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테마는 소리가 아닌 그림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 흐르는 그림책’입니다. 1년 열두 달 중 가장 짧은 달이면서 가장 긴 연휴인 설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차분히 앉아서 뭔가 하기엔 왠지 좀 부산한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사티의 짐노페디나 팻 메시니의 트래블, 아니면 김광석의 노래 한 곡 틀어놓고 차 한잔 하며 여유로운 하루 시작해 보세요. 물론 좋은 그림책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죠~ ^^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우순교 | 그림 조은영 | 웅진주니어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는 국악인 황병기의 음악과 가야금에 대한 열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가야금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숲, 침향무, 미궁 등 그의 대표 작품들이 만들어진 과정과 예술인으로서 열정으로 가득한 그의 삶을 선이 굵은 그림으로 아주 멋지게 담아냈습니다.

이 책의 일러스트를 맡은 조은영 작가는 2011년 BIB 그랑프리를 수상한(“달려 토토”) 일러스트레이터답게 굵고 묵직한 선과 강한 색채의 대비로 황병기의 가야금 외길 인생을 강렬하게 표현해냈습니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황병기와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이 울려 퍼지는 세상이 모두 하나가 된 한 순간을 담고 있는 듯한 마지막 장면, 황병기도 가야금도 청중도 없이 오로지 음악만이 존재하는 바로 그 순간… ‘걷다 보니 지나온 자취는 길이 되었고, 황병기는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글과 참 잘 어우러지는 그림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삶에 대한 열정, 음악에 대한 열정,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는 명인의 가르침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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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쿵따 소리 씨앗

글/그림 이유정 | 느림보

‘덩 쿵 따’ 글자들이 땅 속 깊은 곳에서 소리에 맞춰 춤추는 듯한 멋진 표지 그림이 인상적인 “덩쿵따 소리 씨앗”, 이 그림책을 쓴 이유정 작가는 그림책 “우리 집에 사는 신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거침 없이 그려낸 그녀의 그림들은 “덩쿵따 소리 씨앗”에서도 힘찬 생명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힘이 나고 흥겨움을 나눌 수 있는 힘찬 그림을 좋아한다는 이유정 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우리 고유의 장단에 깃든 생명력을 생명의 순환이라는 스토리에 연계시켜 독특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 저절로 흥겨움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생명들이 서로 기대어 살면서 이루어낸 초록빛 아름다운 세상. 추운 겨울에도 생명들은 끊임없이 찬란한 날들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생명들이 소멸과 탄생의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 이어지고 이어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가락과 접목해 흥겹게 이야기 하고 있는 그림책 “덩쿵따 소리 씨앗”은 그림책 속에 생명의 힘을 가득 불어 넣은 듯 힘찬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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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음악가 사티씨

M.T. 앤더슨 | 그림 패트라 매더스 | 옮김 김은정 | 큰북작은북

그림책 “엉뚱한 음악가 사티씨”는 ‘큰북작은북’에서 나온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 시리즈’ 중 한권입니다. 에릭 사티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그린 책입니다. 개성 넘치는 그의 음악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그림들로 그의 대표작들인 ‘퍼레이드’, ‘휴연’ 등이 아주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책 뒷부분엔 에릭 사티에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참고자료들이 보충되어 있고, 그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CD도 함께 제공됩니다. 아이와 함께 개성있는 ‘사티’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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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조나 윈터 | 그림 배리 블리트 | 옮김 정지현 | 문학동네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이 책 표지엔 ‘상상과 추리로 엮은 모큐멘터리 인물 그림책’ 이란 짧은 소개가 있습니다.

모큐멘터리 기법의 이 그림책에서 소재로 삼은 사실은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베토벤은 피아노가 다섯대나 있었다는 사실, 두번째는 베토벤은 자신의 저택에서 살았던게 아니라 셋방살이를 하며 음악활동을 했다는 사실, 마지막 세번째 베토벤은 이사를 39번이나 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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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두더지

글/그림 데이비드 맥페일 | 옮김 이은석 | 문학동네

“세상을 바꾼 두더지”는 짧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물론 어떤 의미를 찾기 이전에 우리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몰이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해서 능숙하게 연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그림만으로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알아보고 웃을 수 있을만큼 친근하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몰의 열정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음악의 힘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림을 통해 공감하는 아이들의 능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넘어서니까요.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책들이 많지만 “세상을 바꾼 두더지”를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리프레쉬를 하고 싶다면, 힐링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책 “세상을 바꾼 두더지”를 읽어 보세요.

※ 참고로 “세상을 바꾼 두더지”는 절판된 그림책입니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찾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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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칼라 쿠스킨 | 그림 마르크 시몽 | 옮김 정성원비룡소

“코를 킁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크 사이먼트의 재치있는 그림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주는 그림책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미국 영어교사협회 선정 동시 부문 최우수상(1979년)을 받은 칼라 쿠스킨의 글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와 함께 낭송되는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상을 즐거운 상상으로 살짝 엿볼 수 있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편안하게 전개되는 그림과 이야기 속에 오케스트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를 다 읽고 나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4악장을 틀어 놓는다면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지휘자,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 더블베이스 연주자, 첼로를 켜는 멋진 수염의 할아버지… 이 모든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하나 하나의 개성과 특징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 마크 사이먼트의 세심한 관찰력과 재치 있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인 그림책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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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

캐시 스틴슨 | 그림 듀산 페트릭 | 옮김  천미나 | 책과콩나무

2007년 1월 워싱턴포스트와 조슈아 벨이 함께 진행했던 실험이 지금 소개하는 그림책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2007년 1월 12일 금요일 아침 7시 51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은 출근시간으로 한창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 워싱턴의 랑팡 플라자역에서 43분간 6곡의 레퍼토리를 연주했습니다. 그 앞을 지나쳐간 사람들은 모두 1097명, 잠깐이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그의 연주를 감상한 사람은 겨우 7명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림책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에서도 바쁜 출근길 전철역 한 켠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에 귀기울인 사람은 오로지 꼬마 딜런 단 한 명 뿐입니다. 이 음악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연주자에 의해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무리 바쁜 출근길이더라도 어른들은 관심을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꼬마 딜런에게는 그런 사실들은 별 상관 없습니다.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에 귀기울일 줄 아는 순수한 귀와 마음을 가졌으니까요.

잔잔한 바이올린의 선율에 아무런 편견 없이, 어떠한 계산도 없이 활짝 웃어주는 아이의 순수함을 담아낸 그림책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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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빛지기

가온빛 웹사이트 및 뉴스레터 운영 관리, 가온빛 인스타그램 운영 | editor@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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