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예전엔 동네마다  ‘□□탕’ 이라고 쓰여진 빨간벽돌로 된 굴뚝이 하나씩은 있었죠. 엄마 아빠 따라 가서 개운하게 씻고 나면 항아리병에 들은 바나나우유나 새콤달달한 야쿠르트 하나씩 얻어 마시는 재미로 다니던 동네 목욕탕. 요즘은 사우나나 찜질방에 밀려 동네에서 예전만큼 빨간 벽돌 굴뚝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집집마다 따끈한 물 콸콸 나오는 목욕탕이 있으니 더더군다나 동네 목욕탕 설자리가 없어질 수 밖에요.

목욕탕 추억이 담긴 그림책들

오늘은 목욕탕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들 찾아 보면서 어릴적 추억에 잠겨 보면 어떨까요? 함께 따라 읽다 보면 ‘맞아 맞아~ 그랬었지’하며 살포시 웃음 짓게 될겁니다. ^^


달콤한 목욕 - 목욕탕
책표지 : 바람의 아이들
달콤한 목욕

글/그림 김신화, 김영애,김현군,박경덕,박순열, 양준혁, 바람의 아이들

가장 더운 여름날, 가뭄 때문에 마을에 물이 끊겨 마을 사람들은 양동이에 필요한 만큼씩만 물을 받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공놀이를 한 세 사람은 찬물 목욕을 하자며 목욕탕에 갔어요. 아무리 틀어도 수도꼭지에서 물은 나오지 않고, 세 사람은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답니다. 그 때 한 사람이 소릴 쳤어요. 냉장고에 시원한게 가득하다구요. 목욕탕 냉장고에 가득한 시원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사이다였습니다.

달콤한 목욕 - 목욕탕

세사람은 사이다를 꺼내 욕조에 붓고 짜릿하면서 달콤한 목욕을 시작했어요.

달콤한 목욕 - 목욕탕

하지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목욕을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자 사이다 때문에 온 몸이 끈적끈적…(으아아아~) 세 사람 중 가장 견디지 못한 한 사람은 야외 수영장으로 달려가 다이빙을 했지만 물이 없어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꽝~, 다른 한 사람은 두루마지 휴지로 몸을 닦아보았죠. 효과가 있었을까요? 친구들이 미라라고 놀라 도망을 갔대요. 셋 중 끝까지 버틴 사람이 가장 성공적인 사이다 목욕 마무리를 하게 된답니다. 어떤 방법이었을까요? 잠깐 잠든 사이에 동네 개들의 사랑을 받았대요. (ㅋㅋㅋ ㅎㅎㅎㅎ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면서 간질간질해지는 방법입니다.^^)

해가 남은 사이다를 마시고,

그날 밤

긴 가뭄을 보내는 비가 왔습니다.

아주 시원했습니다.

달콤한 목욕의 시원한 마무리입니다. 달콤한 목욕은 아마도 사이다로 목욕한 이야기도 되겠지만, 긴 가뭄 끝 비가 오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뿌려진 촉촉한 비목욕을 달콤한 목욕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콸콸콸콸, 보글보글, 풍덩, 톡톡, 짜릿짜릿

“달콤한 목욕”에는 사이다로 목욕 할 때 아마 이런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갖가지 상상 가득한 풍부한 의성어들이 함께 녹아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홀트 일산 복지 타운에서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eBook 만들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여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 친구들이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로 함께 만들어낸 그림책이랍니다. 매사에 호기심이 많은 김현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김영애, 미적 감각이 있는 김신화, 그림 그리기를 매우 좋아하는 박경덕, 개 조련사가 꿈인 박순열, 도자기 만들기에 소질 있는 양준혁, 이렇게 개성 강한 여섯명의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라고 해요.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밝고 따뜻한 그림과 상상을 초월하는 재미와 반전의 스토리, 사이다처럼 톡톡 터지는 의성어들, 그림책을 읽는 동안 기발하고 예쁜 동심 속으로 쏘옥 빠져드는 듯한 느낌입니다. ^^


지옥탕 - 목욕탕
책표지 : 책 읽는 곰
지옥탕

글/그림 손지희, 책읽는곰

일요일 아침, 엄마에게 붙들려(이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엄마와 함께’가 아닌 ‘엄마에게 붙들려’…^^) 가게 된 목욕탕은 왜 지옥탕이었을까요?

첫 번째 이유 엄마에게 붙들려 갔으니까…, 두번 째 이유 탈의실에서는 우리반 남자애를 만납니다.  그래서 서둘러 들어간 목욕탕 풍경은 이런 모습입니다.

지옥탕 - 목욕탕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 생각나 이 장면에서 정말 킥킥거리며 웃고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뜨겁다 말했지만 엄마가 하시는 말씀은 “엄살은…” (전국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똑같이 하시는 목욕탕 멘트) 머리 감을 때는 눈이 따가워서 지옥, 목까지 담가야 하는 탕 안은 너무나 뜨거워서 지옥, 엄마가 때 밀어주실 때 너무 아파서 진짜 지옥… 나보다 오만배는 더 넓은 엄마 등을 밀어야 하는 지옥, 그래서 제목도 “지옥탕”인가 봅니다.

하지만 지옥같은 지옥탕의 마지막은 늘 보송보송 기분 좋게 끝나기 마련이죠~ ^^

지옥탕 - 목욕탕

거기다 엄마가 사주시는 항아리병에 든 바나나 우유는 기분 좋은 덤이구요.

