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고 안락한 집, 집안 공기를 가득 채우는 행복한 웃음과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넘쳐흐르는 사랑. 가족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경이에요. 생각만으로도 메말랐던 가슴이 훈훈해지고 가슴이 뜨거워지고야 마는… 힘든 날 그 힘으로 일어서고 기쁜 날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 가족. 우린 어떻게 가족이 되었을까요?

“숨”“실”. 한 단어로만 이루어진 그림책 제목이 강렬하게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언제든 함께 숨 쉬고 언제까지라도 이어져 있는 존재, 우린 가족입니다.


숨

글/그림 노인경 | 문학동네
(발행 : 2018/09/20)

 “숨”은 한 생명이 태어나 가족이 되기까지의 경이로운 과정을 아름답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긴 기다림 끝에 아이가 있었어요.
우리의 숨과 숨이 모여 그 아이가 되었고,
이제 그 아이의 숨으로 우리는 새로워졌습니다.
– 노인경

숨

아이가 엄마 아빠를 처음 만난 건 어느 깊고 따스한 물속. 이미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처럼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셋의 만남은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여요. 후- 하고 평온하게 내쉬는 아이의 숨결이 수많은 물방울들을 만들어냅니다.

숨

숨결이 만들어낸 물방울들이 새로운 생명들을 만들어냈어요. 물결 따라 생명들이 경쾌하게 움직이며 그들과 즐거운 여정을 시작합니다. 생명의 숨결이 만들어 내는 환상의 세계는 마치 변화무쌍한 우주의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숨

꿈일까 현실일까? 광활한 모래 언덕에서 깨어난 아이가 숨을 깊이 들이마십니다. 생명의 에너지를 온몸 가득 채우려는 듯. 아이는 그 힘을 모아 온 마음 다해 외쳤어요. ‘엄마!’하고 커다란 목소리로. 그곳에 엄마가 있어요. 그리고 아빠가 있어요. 꿈결 속에서 만났던 다정한 엄마 아빠가.

오랜 산고 끝에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신비로운 느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습니다. 분명 처음 마주하고 있음에도 아주 오래전 나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던 그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 우리는 언제 어떻게 연결되었을까요? 그림책 “숨”을 만났을 때 저는 오래전 그 순간이 떠올랐어요. 우리의 숨결이 아이를 숨 쉬게 했을까요? 아이의 숨결이 우리를 숨 쉬게 하고 있었을까요? 따뜻한 사랑의 숨결로 둥글게 이어진… 우린, 가족입니다.


실

(원제 : Tråder)
글/그림 토릴 코베 | 옮김 손화수 | 현암주니어
(발행 : 2020/02/05)

빨간 실을 잡고 푸른 숲 위를 날고 있는 여자, 그저 “실”이라고 쓰여있는 짧은 그림책 제목에 아리송해집니다. 빨간 실과 여자 그리고 숲, 이들은 무슨 관계일까요?

“실”은 우연히 만난 여자와 한 아이가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날 그 순간 그곳에서 그 아이를 만난 건…

실

우리는 왜 팔을 뻗을까?
원하는 것이 있어서? 그리워하는 것이 있어서?
어쩌면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원해서인지도 몰라.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나, 특별한 느낌을 원해서인지도 모르지.

실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머리 위에 드리운 붉은 실을 잡은 순간 실이 그녀를 끌어당겼어요. 도시와 마을, 평야와 벌판 위를 자유롭게 훨훨 날아 그녀가 도착한 곳은 나무가 우거 진 숲. 그 숲에 이르자 실이 여자를 아래로 잡아당겼어요.

실

그곳에 작은 아이가 혼자 있었어요. 여자의 붉은 실 한쪽 끝을 잡고 있는 어린아이. 여자는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를 그대로 두고 올 수 없었어요. 홀로 있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생각했죠.

너의 엄마가 되어 줄게.

실

네가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내 품 안에서 지켜 줄게.

여자의 따스한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 둘의 세상은 빛으로 가득해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지며 서로를 가득 채워갑니다. 마치 둘 사이에 존재하는 붉은 끈처럼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제 아이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어요. 아이는 다시 기다립니다. 가슴 가득 엄마가 채워준 사랑을 기억하며 오래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기다리는 실 한 가닥을…

아직 독립적인 삶이 불가능한 아이들에게 있어 가족은 아주 절대적인 세계입니다. 아이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물질적, 정신적, 정서적 안정을 채우며 단단하게 성장하죠. 우연히 만난 아이에게 튼튼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여자의 모습이 가슴 뭉클합니다. 붉은 실, 사랑으로 이어진 인연입니다.

이 그림책의 작가 토릴 코베는 2007년 ‘덴마크 시인(Danish Poet)’이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실” 역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제작된 뒤, 이후 그림책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우연과 필연으로 얽힌 사람들 간의 관계를 그리고 있어요.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삶을 완성해 갑니다. 그것이 우연이었든 필연이었든 말이죠. 실제 이 이야기는 입양을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 작가 토릴 코베의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 역시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얽힌 결과 아닐까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가족으로 만난 건 기적과 같은 일. 마치 그녀가 그 순간 수많은 실들 중에 붉은 실을 잡았던 것처럼요.


“실”, 애니메이션으로도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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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