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vs 곰씨의 의자

‘혹시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 관계가 다 틀어지는 건 아닐까?’
‘내일은 말할 거야. 이대로는 안 돼. 내일은 꼭꼭…’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런 생각들에 빠져 뒤척이느라 제대로 잠들지 못한 경험 있지 않나요? 밤의 감성에 휩싸여 이불킥 몇 차례하고 두 주먹 불끈 쥐어보고는 내일 아침이면 또 풀 죽은 얼굴이 되어버린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다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것, 그래서 자꾸만 마음의 벽이 생겨나기에 세상 모든 관계가 어렵고 두려운 것 아닐까 싶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기 전에 편하게 ‘안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관계가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거리

글/그림 전소영 | 달그림
(발행 : 2019/04/20)

적당한 거리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말 못 하는 식물이라고 어디 기르기 쉬울까요? 식물을 키워 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대충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뭐든 적당한 건 참 어렵다는 사실을, 대충과 적당함은 아주 다르다는 것을.

적당한 거리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상처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 너무 가깝게 다가가다 그만 선을 넘지 않도록, 너무 멀어져 나도 모르게 상처 주지 않도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최소한의 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관계의 비결이죠. 이 그림책은 식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바로 그 적당한 거리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적당한 거리

나는 지금 조용한 구석자리가 필요한데, 목마르지 않은데,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은데… 어쩌면 우리는 다 이해한다 생각해 상대를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 수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서서히 알아갑니다. 적당하다는 것은 진정한 사랑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풀꽃들의 이야기를 우리 삶을 이야기한 그림책 “연남천 풀다발”의 전소영 작가는 “적당한 거리”를 통해 반려식물 이야기 속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곰씨의 의자

곰씨의 의자

글/그림 노인경 | 문학동네
(발행일 : 2016/09/23)

곰씨의 의자

햇살 눈부신 날이면 의자에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곰씨. 그런 어느 날 곰씨에게 한눈에 보기에도 몹시 지쳐 보이는 토끼가 찾아왔어요. 친절한 곰씨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의 의자 한켠을 내어줍니다. 그날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곰씨의 의자

곰씨의 소개로 결혼한 토끼 부부는 곰씨의 보금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넘어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견디기 힘든 수준이 되고 말았어요. 모두가 즐거웠지만 곰씨만은 그렇지 못했어요. 토끼들에게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정작 토끼들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말았죠.

곰씨의 의자

“말도 안 돼! 날보고 더 이상 어쩌란 말이야.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난 세상에 다시없는 친절한 곰이라고”

곰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나 혼자 모든 상처를 받아 가면서까지 친절함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이렇게까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걸까?

곰씨가 토끼 가족에게 용기 내어 속마음을 털어놓는 순간 이들의 관계는 재정립됩니다. 그 순간 그들은 곰씨의 의자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숲으로 옮겨가게 되죠. 곰씨도 토끼 가족도 숲 이곳저곳을 누비며 행복하게 살게 되었어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의 소중한 공간, 나만의 사생활을 모두 빼앗기고도 나 한 사람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곰씨. 하지만 관계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유지됩니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관계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어요.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함께 행복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당사자 모두 함께 말이죠. 그런 관계가 단단합니다. 그런 관계가 오래갑니다.

▶ “곰씨의 의자” 리뷰 보기


관계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두 그림책은 가로로 긴 판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가로로 긴 판형의 시각화된 ‘거리’가 관계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커다란 문제도 아주 작은 원인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에요.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님에도 나쁜 것으로 인식해 버리고 순간이 불편해 외면해 버리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죠. 어떤 순간이든 상대방과의 생각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아무리 큰 문제도 거뜬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를 찾지 못해 홀로 끙끙 앓고 있을 세상의 수많은 곰씨들, 친밀감을 무기로 적당한 선을 넘어서고야 마는 수많은 토끼씨들이 읽으면 좋을 두 권의 그림책 “적당한 거리”“곰씨의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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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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