꽃

수영장

한 소년이 텅빈 수영장에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보이기도 하고 조금 외로워 보이기도 해요. 그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수영장에 첨벙첨벙 뛰어들었어요. 한산했던 수영장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졌어요.

수영장

수영장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소년은 사람들을 피해 물속 깊이 잠수해 들어갑니다. 수영장 깊은 곳에서 한 소녀가 소년을 반갑게 맞이해 줬어요.  둘은 함께 물 속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고 그 곳에서 멋진 세계를 만납니다.

수영장

뾰족뾰족한 물고기, 길쭉길쭉한 물고기, 악동같은 표정을 가진 재미있는 물고기, 그리고 거대한 하얀 고래와도 만났어요. 물속 깊은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물고기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영장 물 밖으로나왔어요. 때마침 수영장에서 놀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수영장을 떠나갑니다. 두 아이도 서로 눈 인사를 나누었어요.

모두가 떠난 텅 빈 수영장, 서둘러 돌아가던 한 아이가 무언가 이상한 듯 뒤를 돌아보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수영장 안에서는 소년과 소녀를 맞이해주었던 물고기들이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네요. 이제 이 이야기는 수영장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 또 다른 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지겠죠?

수영장 수면 위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펼쳐낸 그림책입니다. 특히 심연에서 만나는 아름답기도 하고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갖가지 생명체들은 그림을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됩니다. 커다란 흰고래의 눈과 마주할 때는 왠지 모를 경건한 마음도 드네요. 그림만으로도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원한 여름 그림책 “수영장”, 그 하얀 여백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시간 상자

시간 상자

(원제 : Flotsam)
그림 데이비드 위즈너 | 베틀북

※ 2007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시간 상자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던 소년은 파도가 밀려간 자리에서 낡고 오래된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소년은 카메라 속에 들어있는 필름을 사진관에서 인화해 해보았어요. 인화된 사진속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진기한 바닷속 풍경들이 찍혀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대체 누가 찍었을까 싶을 만큼 놀랍고 신기한 사진들, 하지만 가장 신기했던 것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수줍게 웃고 있는 한 소녀의 사진이었어요.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진 속에는 또 다른 소년이 사진을 들고 있고, 그 사진 속 소년 역시 사진을 들고 있는 식으로 끝없이 누군가의 사진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시간 상자

사진 속 사진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현재의 시점에서 계속 과거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자신도 인화한 사진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카메라를 바다로 돌려줍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다시 이 카메라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소년의 눈에서 사진기의 눈으로, 다시 물고기의 눈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펼쳐지는 그림들을 통해 환상 세계로의 여행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는 시원한 여름 그림책 “시간 상자”입니다.

▶ “시간 상자” 리뷰 보기


알록달록 펭귄

알록달록 펭귄

글/그림 김수진 | 반달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가로로 길쭉한 판형으로 제작된 독특한 그림책 디자인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시원한 여름 그림책 “알록달록 펭귄”입니다.

알록달록 펭귄

둥지 주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아빠 펭귄들이 뒤뚱뒤뚱 바다를 향해 걸어갔어요. 펭귄들이 얼음 위를 걷는 모습은 언제보아도 귀엽습니다. 다 큰 어른 펭귄도 예외는 아니죠.^^ 뒤뚱뒤뚱 스르륵스르륵

알록달록 펭귄

깜깜한 무채색 바다는 펭귄들이 들어가자 불을 밝힌 듯 알록달록 환해지기 시작해요. 노란 빛으로, 파란 빛, 분홍빛으로… 펭귄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입수할 때마다 알록달록 환하게 밝아지는 바닷속.

알록달록 펭귄

물범을 만나면 알록달록 펭귄들이 모여 커다란 고래 모양을 만들고, 대형을 이루어 커다란 새 모양도 만들며 함께 헤엄칩니다.

알록달록 펭귄

바닷속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펭귄들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슈웅슈웅 쿵쿵 부웅부웅 쿵쿵… 육지로 돌아온 펭귄들은 다시 뒤뚱뒤뚱 서둘러 집으로 돌아갑니다. 무채색이었던 바다에 알록달록 예쁜 색깔 선물들을 남겨주고 말이죠.

