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들

시대가 참 많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화되었다고 해도 ‘남자니까……’, ‘여자라서……’라는 남녀 각각의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합니다. 오늘은 ‘양성평등’을 주제로 다룬 그림책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양성평등, 남녀평등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남자를 공격하는 이야기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성평등을 이야기 할 때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모두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간다면 양성평등이라는 말조차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나온 말이라는 생각을 할 날이 올 것입니다.

아래에 소개하는 그림책들을 읽으면서 남자와 여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책
책표지 : Daum 책
돼지책

(원제 : Piggybook)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 옮김 허은미 | 웅진주니어
(발행일 : 2001/10/15)

무표정한 엄마와는 달리 엄마에게 업혀있는 세 남자는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엄마의 행복과 기쁨을 이 세 사람이 모두 빼앗아 가진 것 같습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집안일을 엄마에게 미루고 살아가던 아빠와 두 아들, 어느 날 엄마는 편지만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세 사람에게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끔찍한 나날들이 이어지죠. 엄마 없이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서투르게 해가며 엉망진창으로 지내던 세 사람 앞에 어느날 거짓말 처럼 엄마가 다시 짠~하고 나타납니다.

이제까지 세 사람 앞에 죄인이라도 된 것같이 마냥 작아져 있던 엄마가 아닌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죠. 제발 돌아와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면서 애원한 세 사람은 지금껏 엄마 혼자 도맡아했던 일들을 나누어 맡습니다. 그리고 온가족의 얼굴이 행복으로 환하게 빛납니다.

상징적이면서도 신랄한 풍자를 담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행복한 가정은 엄마 한 사람만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서로 돕고 함께 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날카로우면서도 재치있게 이야기 합니다. 남녀간 성역할의 구분 없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행복한 관계를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상해!
책표지 : Daum 책
이상해!

나카야마 치나츠 | 그림 야마시타 유조 | 옮김 고향옥 | 고래이야기
(발행일 : 2009/10/25)

화장도 하지 않고 남자처럼 머리도 짧은 이모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이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자네, 남자네, 따질 것도 많네. 자꾸 그러면 물고기들이 흉본다!”

수중 카메라맨인 이모는 아이를 안고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물고기들의 놀라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환경에 따라 성별이 바뀌는 흰동가리, 입 속에 알을 넣고 돌보는 수컷 도화돔, 배주머니에서 알을 키우는 수컷 해마, 조그만 몸으로 암컷 몸에 붙어 영양분을 얻어 먹고 사는 수컷 초롱아귀. 아이는 인간 세상과 너무 다른 물고기들에게 이상하다 말하지만 오히려 물고기들은 자신들과 다른 아이가 이상할 뿐입니다. 생활방식이나 생각이 너무나 달라 서로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상대방이 이상해 보이는 건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이모를 따라 물고기의 세상을 구경하고 난 아이는 결국 남자 일, 여자 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아기를 업은 이모부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이제 이렇게 생각했어요.

‘남자인데, 이상해.’
나는 이제 눈곱만큼도 그런 생각 안 해!!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오랜 관습의 틀 속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 세대 역시 그렇게 될테구요. 이 글에 나오는 아이처럼 말이죠. ‘남자인데 이상해’, ‘여자가 왜저래’ 성에 따라 편 가르고 싸우는 것을 떠나 더 좋아하는 일,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서로 자연스럽게 나누어 맡고 서로를 이해하며 돕고 산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성은 누가 더 우월하고 더 잘난 것이 아니라 평등한 것이니까요.


종이 봉지 공주
책표지 : Daum 책
종이 봉지 공주

(원제 : The Paper Bag Princess)
로버트 문치 | 그림 마이클 마첸코 | 옮김 김태희 | 비룡소
(발행일 : 1998/12/22)

용에게 붙잡혀 간 왕자를 구해주었더니 왕자가 공주에게 기껏 한다는 말이 이렇습니다.

“엘리자베스, 너 꼴이 엉망이구나! 아이고 탄 내야. 머리는 온통 헝클어지고, 더럽고 찢어진 종이 봉지나 걸치고 있고. 진짜 공주처럼 챙겨 입고 다시 와!”

왕자의 본 모습을 알게된 공주는 그제서야 왕자가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일 뿐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아주 쿨하게 왕자를 떠나기로 결심을 하죠.

