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읽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오늘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입니다. 24절기의 하나인 동지를 지나면 낮이 다시 길어진다하여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겼다고 해요.(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1~22일 경입니다. 음력으로 11월 10일 이전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음력 11월 20일 이후에 들면 ‘노동지’라고 했대요. 그리고 애동지는 아이들에게 불길하다고 해서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동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팥죽을 소재로 한 그림책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테마로 골라보았습니다. 언제 들어도 구수하고 재미있는 우리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와 함께 이 이야기를 패러디해 전래 동화 뒤집기를 시도한 그림책들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그림책

팥죽 할멈과 호랑이
책표지 : Daum 책

팥밭을 매고 있는 할멈을 잡아먹겠다는 호랑이에게 팥죽 할멈은 팥을 거두어 팥죽 쑬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 애원합니다. 이윽고 동지가 찾아오자 호랑이는 팥죽도 먹고 할멈도 잡아먹으려고 팥죽 할멈의 집으로 찾아왔어요.

팥죽 할멈과 호랑이
팥죽 할멈과 호랑이 글 박윤규, 그림 백희나, 시공주니어

팥죽 먼저 먹으러 부엌에 들어간 호랑이는 아궁이 속에서 껍질을 터뜨리며 튀어 오른 뜨거운 알밤에 눈을 데였어요. 놀란 호랑이가 물동이에 얼굴을 쳐박자 이번에는 자라가 숨어있다 호랑이 코를 꽉 깨물었죠. 뒷걸음 치던 호랑이가 쇠똥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자 이때다 하고 송곳이 호랑이 똥구멍을 콱 찔렀어요. 놀라서 부엌에서 도망쳐 나가다 머리 위로 떨어진 맷돌에 맞고 쓰러진 호랑이를 부엌 문 앞에 있던 멍석이 둘둘 말자 지게가 지어다가 깊고 깊은 강물에 던져 버렸답니다. 팥죽을 얻어먹고 도와주겠다 약속했던 알밤, 자라, 쇠똥, 송곳, 맷돌, 멍석, 지게의 도움으로 팥죽 할멈은 그 후로도 맛난 팥죽을 끓여 두루두루 나눠주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고 해요.

음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동짓날 양의 기운을 가진 붉은 팥으로 만든 팥죽을 쑤어 먹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여주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속에는 힘없는 존재들이 함께 뭉치면 사악한 존재도 너끈히 물리칠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어요. 호랑이가 이유없이 힘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권력자를 상징한다면 할멈을 도와 호랑이를 물리친 알밤, 자라, 쇠똥, 송곳, 맷돌, 멍석, 지게는 자신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하게 살아가는 민초들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뿌린 것을 거두기 위해 열심히 농사를 짓고 주변의 모든 것들과 팥죽을 나눠 먹을 수 있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결국 할머니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 이야기가 오랜시간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 속에 재미를 담아 읽는 이에게 통쾌함과 후련함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패러디 그림책

기존의 원작 그림책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구조나 인물의 성격 또는 역할을 바꾸어 원작의 틀을 변형 시킨 그림책을 ‘패러디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패러디 그림책은 원작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때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원작의 내용과 패러디 그림책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읽다 보면 기존의 생각을 비틀어 보기도 하고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어보기도 하면서 책 읽기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해야 하는 것은 패러디 그림책이 갖추어야 가장 기본 요소입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그 뒷 이야기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
책표지 : Daum 책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

최은옥 | 그림 이준선 | 국민서관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은 팥죽을 먹으러 갔다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에게 혼쭐이 나고 강물에 던져졌던 호랑이가 가까스로 헤엄쳐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

복수의 방법을 묻는 호랑이에게 산신령님은 팥 한되를 내어주며 팥농사가 잘 되면 다시 찾아오라고 했어요. 대충 땅을 파고 묻으면 팥이 주렁주렁 달릴거라 생각했던 호랑이는 그 해 팥농사를 망치고 다음 해에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으면서 팥죽 할머니의 노고를 생각하게 됩니다. 호랑이가 제 힘으로 기른 팥을 들고 찾아가자 신령님은 이번에는 맛있는 팥죽을 쑤어 오라고 합니다. 눌어붙고, 떫고, 짜고 자신이 만든 형편 없는 팥죽을 맛보며 호랑이는 팥죽 할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마침내 호랑이가 만든 맛난 팥죽을 맛 본 신령님은 팥죽 할머니를 찾아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라고 했어요. 팥죽 할머니를 찾아달려가면서 생각해보니 호랑이는 빨리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인지, 빨리 할머니를 보고싶은 것인지 자신의 마음이 헷갈렸어요.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

호랑이가 할머니 집에 가보니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이 할머니를 머슴처럼 부려먹고 있었어요. 모든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한 호랑이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을 혼내주고 할머니를 구해줍니다.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

그리고 자신의 예전 모습을 생각해서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을 모두 용서해 주었답니다. 호랑이와 일곱 녀석들은 할머니 곁에 남아 함께 팥밭을 일구며 행복하게 살았대요.

