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다 보면 그림책 속에 알고 있는 그림책이나 그림들이 영화의 까메오처럼 등장하거나, 재미있게 패러디 되어서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해주기도 합니다. 그림책에 숨어있는 그림책 속 까메오,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문득 눈에 들어오면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입니다. 아이들이 먼저 발견했을때는 아이는 아이대로 신나고 엄마 아빠는 은근히 뿌듯해지는 순간이죠 ^^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을 좋아했던 딸아이는 제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듣고 다시 듣고 또 듣고, 일단 한번 필이 꽂힌 그림책에 대한 무한 사랑에 글자를 못 읽던 시절 하루종일 그림을 들여다 보면서 희한하고 기발하고 생각도 못했던 그림들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면 그림책을 들고 저에게 달려와 이 그림이 여기에도 나오고 저기에도 또 나온다던지, 그림책 속에 그림책이 나오는 장면을 찾아내기도 했지요. 같은 그림책인데 어른들은 글을 읽고 아이들은 그림을 읽나봅니다. 오늘은 작가가 몰래 숨겨놓은 그림책 속 까메오, 어디 어디 숨어 있나 한번 찾아 볼까요? ^^


잘자요, 달님

(원제 : Goodnight Moon)
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그림 클레먼트 허드, 옮긴이 이연선, 시공주니어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베드타임 스토리의 고전으로 불리울 만큼 잘 알려진 “잘자요, 달님”입니다. 잘 시간이 다 된 아기토끼가 큰 초록색 방의 사물 하나하나에 ‘잘자요.’라고 인사 합니다. 토끼가 인사를 할 때마다 방안은 차츰 어두워 지네요. 별님, 먼지에게까지 잘자란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잘 자요, 소리들.’이라며 소리에게까지 인사를 하면 방안이 어두워져있고 토끼는 곤히 잠들어 있어요.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첫장을 펼치면 아기 토끼가 잠들기 전 탁자를 바라보는 그림이 나옵니다. 위에 그림 보이시죠? 그 탁자 위에 놓은 초록 책 한 권 가까이 들여다 보면 “Goodnight Moon”이라고 원서 제목이 그대로 쓰여있답니다. 번역본에는 번역본 제목으로 씌여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냥 원서 제목그대로 사용했네요. 확인해 보세요.


 잠이 안 오니, 작은곰아?

(원제 : Cant’s You Sleep, Little Bear?)
글 마틴 워델, 그림 바바라 퍼스, 옮긴이 이지현, 비룡소

※ 1988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너무 캄캄해서 잠이 안 온다는 작은 곰을 위해 큰 곰은 랜턴을 가져오고 조금 더 큰 랜턴, 정말 큰 랜턴을 들고와 작은 곰을 재우려 하지만 결국 어둠이 무섭다는 아기곰, 큰 곰은 아기 곰을 안고 나가 밤하늘을 보여주며 어둠이 품고 있는 달과 별을 보여줍니다. 그사이 큰 곰 품에 안겨 잠든 작은 곰. 그리고 잠든 작은 곰을 안고 곰그림책을 읽으려던 큰 곰도 어느새 함께 잠들어 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아기를 재우려는 엄마의 모습, 안 자려는 아기의 모습도 보이고, 블루톤으로 어둠을 신비하게 처리한 그림이 참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작은 곰을 재우려고 하는 페이지에 같은 그림책의 장면이 두 번 나옵니다.

큰 곰이 읽다 펼쳐 놓고 칭얼대는 작은곰에게 가는 장면인데요. 큰 곰이 읽다가 펼쳐놓은 페이지 그림과 실제 큰곰이 작은 곰에게 다가간 장면의 그림이 똑같아요. 또 몇 장 더 넘겨서 밖이 너무 어둡다 말하는 장면에 침대에 펼쳐진 그림책을 살펴보면 그림책 속 그림책에도 똑같은 장면이 그려져 있답니다. 책 과 현실이 똑같은 장면을 담고 있지요.


아름다운 책

(원제 : Un Beau Livre)
글/그림 클로드 부종, 옮긴이 최윤정, 비룡소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글자를 알지 못하는 빅토르에게 형 에르네스트가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상상을 통해 책 속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토끼 형제의 이야기 입니다. 현실 속에서 형이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흐뭇한 장면, 그 장면의 그림책 그림을 살펴 보세요. 바로 다음 장에 책 속 그림과 똑같은 장면이 나오고 있어요. 아이들은 이 장면을 보면 너무나 신기해 한답니다. 토끼 형제가 보는 그림이 바로 다음장에 나온다구요. 혹여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읽다 이 장면을 발견하면 엄마는 몰랐다는 듯 신기해 하며 호응해 주세요…


책이 정말 좋아

(원제 : Wild About Books)
글 주디 시라, 그림 마크 브라운, 옮긴이 김서정, 큰북작은북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어김없이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그림책에도 그래요. 도서관차가 잘못해서 동물원에 가게 되고 그 덕분에 동물들은 모두 책을 읽게 됩니다. 동물들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살펴 보세요. 각각의 동물들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책들을 읽고 있는 장면… 잊지 말고 잘 살펴 보세요. ‘책이 정말 좋아’ 그림책에서는 유명한 그림책 두 권이 나온답니다. 우선 동물원의 뱀이 “크릭터”라는 그림책을 읽고 있어요. “크릭터”는 아프리카에서 온 보아뱀 크릭터와 할머니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그림책인데요. 그 다음으로는 뱀이 크릭터를 읽고 있는 것처럼 뱀 아래 쪽에서 이번엔 토끼가 “잘 자요, 달님”을 읽고 있어요. “잘자요 달님”은 토끼가 주인공이지요. 토끼가 토끼 책을 읽네요. ^^