지옥탕 - 목욕탕

작가는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지옥탕 - 목욕탕

들어갈 때는 지옥탕, 나올 때는 목욕탕… 들어갈 때는 엄마에게 끌려서, 나올 때는 엄마 손을 잡고 룰루랄라 좋아진 기분에 한 손에는 바나나 우유, 들어갈 때 만났던 철수도 바나나 우유…^^

작가의 어린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진 이 그림책 속에는 어린 시절 느꼈을 목욕탕에서의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담겨있는 듯 합니다. 글자를 많이 넣지 않고도 어쩌면 이렇게 제대로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게 표현해 냈을까 하는 생각에 그림책을 읽다 웃음을 짓게 되죠. 옆에서 같이 책을 읽던 아이도 웃습니다. “맞아! 맞아!”하고 맞장구를 칩니다. 아이의 마음을 넘어서 어른들에게도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게 해주는 묘한 장치를 넣은 “지옥탕”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시원한 바나나 우유가 간절히 생각납니다. ^^(생각 해보니 세상 모든 것이 변했는데 바나나 우유는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모양도 맛도 변하지 않았네요.)


장수탕 선녀님 - 목욕탕
책표지 : 책 읽는 곰
장수탕 선녀님

글/그림 백희나, 책읽는곰

‘목욕 합니다’ 입간판이 목욕탕 앞에 서 있습니다. 아~ 맞아… 이런 간판 서있었어… 하고 첫 장면부터 웃게 되죠. 덕지네 동네에 있는 아주 오래된 목욕탕인 장수탕, 큰 길가에 있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는 스파랜드를 두고 엄마는 늘 장수탕을 고집하십니다. 덕지도 장수탕이 싫지는 않아요.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요구르트도 먹을 수 있고, 냉탕에서 노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덕지가 냉탕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는데 자신을 날개 옷을 잃어버린 선녀라고 소개한 할머니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냉탕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을 알려주시죠. 덕지와 신나게 논 선녀 할머니는 덕지에게 요구르트를 가리키며 그게 뭔지 물어보십니다. 덕지는 할머니를 위해 엄마가 때를 밀 때 꾹 참은 댓가로 받은 요구르트를 선녀 할머니에게 드립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감기에 걸린 덕지… 밤새 아팠지만 선녀 할머니가 나타나 덕지의 머리를 만져주십니다.

“덕지야, 요구룽 고맙다. 얼른 나아라.”

다음 날 덕지는 거짓말처럼 감기를 털고 일어납니다.

장수탕 선녀님 - 목욕탕

목욕탕집 할머니부터 덕지네 엄마, 덕지, 선녀 할머니까지… 점토로 빚어낸 인형들은 언젠가 어디선가 모두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 법한 이웃 사람들 얼굴같습니다. 넘치는 뱃살과 어울리지 않게 새초롬한 모습으로 요구룽을 마시는 선녀 할머니와 통실통실 아기 몸에 포동포동한 덕지의 볼살, 목욕을 하고 난 뒤 빨개진 덕지와 엄마의 볼, 감기에 걸려 누런 코가 나오는 덕지 얼굴… 순간순간 그들이 마치 연기를 하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살아있는듯한 표정이며 몸짓 연출이 놀랍습니다.

수많은 이야기와 그 시절의 향수까지 모두 긴 글대신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장수탕 선녀님”은 한국적 정서를 목욕탕이란 공간 안에서 풀어가고 있는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목욕탕=물이란 공식에서 벗어나 사이다 목욕이라는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을 그림책에 담은 “달콤한 목욕”. 어린 시절의 목욕탕을 떠올리게 하는 “지옥탕”과 “장수탕 선녀님”은 그림책을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랬었지라는 어린시절 목욕탕에 담긴 공통의 추억 때문이 아닐까요?  “지옥탕”과 “장수탕 선녀님”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때밀기’ 이야기가 나옵니다. 초록색 이태리 타올로 벅벅 밀지 않는 목욕은 목욕이 아니라는 한국인의 목욕 정서…^^

이 세 그림책에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목욕탕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는 부분입니다. 목욕탕에서 어떻게 놀까, 어떻게 놀았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은 이 그림책들을 꼭 한번 찾아 보세요.^^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를 다시 되풀이 하게 될거예요. 또 한가지의 공통점은 모두 우리나라 작가가 만든 그림책이라는 점. 그래서인지 뭔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참 많다는 점도 이 그림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입니다.

이 그림책들 읽고나서부터는 길을 가다 만나는 목욕탕 굴뚝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군요. ‘오, 여기에 이런 오래된 목욕탕이 있었구나…’ 하고 눈 여겨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일요일날 가족이 모두 목욕탕 나들이를 하게 되면 남탕 여탕이 갈라지는 길목에서 몇시까지 나오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지던 기억, 시간 맞춰 나와 목욕탕 입구에서 남탕 여탕으로 갈라졌던 가족들이 벌겋게 익은채로 재회를 하던 기억, 어떤 날에는 목욕 마치고 온가족이 짜장면을 먹고 돌아왔던 기억이 그림책들을 읽다 그림처럼 한장면 한장면 떠오르네요.  추운 날 할머니 손 잡고 목욕탕 갔다 오는 날 한기 들면 감기 걸린다며 목도리로 입과 코를 꽁꽁 싸매주시던 기억, 숨 막힌다고 징징댔던 기억… 이제는 모두가 추억이 되었네요. 딸아이에게 목욕탕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었더니 제 딸은 목욕탕 하면 뭐니뭐니 해도 맥반석 계란과 요구르트랍니다.^^

그림책을 읽고난 후 날 잡아서 아이 손잡고 공중 목욕탕 한 번 들러 보세요. 목욕을 마치고 바나나 우유나 요구르트를 마시는 기쁨을 아이에게 선물해 주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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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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