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을 때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한다.’ 라고 영국 작가 토마스 풀러가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옛말에는 ‘소중한 자식일 수록 멀리 여행을 보내라’ 는 말도 있죠. 중국에는 ‘자식에게 만 권의 책을 사주는 것 보다 만 리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 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준비한 그림책의 테마는 ‘여행’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사연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그림책 주인공들의 재미난 이야기 속에서 아이와 함께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보세요. 그림책과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 지금 시작합니다~


동동이의 여행

동동이의 여행

(원제 : Gilbert, Intrépide Nuage De Mer)
그웬돌린 레송 | 그림 아멜리 자코스키 | 옮김 조정훈 | 키즈엠

동동이의 여행

바닷가 근처에 사는 구름 동동이는 어느 날 자동차 매연이 구름인줄 알고 커다란 언덕을 넘어 따라가다 어떤 할아버지에게 잡히고 말았어요. 작은 유리병에 넣어진 동동이는 도시로 팔려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자 건물 주인의 비서 마리의 집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동동이는 마리가 여행길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길에 버려진 신세가 되었죠. 어쩔 줄 몰라하는 동동이 앞에 맨발의 꼬마가 나타나 동동이를 유리병에서 풀어줍니다. 아이는 그곳에 떠도는 회색빛 먼지 구름이 아닌 하얀 구름 동동이가 신기했어요.

동동이의 여행

비가 내리는 일이 거의 없는 그곳에 고마움의 표시로 동동이는 비를 흠뻑 내려주었습니다. 모두가 깨끗한 비를 반기며 행복해했어요. 그곳에서 사람들과 몇 달을 산 동동이는 더이상 비를 내릴 수 없게 되자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아이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바다 위를 날아 집으로 돌아간 동동이가 고향 친구들에게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자 모두들 신기해 합니다.

“정말? 맨발의 사람들은 비가 오면 춤을 춘다고?”
“이곳 사람들은 비가 조금만 와도 불평을 하는데 말이야.”

신기해 하는 구름 친구들을 데리고 동동이는 맨발의 아이를 만나러 갑니다. 가끔씩 비를 내려주겠다고 약속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요.

늘 평온한 일상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살았던 동동이는 전혀 다른 세상 구경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선뜻 넘어가지 못했던 커다란 언덕 너머에는 동동이를 신기한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여행은 때론 모진 시련을 안겨다 주기도 하지만 특별한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동동이는 뜻밖의 여행을 통해 나 외에 다른이의 행복까지 챙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원제 : The Frog Who Wanted To See The Sea)
글/그림 기 빌루 | 옮김 이상희 | 열린어린이

※ 2007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뒷다리로 스물여덟 번 발길질 하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헤엄쳐 갈 수 있는 작은 연못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개구리 앨리스는 어느날, 잠자리는 어디로 날아가는지, 갈매기들은 봄이 오면 어디로 떠나는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갈매기한테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바다 이야기를 들은 앨리스는 강을 따라가면 바다가 나온다는 갈매기 얘기를 떠올리며 수련잎을 돌돌 말아들고 바다를 보기위해 길을 떠납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숲과 들판을 지나 강에 이르러 수련을 타고 이런저런 도시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앨리스는 바다에 도착했어요. 그토록 동경했던 바다와 만났지만 앨리스는 새파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낚시꾼이 준 유리병을 타고 바다를 바라보다 눈물을 흘립니다. 하늘에 떠있던 달이 앨리스에게 왜 우는지 물었어요.

“난 여기서 안 살아. 강물을 따라 이리로 흘러왔어. 배며 사람들이며 도시도 봤단다. 원하던 대로 바다에 왔지만, 이젠 집에 가고 싶어!”

달빛에 의지해 자신이 살던 작은 연못으로 돌아온 앨리스는 익숙하고 편안한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쁨에 젖어 밤새도록 달빛 속에서 헤엄쳤어요.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봄이 찾아오자 앨리스의 마음이 또다시 들뜨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여름이 찾아오자 앨리스는 연못을 떠났어요. 그리고 앨리스는 작은 연못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난 바다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는 달리 달빛 아래 수련잎을 타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파도타기를 즐기는 앨리스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네요.

다른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떠 멀고 먼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 앨리스의 이야기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낯선 곳에 처음 발을 디딜 때의 설레임과 두려움을 서정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그림과 함께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첫 걸음을 내딛는 것 아닐까요? 바로 앨리스처럼 말이죠.


보물섬을 찾아서

보물섬을 찾아서

(원제 : Three Bears In A Boat)
글/그림 데이비드 소먼 | 옮김 김혜진 | 천개의바람

바비, 찰리, 테오 곰 삼형제는 엄마가 보물처럼 아끼는 소라 껍데기를 깨뜨리자 혼날 것이 무서워 푸른색 소라 껍데기를 찾으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어요. 덩치 큰 곰으로부터 모자 모양 섬에 가면 푸른 소라 껍데기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삼형제는 모자 모양 섬을 찾기 위해 먼 바다까지 나갑니다.

보물섬을 찾아서

항해 중 작은 사고도 겪으며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먼 곳까지 가서 모자 모양의 섬을 찾아냈지만 그 섬 곳곳을 다 뒤져보아도 푸른색 소라껍데기는 찾을 수가 없었어요. 삼형제는 지치고 짜증이 났어요. 게다가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하기도 했구요.