이 이야기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의 후속편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좋아했던 아이들이라면 궁금해 했을 그 후 이야기인 셈이죠. 자신의 힘으로 팥 밭을 일구고 팥죽을 쑤어보고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의 행동을 보며 지난 날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를 진정으로 뉘우치고 모두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산다는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 정신을 기존의 전래 동화 뒷이야기로 재미있게 살려낸 그림책입니다.


약속은 철저히 지키는 호랑이의 팥죽 사랑

팥죽 한 그릇
책표지 : Daum 책
팥죽 한 그릇

오은영 | 그림 오승민 | 느림보

“팥죽 한 그릇”은 호랑이의 입장에서 팥죽 사건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호랑이가 팥죽을 얻어먹다 꼬부랑 할멈에게 혼쭐이 났다는 이야기로 친구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손자의 손자의 손자 호랑이의 말에 백만 살 할아버지 호랑이는 사건의 진실을 들려주었어요.

팥죽 한 그릇

떡을 지고가던 할멈에게 떡을 주면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 약속한 호랑이는 가래떡이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배탈이 나자 다시는 배 터지게 안 먹겠다고 자기랑 약속을 했어요. 여름날 맛난 가래떡이 생각나 찾아간 호랑이가 겁이 난 할멈은 동지에 찾아오면 팥죽을 쒀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팥죽을 그냥 얻어먹기 미안했던 호랑이는 팥밭을 다 매어주고 겨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팥죽 한 그릇

동짓날이 되어 팥죽을 먹으러 찾아갔다가 호랑이는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에게 혼쭐이 났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어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 제일 싫어하는 호랑이는 할멈의 속임수에 화가 났지만 할멈이 싹싹 빌면서 호랑이에게 팥죽을 아주 많이 주자 마음을 풀었어요. 호호 불며 맛난 팥죽을 배불리 먹은 호랑이는 배탈이 나도록 먹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했던 것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팥죽 한 그릇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호랑이가 과식을 하지 않겠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킨 덕에 장수한 것일까요? 백만 살 호랑이는 손자 호랑이에게 이야기의 진실을 들려주고 손자와 함께 팥죽을 먹으러 달려갔어요. 오늘은 눈 내리는 동짓날이거든요.

원본인 ‘팥죽 할멈과 호랑이’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르면서 등장인물인 호랑이의 성격만 바꾸어 자신을 해치려 했던 무리에게 당하지 않고 과식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철저하게 지켜 오래도록 동짓날이면 팥죽을 먹는다는 이야기로 재탄생 시킨 “팥죽 한 그릇”.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이 그림책을 읽고나면 백만 살이 되도록 팥죽을 좋아한 할아버지 호랑이 때문인지 팥죽이 슬그머니 먹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도대체 팥죽이 얼마나 맛있으면?’하고 궁금해 하겠죠.^^


못된 팥죽 할멈, 억울한 호랑이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호랑이가 들려주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천미진 | 그림 김홍모 | 키즈엠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역시호랑이의 관점에서 사건의 전말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밭에서 일하던 할멈이 먹던 새참을 탐내는 호랑이에게 팥밭을 다 매주면 남은 새참을 주겠다고 팥죽 할멈은 약속했지만 호랑이가 팥밭을 매는 사이에 새참을 다 먹어버렸어요. 호랑이가 화를 내자 겁이난 할멈은 밭에서 난 팥으로 동짓날 팥죽을 끓여주기로 약속을 했죠.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하지만 동짓날 팥죽을 먹으러 찾아간 호랑이를 또 다시 골탕을 먹인 팥죽 할멈은 동네 사람들을 불러 호랑이를 차디찬 강물에 빠뜨려 버렸어요. 호랑이가 아무리 소리 쳐도 불쌍한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한 못된 호랑이라고만 생각했지 아무도 호랑이를 믿어주지 않았어요. 겨우겨우 강물을 빠져나와 산으로 돌아간 호랑이는 지독한 감기 몸살에 시달렸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호랑이 말을 믿지 않아요. 다들 마음씨 좋은 할멈을 도우려고 알밤, 자라, 소똥, 송곳, 멍석, 지게가 저절로 호랑이를 공격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피해자인 호랑이는 너무나 억울하기만 합니다.

욕심 많은 팥죽 할멈, 어수룩하고 남의 말을 잘 믿는 호랑이로 인물의 캐릭터를 완전히 뒤집은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 고약한 팥죽 할멈에게 속은 억울한 호랑이 이야기로 전래동화를 뒤집어 버린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같은 사건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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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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