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빛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우리는 슬픔에 잠긴 채 수준 미달의 지도자와 썩은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조종하는 탐욕스러운 재벌들이 나라를 어떻게 침몰시키는지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영원하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겠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그들이 철저히 무시했던 민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우리는 이제 곧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합니다. 과거로 역행한 세월이 근 10년,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반듯이 세우기 위해 국민과 손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올바르고 진실된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우리의 기준을 백퍼센트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더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졌던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 사람들을 뽑자는 취지에서  “그림책으로 배우는 선거, 투표, 대통령, 정치”라는 테마로 그림책들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기 위해 조기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오늘 가온빛이 고른 주제는 ‘바른 지도자, 국민의 힘’입니다.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의 힘을 두려워할 줄 아는 바른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바른 지도자, 국민의 힘을 이야기하는 그림책들’입니다.


갈색 아침
책표지 : Daum 책
갈색 아침

(원제 : Matin Brun)
프랑크 파블로프 | 그림 레오니트 시멜코프 | 옮김 해바라기프로젝트 | 휴먼어린이
(발행 : 2013/11/11)

“갈색 아침”은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을 침해하고 탄압하는 과정과 거기에 침묵으로 대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1998년에 처음 발표된 “갈색 아침”은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실제로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당시 극우파 후보가 결선 투표에까지 진출하는 이변이 벌어지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청취자들에게 이 그림책 “갈색 아침”을 소개했고, 이 책에 담긴 메시지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상승세에 있던 극우파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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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왕
책표지 : Daum 책
돼지왕

(원제 : King Pig)
글/그림 닉 블랜드 | 옮김 김혜진 | 천개의바람
(발행 : 2015/09/25)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그림책 “돼지왕”은 자기밖에 모르는 돼지왕과 그의 우매함으로 인해 시달리는 백성 양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양들의 입장에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제멋대로인 돼지왕을 보며 한심해하기도 하고 답답해 하기도 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간결한 이야기 속에 담긴 해학과 풍자로 많은 이야기들을 함축해 놓은 그림책 “돼지왕”. 돼지왕과 양들 사이에 벌어지는 재미난 해프닝,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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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나가지 마!
책표지 : Daum 책
아무도 지나가지 마!

(원제 : Daqui Ninguém Passa!)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 그림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 옮김 민찬기 | 그림책공작소
(발행일 : 2016/04/13)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장군이 그림책을 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소리칩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마!’라고요. 대체 어디를 지나가지 말라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지나가지 말라는 것일까요?  “아무도 지나가지 마!” “엄마의 가슴”,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느리게 빠르게”, “두 가지 길등의 좋은 그림책을 선보여온 포르투갈의 작가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명콤비가 만든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그림책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유와 권리,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아무도 지나가지 마!”는 간결한 스토리와 시선을 압도하는 공간 분할,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명쾌하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의 기발한 그림책 구성 아이디어에 절로 감탄이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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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왕 루이 1세
책표지 : Daum 책
양들의 왕 루이 1세

(원제 : Louis 1er, Roi des Moutons)
글/그림 올리비에 탈레크 | 옮김 이순영 | 북극곰

(발행일 : 2016/07/06)

“무릎 딱지”, “누굴까? 왜일까?”, “내가 앞에 설래!” 등으로 가온빛에서도 이미 여러번 소개한 바 있는 올리비에 탈레크. 섬세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모를 엉성함으로 편안한 느낌의 그림, 뭐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만의 독특함이 주는 새로운 신선함과 우리 삶을 깊숙히 꿰뚫는 통찰력이 올리비에 탈레크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양들의 왕 루이 1세”에서도 올리비에 탈레크는 자신의 역량을 아끼지 않고 발휘합니다. 왕관의 권위와는 어울리지 않게 멍청해 보이는 루이 1세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익살스러운 그림과 재미난 내용 전개는 이 그림책이 품고 있는 어려운 주제를 아주 쉽게 아이들의 마음 속에 전달합니다. 어리석은 왕, 무능하기만 한 왕, 아무런 꿈도 비전도 없는 왕의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들은 진짜 왕, 참된 리더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고 자기만의 답을 찾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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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왕님
책표지 : Daum 책
어쩌다 여왕님

