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첫 번째로 경험하는 공동체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품고 보듬어 주는 가족이라는 독특한 관계,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면서 성장하게 되죠.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진 가족이 있어요. 오늘은 조금은 색다른 가족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고 어떤 구성원으로 이루어졌든 가족은 사랑과 이해,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기러기
책표지 : Daum 책
기러기

(원제 : Goose)
글/그림 몰리 뱅 | 옮김 이명희 | 마루벌
(발행 : 2005/05/22)

기러기

몰리 뱅의 “기러기”는 우여곡절 끝에 비버의 둥지에서 태어나 비버 가족과 함께 살게 된 기러기의 자아 정체성 찾기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사랑으로 길러준 비버 가족 덕분에 무사히 자라났지만 기러기는 가족들과 너무나 다른 자신의 모습 때문에 혼란에 빠집니다. 결국 기러기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집을 떠났어요. 위험에 빠진 순간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러기는 비로소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으로 길러준 비버 가족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요.

자신과 전혀 다르게 생긴 비버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기러기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뭉클하게 담아낸 그림책 “기러기”,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길러주고 기다려준 비버 가족의 진실한 사랑을 절제된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 2005년에 마루벌에서 출간된 “기러기”는 현재 절판된 도서입니다. 아쉽지만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하세요.


나도 가족일까?
책표지 : 풀빛
나도 가족일까?

(원제 : Il Richiamo Della Palude)
다비드 칼리 | 그림 마르코 소마 | 옮김 김경연 | 풀빛
(발행 : 2016/12/20)

나도 가족일까?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보리스의 부모님은 늪에서 만난 아기를 데리고 와 보리스라 이름 지어주고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줍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무탈하게 자라던 보리스는 어느 날 바람에 실려온 늪의 냄새를 맡고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렸어요.

그때부터 자신의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의문을 품기 시작한 보리스는 결국 집을 떠나 자신의 원래 살았던 늪으로 되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자신처럼 생긴 이들과 어울려 살면서 보리스는 진짜 가족을 찾았다고 생각했어요. 보리스가 훌쩍 떠난 후에도 부모님은 보리스를 잊지 않았어요. 종종 늪으로 찾아가 보리스에게 쓴 쪽지를 매달아 놓고 돌아가곤 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보리스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 이들 역시 자신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방황하던 보리스가 발견한 것은 부모님이 보내주신 수많은 쪽지였어요. 보리스에게 보낸 쪽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어요.

“네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다면, 우리도 행복하단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사랑하기 때문일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비슷해지는 걸까요? 생각에 잠긴 보리스는 늪을 나와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늘 그 자리에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고 응원해준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이 보리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겠죠.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족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달하는 그림책 “나도 가족일까?”입니다.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책표지 : Daum 책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원제 : Je Ne Suis Pas Ta Maman)
글/그림 마리안느 뒤비크 | 옮김 임나무 | 고래뱃속
(발행 : 2017/06/05)

어느 날 오토의 집 앞에 놓인 이상하게 생긴 초록색 알에서 조그만 털북숭이 생명체가 깨어나더니 다짜고짜 오토를 엄마라고 불렀어요. 오토는 진짜 엄마를 찾을 때까지 털북숭이를 잠시 맡아 돌보아 주기로 했죠.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털북숭이의 엄마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어요. 점점 커다랗게 자라는 털북숭이 때문에 오토의 집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털북숭이의 엄마를 찾지 못해 오토는 점점 초조해집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토 마음 한구석에 털북숭이가 자리 잡습니다. 결국 오토는 자신보다 몇 배나 더 큰 털북숭이와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털북숭이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나무집으로 향하는 오토의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털북숭이와 오토가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 “난 네 엄마가 아니야!”입니다.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세요!
책표지 : Daum 책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세요!

(원제 : Help A Hamster)
힐러리 로빈슨 | 그림 맨디 스탠리 | 지혜정원
(발행 : 2014/09/25)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세요!

교실에서 키우는 햄스터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자 아이들은 적당한 가정을 찾아 새끼 햄스터를 입양 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새끼 햄스터에게 새로운 집 찾는 일의 책임을 맡은 것은 알피예요. 알피도 어린시절 입양된 아이였어요. 반 친구들은 알피를 도와 햄스터 입양 포스터를 제작해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아이들은 햄스터를 맡아 키울 사람들을 꼼꼼하게 정해 모두 입양 보냈지만 무리와 잘 어울리지 못해 늘 혼자인 알폰소라는 햄스터만 새 가족을 찾지 못했어요. 결국 알폰소는 알피가 키우기로 합니다.

입양 과정을 햄스터 이야기로 뭉클하게 엮어낸 그림책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세요!”, 입양아인 알피가 본인과 같은 처지에 놓인 아기 햄스터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구해주고, 마지막에 남은 햄스터 알폰소를 자신이 입양하는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책표지 : Daum 책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원제 : Här kommer Bu-ran och Seo-ran frän Korea)

글/그림 요란 슐츠, 모니카 슐츠 | 옮김 황덕령 | 고래이야기
(발행 : 2008/05/20)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는 쌍둥이 자매 부란이와 서란이가 스웨덴 부모에게 입양되어 자라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병원 복도에서 바구니에 담긴 채 발견된 쌍둥이 아기는 경찰서에서 보육원으로 옮겨졌고 입양 직전 잠시 위탁가정에서 키워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양부모와 함께 스웨덴으로 떠나 새로운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담은 그림책이에요. 축복 속에 두 아이를 만나 기르는 모든 순간이 자신의 아기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마음과 똑같음을 뭉클하게 그려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 두 아이가 자라는 순간들을 담은 사진과 글은 이야기를 더욱 가슴 찡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에게 온 특별한 아기
책표지 : Daum 책
우리에게 온 특별한 아기

(원제 : Stora Bebisbytet)
페테르 리드벡 | 그림 리센 아드보게 | 옮김 김상열 | 어린이작가정신
(발행 : 2013/06/05)

어느 날 아침 아기들이 몽땅 뒤바뀌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기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려고 엄마 아빠들은 왕비를 찾아갔지만 궁궐에서도 아기가 뒤바뀌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어요. 엄마와 아빠들은 자신의 아기를 찾을 길이 없었지만 이 일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뒤바뀌긴 했지만 일단은 자신들의 품에 안긴 아이들을 정성스레 돌보면서 말이죠.