자신을 구해준 왕자 덕분에 새 삶을 얻는 공주 이야기가 아닌 공주가 왕자를 구해준다는 독특한 설정의 “종이 봉지 공주”는 남녀의 역할을 바꿔 이야기를 전개하는 독특한 시각 속에 여자의 외모와 차림새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렬하게 뒤틀어버립니다. 그간 공주 이야기에서 보여주었던 전형적인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여성관을 완전히 뒤엎는 이야기가 아주 신선하면서도 멋지게 다가오는 그림책입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임을 선언하는 당찬 신세대 공주님, 어떤 위기 속에서도 분명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책표지 : Daum 책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원제 : Who Says Women Can’t Doctor? : The Story of Elizabeth Blackwell)
타냐 리 스톤 | 그림 마조리 프라이스맨 | 옮김 김이연 | 정글짐북스
(발행일 : 2015/03/24)

최초의 여자 의사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부모님 밑에서 조신하게 자라다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대다수 여자의 길이라 생각했던 1800년대, 엘리자베스 블랙웰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하지만 ‘여자는 의사가 될 수도 없으며 되어서도 안된다는’ 이유로 수많은 의과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죠. 그럼에도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린 끝에 제네바 의과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했던 차가운 시선과 비웃음을 물리치고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마침내 최초의 여자 의사가 된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이야기는 성 불평등에 맞선 불굴의 도전정신과 꿈을 향해 나아간 한 인간으로서 그녀의 삶과 정신을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리뷰 보기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책표지 : Daum 책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원제 : You Forgot Your Skirt, Amelia Bloomer! : A Very Improper Story)
섀너 코리 | 그림 체슬리 맥라렌 | 옮김 김서정 | 아이세움
(발행일 : 2003/09/20)

‘블루머’는 발목을 매게 되어 있는 여성용 바지를 일컫는 말로 이 바지를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이 바로 아멜리아 블루머입니다.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는 바로 블루머를 고안한 아멜리아 블루머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아멜리아 블루머는 당시 보편적 여성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올바르지 않은 숙녀였죠. 여자는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바보 같다 생각해 여자에게 투표권을 요구했고, 올바른 숙녀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당시의 생각에 반기를 들고 여자에 관한 일을 다루는 특별한 신문을 만들어 여자들에게 일자리를 주었어요. 그런 아멜리아 블루머가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은 ‘원 세상에!’, ‘창피한 줄 알아야지!’였어요.

벽돌 한 타만큼이나 무겁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기 위해 온몸을 조르는 코르셋을 입는 여자들을 보고 아멜리아 블루머는 발목을 조르는 바지를 짧은 드레스 아래 입고 산책을 나갔죠. 자신의 새 옷 이야기를 신문 기사로 발간하자 아멜리아 블루머는 전국에서 격려의 편지와 질문을 받게 됩니다. 물론 아멜리아 블루머를 아주 못 마땅하게 보는 시선도 많았지만요.

※ 타 : 물건 열두 개를 한 단위로 세는 말. 그림책 원문에는 ‘다스’로 표기되었으나 이는 일본식 외래어이며 ‘타’로 순화되었기에 ‘타’로 포기하였습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시간이 지나면서 블루머의 유행은 시들해졌지만 이후 다양한 형태의 바지가 다시 유행했어요. 지금은 여자가 바지를 입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 관습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었던 시대를 앞선 멋진 여성 아멜리아 블루머를 ‘올바르지 못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들도 없어졌구요.

자유로운 붓터치로 생동감 넘치는 그림 속에서 편견에 당당히 맞서 싸운 아멜리아 블루머의 정신이 느껴지는 그림책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입니다.


루비의 소원
책표지 : Daum 책
루비의 소원

(원제 : Ruby’s Wish)
시린 임 브리지스 | 소피 블랙올 | 옮김 이미영 | 비룡소
(발행일 2004/03/15)

루비의 소원

황금산(캘리포니아)에서 부자가 되어 돌아온 할아버지는 가정교사를 들여 손자 손녀가 글을 배울 수 있게 합니다. 할아버지의 손녀인 루비는 수많은 손자 손녀 중에서도 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죠. 여자아이들은 공부가 끝나면 요리와 집안일을 배우는 데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에 루비는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자로 태어나 남자만을 위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는 루비의 시를 읽은 할아버지는 루비를 통해 그동안 자신의 집안에서 아주 소소한 것부터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차별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루비에게 할아버지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배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시간이 흘러 남자애들은 대학에 가고 여자애들은 결혼을 해 집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루비 역시 자신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설날이 될 거라 생각했던 설날 아침 루비에게 세배를 받은 할아버지는 아주 두툼한 빨간색 봉투를 하나 주셨어요. 그 봉투 속에는루비가 그 대학 최초의 여학생이 된다면 자랑스러울 거라는 내용이 담긴 대학에서 보내온 편지가 들어있었답니다.

황금산에 가 본 덕에 루비의 할아버지 역시 세상을 보는 남다른 안목을 가지게 된 것 아닐까요? 머지않은 과거 우리 나라 역시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얌전히 집안 일을 배우다 적정한 시기에 결혼을 하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남자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면서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었죠. 여자라서, 여자니까… 자포자기했더라면 루비 역시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며 미련과 후회로 얼룩진 삶을 살아갔겠죠. 성차별을 이겨내고 대학에 간 루비의 강한 의지와 세상을 보는 안목이 남달랐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 그림책 “루비의 소원”를 읽고나면 기회는 분명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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