(원제 : La Reine Des Grenouilles)
다비드 칼리 | 그림 마르코 소마 | 옮김 루시드 폴 | 책읽는곰
(발행 : 2014/09/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어쩌다 여왕님” 속에는 웃음, 뜨끔, 씁쓸함, 반성, 그리고 우리 사는 세상과 비교해 절묘한 느낌까지….. 그림책 한 권에 다양한 이야기거리와 생각들이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왕을  갖고 싶었던 개구리들이 멋진 황새를 자신들의 왕으로 추대하지만 날마다 황새에게 잡아먹힌다는 개구리 우화를 기억하시나요? 우화 속 개구리들은 모두 잡아먹히고 말지만 “어쩌다 여왕님”에 나오는 개구리들은 다행스럽게도 어쩌다 여왕으로 추대했던 여왕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모두 함께 지혜를 발휘 합니다. 대중의 힘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개구리를 여왕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개구리들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남은 개구리들은 평생을 개구리답게 살아가지 못하고 여왕 개구리와 그 신하들에게 파리를 잡아다 바치며 살아가야 했을 거예요. 그랬다면 그들이 예전에 누렸던 아름다운 여름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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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왕국 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얼음 왕국 이야기

(원제 : 평화)
글/그림 리키 블랑코 | 옮김 유아가다 | 지양어린이
(발행 : 2015/12/15) 

눈을 내리 깔고 강 건너편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여왕의 모습이 얼음처럼 차가워 보입니다. 표지 그림을 양면으로 쫙 펼치면 서로 등진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나라 왕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림책 표지에서도 보여주듯이 “얼음 왕국 이야기”는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느라 늘 싸움만 일삼던 두 왕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풍자해 한 장 한 장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얼음 왕국 이야기”는 작가의 통찰력이 멋지게 빛을 발하는 그림책입니다. 길고 긴 전쟁을 끝낼 열쇠는 협상이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라는 사실, 얼음 왕국을 바꾼 이들은 한 사람의 통치자가 아닌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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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이사
책표지 : Daum 책
임금님의 이사

글/그림 보탄 야스요시 | 옮김 김영순 | 문학과지성사
(발행 : 2017/02/24)

임금님의 화려한 이삿짐에 비해 작고 소박한 짐수레가 눈길을 끕니다. 짐수레가 줄줄이 이어진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구요. 임금님도 이사를 할까? 왜? 어디로?……하는 궁금증도 줄줄이 밀려옵니다.

임금님과 여섯 친구들, 소통이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만큼은 똑같습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으로 완성한 그림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그림책 “임금님의 이사”. 

이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것은 현재 우리 상황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광장에 모여 한마음으로 촛불을 든 이들, 슬픔으로 가득 찬 팽목항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찾아 나선 이들, 마음을 나누고 온정을 주고받은 그 수많은 이들이 바로 이 그림책 속 임금님이고 여섯 친구들 아닐까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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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착한 왕
책표지 : Daum 책
혼자 남은 착한 왕

글/그림 이범재 | 계수나무
(발행 : 2014/08/20)

가온빛 추천 그림책

착한 나라에 살고 있는 착한 왕은 사람이나 동물, 식물, 세상 모든 물건들까지도 모두 착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어요. 그래요. 모두 착해야 하죠. 세상 모든 것은 착해야 해요. 그런데, 여기까지 읽고나면 “혼자남은 착한 왕”이라는 제목이 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세상 모든 것은 착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왕은 혼자 남게 되었을까요? 그 나라에는 나쁜 것들만 모여 있었던 걸까요?

착한 것과 나쁜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것은 누가 판단한 할 수 있는 일일까요? 모든 것이 착해야 한다는 왕의 생각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생각일 수도 있을거예요. 하지만 왕이 독선과 아집에 의해 주관적 생각이 너무 깊이 개입되자 왕이 꿈꾼 착한 나라의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선과 악, 착한 것과 나쁜 것에 집착하던 왕은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난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나쁜 것으로 분류해 버리는 실수를 범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을 추구했지만 그것이 아집과 독선으로 바뀌며 ‘악’이 되어버린 거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양한 것들이 어우러져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혼자 남은 착한 왕” 리뷰 보기


※ 함께 읽어 보세요

그림책으로 배우는 선거 · 투표 · 대통령 · 정치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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