  •  뱀이 보고 있는 그림책 : 크릭터, 글/그림 토미 웅게러, 옮긴이 장미란, 시공주니어
  • 토끼가 보고 있는 그림책 : 잘 자요, 달님, 글 마거린 와이즈 브라운, 그림 클레먼트 허드, 시공주니어

 책 속의 책 속의 책

(원제 : Das Buch im Buch im Buch)
 글/그림 요르크 뮐러, 옮긴이 김라합, 비룡소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책 선물을 받은 아이가 자기와 똑같은 아이가 책 표지인 책을 보고 놀라는 장면입니다. 제목 그대로 책 속의 책 속의 책. 끊임없이 이어지는 책 속의 책들, 아이는 거울을 통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이 책의 화가를 만나게 되는데 화가 아저씨도 그림책 표지를 만들다 그만 너무 깊게 빠져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 끝을 맺기 위해서는 아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의 도움을 받고 그림책은 끝이 나고 주인공은 제자리로 돌아오지요. 그림책 표지와 똑같은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는 장면을 보세요. 마치 엘리베이터에서 앞뒤로 이어진 거울 속 내 모습이 계속 비춰지는 걸 보고 혼란스러워했던 그런 장면을 보는 것 같아요. 겉표지는 살짝 찢어진 선물 포장 속으로 이 그림이 그려져 있구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겉표지 그림은 책 속에 이렇게 나와서 책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핵심이 됩니다.  “책 속의 책속의 책”  그림책 제목처럼 신비하고 요상하고 특별한 그림책입니다.


 잘가, 나의 비밀친구

(원제 : The Night Shimmy)
 글 그웬 스트라우스, 그림 앤서니 브라운, 옮긴이 김혜진, 웅진주니어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채 상상 속 비밀친구하고만 소통을 하고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던 에릭은 자신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 보지 않는 마샤를 만나고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담은 “잘가, 나의 비밀친구”입니다. 에릭이 비밀친구 복장을 하고 침대에서 책을 읽는 장면을 들여다 보세요. 눈치 채셨지요? 에릭이 푹 빠져서 읽고 있는 책은 모리스 센닥의 “깊은밤 부엌에서”(글/그림 모리스 센닥, 옮긴이 강무홍, 시공주니어)랍니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이라 그런지 그림책 속에서 옛친구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모리스 센닥의 책을 책 속에 숨겨 놓았습니다.


 10 Minutes Till Bedtime

글/그림 Peggy  Rathmann, G.P. Putnam’s Sons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국내에서 전집에 끼어 있어 단행본으로는 구할 수 없는 책 “10 minutes till bedtime”입니다. 저희 아이 어렸을 때 이 책을 너무 너무 좋아해서 정말 책이 마르고 닳도록 봤던 책 중 한권이예요. 작가 Rathmann은 극도로 절제된 언어속에 풍부하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갑니다. 아빠가 거실에서 신문을 보면서 소년에게 ’10 minutes till bedtime’이라고 소리칩니다. 잠자기 10분전이면 씻고 양치질하고 할 일이 꽤 되는데 이 소년과 햄스터는 햄스터 가족을 집으로 불러들이네요. ‘잠자기 10분전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하고 깜짝 놀랄만큼 풍성한 그림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책 26페이지를 통틀어 나오는 주된 단어는 제목 그대로 ’10 minutes till bedtime’뿐이구요.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9 minutes till bedtime, 8 minutes till bedtime 로 변하기만 할 뿐입니다. 잠자기 5분 전인데, 햄스터들에게 책 읽어주고 있는 꼬마…^^ 그런데 아이가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사실. 표지와 비교해 보세요. 똑같은 그림책이죠? 표지가 너무나 선명하게 나와서 아이들은 이 책의 이 장면을 발견하면 깔깔거리며 재미있어 합니다.


 당나귀 도서관

(원제 : Waiting for the Biblioburro)
글 모니카 브라운, 그림 존 파라, 옮긴이 이향순, 북뱅크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그림책 속 까메오 그림책

책 좋아하는 소녀 아나가 마을에 몇 권 뿐인 책을 모두 읽고 아쉬움에 빠져있을 때 당나귀 두 마리에 수 많은 책을 싣고 나타난 사서 아저씨를 만납니다. 당나귀 등에 책을 싣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움직이는 당나귀 도서관입니다. 아나는 이 신기한 도서관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 이야기 하고 사서 아저씨는 아나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 써보라고 해요. 당나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다 읽은 아나는 당나귀 도서관이 올 때까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나귀 도서관이 다시 돌아왔을 때 사서 아저씨에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보여주고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아나가 쓴 이야기를 읽어줍니다. 아나가 자신이 쓴 이야기를 아저씨에게 보여줄 때 든 책표지 그림이 이 책의 표지 그림과 비슷합니다. 책 속 작은 그림을 통해 작가의 센스를 엿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 그림책은 당나귀에 책을 싣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책을 대여해 주는 일을 하는 실존 인물 루이스 소리아노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린 책이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의 그림책 버스처럼 움직이는 도서관은 세계 곳곳에 있다고 하네요.

※ 루이스 소리아노(Luis Soriano) : 위키피디아

제가 찾은 그림책 속 그림책 외에 또다른 장면을 발견 하신다면 귀띔해 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찾아보고 공유하겠습니다.


오늘의 그림 한장 : 당나귀 도서관


오래도록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는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림을 충분히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길러지고 경청하는 힘도 자라나게 됩니다. 그림책은 텍스트가 진행하는 이야기 뿐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이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들을 깊고 넓게 보면서 아이와 함께 책읽기를 즐기세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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