보물섬을 찾아서

결국 셋은 돌아가는 배 안에서 서로를 탓하면서 싸움을 시작하는 바람에 밤이 찾아오고 파도가 거칠어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뒤늦게서야 누구의 잘못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된 삼형제는 화해를 하고 서로 의지해 힘든 밤을 견뎌냅니다.

폭풍우를 빠져나와 무사히 집에 도착한 삼형제는 집 앞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푸른색 소라 껍데기를 발견했어요. 삼형제는 자신들의 잘못을 엄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새로 구해온 푸른색 소라 껍데기를 엄마에게 보여드렸죠. 엄마는 찰리와 테오와 바비를 아주아주 꼭 껴안아 주셨어요.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먼 바다까지 갔다 돌아온 삼형제가 찾은 진정한 보물은 무엇이었을까요? 용기와 인내심,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 줄 아는 마음, 무엇보다 험난한 모험을 통해 알게된 것은 소중한 형제애가 아니었을까요?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우리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 “보물섬을 찾아서”입니다.


찰싹

찰싹

(원제 : Stick)
글/그림 스티브 브린 | 옮김 강유하 | 내인생의책

찰싹

무엇이든 혼자 하기를 좋아하는 개구리 찰싹이는 배가 고파서 모기를 잡아 먹으려고 긴 혀를 내밀었다가 그만 커다란 잠자리에 혀가 붙어 멀리멀리 날아가게 되었어요. 커다란 입을 쩍 벌리는 악어를 간신히 피하고 작은 마을을 지나 도시까지 날아간 찰싹은 그곳에서도 혼자서 씩씩하게 풍선, 자동차 앞 유리,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아저씨 코와 장난감 비행기에 찰싹 붙어서 멀리까지 날아갔어요. 그리고 찰싹이 늘 원했던대로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죠. 그런데 찰싹의 얼굴이 조금 쓸쓸해 보입니다.

찰싹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찰싹은 두루미에게 도움을 청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어요. 배가 고픈 찰싹은 이번에도 모기를 향해 긴 혀를 쑥 내밀었죠. 하지만 마음과 달리 찰싹이가 잡은 것은 개똥벌레였어요. 길고 험난한 여행을 하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모기 잡는 것 조차 서툰 찰싹이. 하지만 한나절의 여행으로 완벽하게 달라질 수야 있나요. 그 경험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조금씩 성숙한 개구리가 될 수 있겠죠. ^^

무엇이든 혼자 하기를 좋아하는 개구리 찰싹이는 이제 막 엄마품을 벗어나 무엇이든 혼자 해보겠다 주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꼭 닮아 있습니다. 아직은 실수가 잦은 찰싹이, 하지만 엄마는 그런 찰싹이의 모험을 끝까지 지켜봐줍니다. 수많은 여정 끝에 누군가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 올 수 있게 된 찰싹이는 혼자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것,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겠죠.

“찰싹”은 불필요한 글자를 최대한 줄이고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때론 박진감 넘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찰싹이의 모험을 그려낸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개똥벌레를 잡아먹은 찰싹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림책 “찰싹”의 마지막 장면 꼭 확인해 보세요~ ^^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원제 : Henry Hikes to Fitchburg)
D.B. 존슨 | 옮김 김서정 | 달리

※ 2000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2000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어느 여름날 헨리와 친구는 시골 구경을 하러 피치버그에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헨리와 친구는 피치버그까지 가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합니다. 친구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하고,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겠다고 합니다. 피치버그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은 헨리와 친구 두 사람중 과연 누구일까요?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헨리는 곧바로 피치버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친구는 다양한 일을 하면서 기차표를 살 돈을 벌었어요. 친구가 호손 씨네 정원에서 풀을 뽑아 백오십 원을 벌 동안 걸어가던 헨리는 꽃을 꺾어 책 사이에 넣어두었죠. 그림책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는 피치버그까지 가는 두 친구의 여정을 책의 양쪽면에 비교하면서 보여줍니다.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기차를 타고 간 헨리의 친구가 좀 더 빨리 피치버그에 도착했어요. 기차로 오는 게 더 빨랐다는 친구의 말에 배낭에서 조그만 통을 꺼내면서 헨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딸기를 따느라 늦었어.”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든 그림책입니다. 큰 집, 좋은 차, 돈 많이 버는 직업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돈 버는 데 쓰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 재미있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호숫가에 조그만 오두막을 짓고 2년동안 살면서 “월든”이라는 책을 썼어요. 그림책 주인공 헨리의 모델이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입니다.

“나는 당장 걸어서 길을 떠나면 어둡기 전에 그곳에 도착할 거야. 너는 그동안 기차비를 버느라 고생할 거고 아마 내일쯤이나 그곳에 도착하겠지. 게다가 내가 자연을 느끼며 신나게 걷는 동안 너는 여기서 일을 하는 데 하루를 다 보내겠지.”

이 다음에,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시간이 남으면, 돈이 생기면…..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죠. 이 그림책은 내가 지닌 것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한 실제 인물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소박한 생활 철학을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과연 삶에 알맞은 속도란 무엇이며 어떤 것이 정답일까요?

D.B. 존슨은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모델로 모두 다섯 권의 헨리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건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와  “헨리는 혼자서 오두막을 지어요” 두 권뿐인데 아쉽게도 현재 두 권 모두 절판이라 관심있는 분들은 가까운 도서관에서 찾아보셔야 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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