그런데, 처음엔 자신의 아기와는 너무나 다른 아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했던 엄마 아빠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키우는 아기에게 마음을 빼앗겼어요.

“다른 엄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아기보다 예쁜 아기가 없어요!
난 우리 아기를 다른 아기와 절대 바꾸지 않을 거예요.”

이제 머리카락이 길든 짧든, 여자 아이든 남자 아이든, 살결색이 어떻든 부모들은 상관 없어졌어요. 자신들이 기르는 아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예쁜 아기니까요. 진짜 우리 아기가 어떻게 우리에게 왔든 지금 우리와 함께 하는 아기가 가장 특별한 아기라는 사실을 재치있게 그려낸 그림책 “우리에게 온 특별한 아기”. 자신이 원하는 아기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또 어떤 방식으로 가족이 되었든 사랑으로 마음을 다해 키워가는 동안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특별한 상황으로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삐약이 엄마
책표지 : Daum 책
삐약이 엄마

글/그림 백희나 | 책읽는곰
(발행 : 2014/12/10)

삐약이 엄마

욕심 많고 포악한 고양이 니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갓 낳은 따스한 달걀, 그런데 달걀 하나를 몰래 훔쳐먹은 어느 날부터 니양이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결국은 작고 노란 병아리 한 마리를 낳고 말았어요. 삐약하고 울면서 품 안에 파고든 삐약이를 본 니양이는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이제 니양이 곁에는 늘 삐약이가 함께 해요. 삐약이에게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이고, 위험한 길을 다니지 않게 미리 일러두고, 언제 어디서나 삐약이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니양이를 이웃들은 이제 악명 높은 ‘니양이’라는 이름 대신 ‘삐약이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니양이도 ‘삐약이 엄마’라는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자신 밖에 모르던 니양이, 작은 달걀을 날름 먹어치우는 순간에도 한 치의 망설임 조차 없던 포악한 니양이의 눈빛이 삐약이를 낳는 순간부터 달라집니다. 세상의 모든 중심이 삐약이로 바뀌기 시작하죠. 그런 니양이 마음처럼 흑백의 그림 속에 오직 삐약이만 노란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존재가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 “삐약이 엄마”,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빠가 없어도, 꼭 닮은 존재가 아니라도 사랑이 가족을 묶어주는 가장 단단한 끈입니다.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책표지 : Daum 책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원제 : And Tango Makes Three)
저스틴 리처드슨, 피터 파넬 | 그림 헨리 콜 | 옮김 강이경 | 담푸스
(발행 2012/03/26)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센트럴파크에 사는 펭귄들은 일정 시기가 되면 암컷과 수컷이 짝을 이루어 삽니다. 이 많은 펭귄 무리 속에서 로이와 실로도 짝이 되었어요. 같이 절도 하고 같이 걷고 같이 노래하고 같이 헤엄치며 언제나 단짝처럼 붙어있는 로이와 실로는 둘 다 수컷입니다. 사육사는 늘 함께 붙어있고 서로 목을 부비며 다정하게 노는 로이와 실로를 보면서 서로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죠. 다른 펭귄들이 집을 짓기 시작하자 로이와 실로도 돌을 물어다 다른 펭귄들처럼 짓을 지었고 밤이 되면 둥지에서 같이 잠을 잤어요. 다른 가족들처럼요.

그러던 어느 날 다른 가족들이 알을 낳고 품어 아기 펭귄을 기르는 것을 본 로이와 실로는 알과 비슷하게 생긴 돌을 물어와 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품고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걸 지켜 보던 사육사 그램지 씨는 보살펴 줘야 할 알을 로이와 실로의 둥지에 가져다 놓았죠. 로이와 실로가 정성으로 품은 덕분에 알에서 예쁜 아기 펭귄이 태어났습니다. 사육사는 아기 펭귄의 이름을 탱고라 지어주었어요.

밤이 오면 세 펭귄은 둥지로 돌아가요.
그리고 서로 꼭 끌어안고 자요.
다른 펭귄 가족들처럼, 동물원에 사는 다른 동물 가족들처럼,
큰 도시에 사는 모든 가족들처럼 말이에요.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는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쓴 그림책입니다. 정성스럽게 번갈아 가면서 알을 품는 로이와 실로, 태어난 탱고를 사랑으로 기르는 로이와 실로, 아빠가 둘이라는 점만 빼고는 사랑과 이해로 맺어진 여느 가족의 모습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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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hee Ju
seonghee Ju
2017/10/25 15:35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네요….입양에 대해서도….결합가족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들로 가득한 이 공간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네요…..더 많이 ~ 더 널리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바램이 듭니다…
(여기가 해외라서인지 크롬통해 접속하는게 홈피가 더 깔끔하게 보여요….깨지거나 이상하게 겹치거나 하는 현상이 없이…..)

가온빛지기
Admin
2017/11/06 20:03
답글 to  seonghee Ju

주성희 님, 반갑습니다.
그림책 참 좋죠! 한 권 한 권 찾아 읽다보면 그 끝이 안보일만큼 수많은 이야기와 감동들로 가득한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해외에 계시다니 그곳 주위 분들에게도 가온빛 소개 많이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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