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정확히는 노동자의 날, 노동절입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노동절 또는 메이데이(May Day)로 부르고 있죠. 우리는 인간의 기본권인 ‘노동’을 ‘근로’로 낮춰서 불러왔는데 이것은 아마도 반공 정치가 생존 전략이었던 이승만과 군사독재자들, 그리고 최근의 이명박근혜 정권의 색깔론 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절이 시작된 미국 역시 이 색깔론 덕분에 노동절이 5월 1일이 아닌 9월 첫 번째 월요일이란 사실.

노동절의 기원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졌던 헤이마켓 사건입니다. 헤이마켓 사건은 8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항의하고 8시간 노동 보장을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는데 군경을 투입해 막는 과정에서 유혈사태로 번지게 되었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주장을 들어준 사건입니다. 이 날을 기리기 위해 전세계가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5월 1일이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며 정부가 9월 첫 번째 월요일로 바꿔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3월 청와대에서 발의한 국민개헌안에는 현행 헌법에서 명시한 ‘근로자’라는 말을 삭제하고 우리에게 ‘노동자’라는 칭호를 되찾아주고자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이번에 발의된 개헌안은 국민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치꾼들의 정쟁으로 비록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 내용은 헌법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내용이고 결국엔 그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제32조 ②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③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개정안> 제33조 ①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고용의 안정과 증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③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④노동조건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되, 그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 출처 : 청와대 국민개헌안

노동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우리는 당당하게 일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자본가들은 우리가 인간답게 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은 바로 그 사실을 우리와 국가, 자본가들 모두가 마음에 되새기는 날 노동절입니다.

노동절을 맞아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삶,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 소개합니다.


당신은 어느 편이죠?

당신은 어느 편이죠?

(원제 : Which Side Are You On? – The Story of a Song)
조지 엘라 라이온 | 그림 크리스토퍼 카디낼 | 옮김 김하경 | 고인돌
(발행일 : 2013/12/25)

이 그림책의 원제 ‘Which Side Are You On?’은 1931년 만들어진 미국의 민중가요의 제목입니다. “당신은 어느 편이죠?”는 탄광 노동자들의 연대를 위해 이 노래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당신은 어느 편이죠?

우리는 탄광 회사가 회사 땅에 지어 준 사택에서 살아요. 그리고 아빠는 진짜 돈 대신에 회사에서 찍어 낸 회사 돈을 받아요. 회사 돈은 다른 데선 안 되고, 회사 직영 상점에서만 쓸 수 있어요. 아빠는 늘 말씀하셨죠. 아침이면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회사는 확실하게 우리 전부를 소유하고 있대요.

그래서 우리는 노조를 가져야만 한대요.

탄광촌의 삶은 자본가들이 어떤 식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갱도 안에서 분진을 마셔가며 일한 댓가로 받은 돈은 회사에서 지어준 사택 임대료와 회사 직영 상점에서 생필품 구입비로 고스란히 회사에게 다시 빼앗기고 마는 삶.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연대입니다. 그래서 모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서슴 없이 총을 쏘아대며 탄압하는 자본가들.

당신은 어느 편이죠?

아빠가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보낸 경찰들은 아이들이 있는 집을 향해 총질을 해댑니다. 두려움 속에서 침대 밑에 숨어 있는 아이들, 벽에 박힌 수많은 총알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노랫말을 써내려 갑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노래가 바로 ‘Which Side Are You On?’이고, 이 노래를 쓴 엄마는 노동자 샘 리스의 아내 플로렌스 리스입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빈 공장의 기타 소리

글/그림 전진경 | 창비
(발행 : 2017/11/30)

★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폐쇄된 공장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는 노동자들의 곁에 다가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이웃을 꼭 끌어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강남 한복판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그들은 우리 이웃입니다. 나 역시 노동자이며,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남편, 형제자매와 자녀들 모두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향해 응원과 연대의 의지를 담아 힘차게 손을 흔들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는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입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리뷰 보기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원제 : Si, Se Puede!)
글 다이애나 콘 | 그림 프란시스코 델가도 | 옮김 마음물꼬 | 고래이야기
(발행 : 2014/05/30)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의 원제 ‘Si, Se Puede!’는 스페인어인데요, 영어로는 ‘Yes, We Can!’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그림책의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어렴풋이나마 엄마 아빠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여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지난 2000년의 ‘LA 청소노동자를 위한 정의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인물과 당시의 파업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은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가 이럴 때 딱 적절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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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원제 : Click, Clack, Moo  Cows That Type )
글 도린 크로닌 | 그림 베시 루윈 | 옮김 | 이상희 |  주니어RHK
(발행 : 2014/01/27)

※ 2001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길고 독특한 그림책 제목이 재미있죠?^^ 탁탁 톡톡이라는 말을 보아하니 젖소가 타자기로 편지를 쓰는 모양입니다. 표지 그림에도 나와있듯이요. 그 투박한 발굽으로 타자를 치는 젖소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네요. 그런데, 젖소는 대체 누구에게 무엇때문에 편지를 쓰는 걸까요?

선하고 착한 눈망울을 가진 젖소들의 앙큼한 반란도 재미있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 시키기 위해 닭들과 연계한 파업,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브라운 아저씨와 벌인 타협안, 정말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인데요.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닌 중재자의 위치에 서있던 오리가 노동자의 권리를 깨닫는 부분이 가장 통쾌하고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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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er Duck
책표지 : Amazon
Farmer Duck

글 마틴 워델 | 그림 헬린 옥슨버리
(발행 : 1996/03/01)

농장의 모든 살림을 오리에게 맡긴 채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기만 하는 게으른 농부. 늘 오리의 보살핌을 받던 농장의 다른 동물들은 밤새 모여서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뜻을 모아 농부를 농장에서 멀리 쫓아냅니다. 날이 밝자 농부를 쫓아낸 동물들은 새로운 리더 오리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동물들은 리더가 있는 것이 싫어서 게으른 농부를 쫓아낸게 아닙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춘 리더였던겁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공유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갖춘 참다운 리더를 원했던겁니다. 그리고 늘 묵묵히 제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오리야말로 그들이 찾는 리더였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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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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