그 사이 둥지에서 태어난 귀여운 아기 펭귄들이 바다에서 돌아온 아빠 펭귄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아빠!

아빠 펭귄은 바다에서 갓잡은 싱싱한 빛깔의 물고기를 아기 펭귄에게 먹여줍니다. 그것은 차가운 남극대륙에서 태어난  아기 펭귄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우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이며 생명의 빛입니다.^^

펭귄들이 사는 드넓은 남극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알록달록 펭귄”은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예쁘지만 그 속에 담긴 아빠의 무한 사랑이 새삼 뜨겁게 느껴지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언제 불러보아도 가슴 깊은 곳까지 든든해지는 말, 바로 ‘아빠!’ 잖아요. 얼음과 눈보라로 뒤덮힌 무채색 남극 바다를 누비는 펭귄들의 삶을 간결한 언어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엮어낸 “알록달록 펭귄”은 예쁜 책 디자인만큼이나 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이 빛나는 이 그림책에는 위 표지 그림처럼 물범 모양의 그림책 케이스가 있어요. 그림책 케이스를 닫으면 물범에게 잡아먹힐 듯 위태로운 펭귄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림책을 읽기위해 케이스를 벗기면 물범에게서 도망쳐 나온 알록달록 펭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독특한 그림책 케이스 보기)


파도야 놀자

파도야 놀자

그림 이수지 | 비룡소

“파도야 놀자” 역시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이 접히는 경계면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그림책은 푸른 바다에서 파도와 한바탕 신나게 노는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을 담아낸 그림책이에요.

파도야 놀자

파도야 놀자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시원한 여름 그림책 “파도야 놀자“. 파도와 신나는 놀이가 끝나고 각자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이야기를 집중력 있게 보여주는 이 그림책은 여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책입니다.

▶ “파도야 놀자” 리뷰 보기


헤엄치는 집

헤엄치는 집

글/그림 최덕규 | 국민서관

표지그림만으로도 가슴 속까지 시원한 여름 그림책 “헤엄치는 집”, 대체 그런 집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헤엄치는 집

함께 놀아달라 조르지만 언제나 바쁜 여름이의 엄마 아빠는 여름이에게 혼자 놀라고 합니다. 여름이는 텀벙텀벙 물을 튀기며 혼자 신나게 놀기 시작했어요. 그런 여름이에게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다시 이어집니다. 얌전히 놀아라, 집 안이 온통 물바다가 되겠다!

그런데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여름이에게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어요. 그건 바로 물을 틀어놓고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어 그 속에서 신나게 헤엄치는 일이었죠.

헤엄치는 집

콸콸콸콸…… 물이 넘쳐 흐르고 온 집안은 물바다가 됩니다. 마우스가 둥실둥실, 책이 너울너울, 그 속에서 바쁘기만 했던 엄마 아빠도 춤을 춥니다. 변기에서 등장한 문어, 수도꼭지에서 나온 대왕고래와 함께 모두 모두 신나게 헤엄치며 노는 헤엄 치는 집.

헤엄치는 집

특별한 손님으로 찾아온 대왕고래는 입을 크게 벌려 엄마 아빠를 빨아들였어요. 그리고는 하늘이 된 바다 위로 날아올라 물 속 세상 밖으로 힘차게 엄마 아빠를 뿜어냅니다.

헤엄치는 집

여름이도 힘차게 세상 밖으로 솟아 올랐어요. 여름이가 솟아 나온 이 곳은 어디일까요? 여름이네 집 욕조 안입니다. ^^ 집안이 물바다가 되었다며 엄마 아빠가 잔소리를 하셨어요. 벌써 잊으셨을까요? 헤엄치는 집이 얼마나 신나는 곳이었는지를 말이죠.

헤엄치는 집은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우리들 마음 속, 머리 속에 있으니까요. 언제든 꺼내놓기만 하면 그곳이 바로 헤엄치는 집입니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여름이와 바닷 속 친구들의 모습만으로도 시원함을 안겨주는 그림책 “헤엄치는 집”입니다.

계절을 느껴요 
1. 봄 그림책
2. 여름 그림책
3. 가을 그림책
4. 겨울 그림책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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