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언제 해보셨나요?

파스텔톤의 아련하고 예쁜 색깔들, 봄꽃같이 알싸하고 향긋한 향기, 통통 튀는 가볍고 경쾌한 음악들… 첫사랑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저마다 다르면서도 또 비슷하게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흐뭇한 미소로 또 어떤 이에게는 마음 한구석 찌릿한 아픔으로 기억되는 것, 첫사랑의 기억 아닐까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아련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그림책 속에 쏘옥 숨어든 첫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새가 되고 싶은 날

새가 되고 싶은 날

(원제 : El Día En Que Me Convertí En Pájaro)
인그리드 샤베르 | 그림 라울 니에토 구리디 | 옮김 김현균 | 비룡소
(발행 : 2019/05/24)

2019 가온빛 추천 BEST 101 선정작

사랑에 빠진 순간, 훨훨 날아 하늘 끝까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고 얘기들 하죠. 온몸이 붕 뜬 느낌, 향기로운 꽃향기가 주변을 온통 감싸고 하루 종일 그 사람 얼굴만 떠오르는… 소년에게 그런 사랑이 찾아왔어요. 첫사랑.

학교에 간 첫날, 난 사랑에 빠졌어요.
첫사랑이었지요.

새가 되고 싶은 날

소년은 앞자리에 앉은 칸델라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렸어요. 하지만 소년에게 사랑은 조금 외로워 보입니다. 소년은 칸델라만 바라보고 있는데, 칸델라는 소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거든요.

새가 되고 싶은 날

왜냐하면 칸델라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건 ‘새’이기 때문이에요. 칸델라는 하늘과 숲을 훨훨 날아다는 자유로운 새를 사랑해요. 칸델라는 종일 새를 관찰하고 상처 입은 새를 보살피고 옷에도 머리핀에도 공책과 책가방에도 새가 빠지지 않고 그려져 있어요.

새가 되고 싶은 날

소년은 칸델라만 바라보고 있는데 칸델라는 언제나 새만 바라보고 있죠. 좋아하던 자동차도 축구공도 따분해져 버린 소년은 결국 새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칸델라가 새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좋아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죠.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커다란 새, 직접 만든 깃털 옷을 걸치자 소년은 기분이 날아갈 듯했고 가슴은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어요. 칸델라가 그리도 좋아하는 새가 되었으니까요.

새가 되고 싶은 날

하지만 깃털 옷을 입은 소년을 바라봐 주는 것은 킥킥 웃어대는 친구들뿐, 칸델라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소년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새는 아니지만 칸델라가 좋아하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깃털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오줌이 마렵거나 축구를 할 때 혹은 나무를 탈 때 깃털 옷은 아주 성가셨어요. 비라도 내리면 축축하게 젖은 깃털 옷에서 개털 냄새가 났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설레고 기쁘기도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때론 엄청난 인내를 요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년은 이 모든 것을 견뎌냅니다. 칸델라가 바라보지 않아도 그녀가 진짜로 좋아하는 새가 되고 싶은 그 마음 하나로. 서툴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사랑을 전하는 소년의 풋풋한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새가 되고 싶은 날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칸델라가 소년을 보게 됩니다. 둘은 처음으로 마주 보게 되었어요. 성글고 낡은 깃털 옷을 여전히 입고 있는 소년, 그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칸델라. 칸델라는 소년의 무거운 깃털 옷을 벗기고 두 팔로 꼭 안아주었어요. 그 순간 영화처럼 둘의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오릅니다.

난 이제 새가 아니에요. 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답니다.

더 이상 새가 아니지만 새처럼 하늘을 날게 된 소년. 사랑의 힘은 그렇게 위대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나 사랑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되고 싶은 그 마음,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다 알아요. ^^ 담백하게 그려낸 그림, 아련하고 담담하게 묘사한 글 속에 소년의 풋풋하고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어 누구라도 그만 사랑에 퐁당 빠지게 되는 그림책 “새가 되고 싶은 날”, 그림책을 보고 나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 사랑

처음, 사랑

글/그림 강경수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19/09/10)

“새가 되고 싶은 날”이 소년의 우직한 짝사랑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면 “처음, 사랑”은 사랑에 빠진 두 아이의 마음을 아주 발랄하게 그려냈어요.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우주 멀리까지도 단숨에 날아갈 수 있으니 사랑은 얼마나 강력한 힘일까요? 잘 몰라서 서툴러서 첫사랑의 힘은 더욱 강력합니다.

처음, 사랑

소녀를 만난 소년이 쪽지 한 장을 슬쩍 건네주고는 줄행랑을 칩니다. 두 아이 모두 뺨이 발그스레하게 물들었어요. 쪽지를 본 소녀는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그 순간 터질 듯한 기쁨은 소녀를 춤추게 만들었어요.

나는 춤을 출 거예요.

처음, 사랑

“처음, 사랑”은 장면을 위 아래 두 개로 분할해 위쪽 화면은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아래쪽 화면에는 야구 소년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위쪽 화면에서 소녀가 사랑에 빠진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동안 아래쪽에는 일상으로 돌아간 소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그 기쁨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녀의 마음을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어요. 발레 교실을 나와 소녀는 거리에서 춤추고 또 춤을 추면서 생각해요.

내 두 볼은 붉게 물들고, 난 자유를 느껴요.

소녀가 온몸으로 사랑에 빠진 느낌을 보여주면서 그 마음을 글로 서술하는 동안 소년은 말풍선을 사용해 상황을 대화로 보여주고 있어요. 소녀가 오른쪽을 향해 춤을 추며 나아가는 동안 소년은 왼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처음, 사랑

두근대는 심장은 드럼 연주 같고 두 발은 제멋대로 통통… 사랑은 소녀를 잠시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아요. 사랑에 빠진 소녀는 온 세상이 넓고 커다란 무대입니다.

그와 달리 덤덤하게 단골 핫도그 가게에서 핫도그를 사서 돌아가던 소년, 그런데 소년이 핫도그 때문에 개에게 쫓기면서 방향이 전환됩니다. 소녀가 춤추는 방향으로 소년이 돌아서게 되었어요. 사뿐사뿐 통통 튀는 소녀, 다다다다 다급하게 뛰는 소년.

처음, 사랑

깡충 뛰고 통통 튀고 퐁퐁 날던 소녀가 개에게 쫓겨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소년의 손을 잡고 가뿐하게 날아올랐어요. ‘개다!’하고 소리치던 소년은 위험에 빠졌던 자신의 손을 잡아채고 날아오른 소녀를 보고 소리쳤어요. ‘어! 걔다’ 하고요.^^ 두 아이가 다시 만나는 순간 위 아래 두 개로 나뉘어졌던 화면은 하나로 합쳐졌어요. 하늘 높이, 달까지, 머나먼 우주까지 날아오른 소녀와 소년. 두 아이는 즐겁게 어우러져 함께 즐겁고 흥겨운 춤을 춥니다.

우리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저 넓은 우주에서
빙글빙글 춤을 출 거예요. 그리고 춤이 끝날 때즈음
다시 지구로 돌아오겠죠.

처음, 사랑

한 편의 뮤지컬 같은 표현으로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 “처음, 사랑”, 괜스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아찔하다가도 세상이 모두 내 것 같았던 두근두근 그 시간이 떠오릅니다. 처음 사랑은 그랬어요.


“처음, 사랑”의 노란 표지를 제외하고 두 그림책 모두 사랑에 색깔을 입히지 않고 흑백으로 표현했어요. 처음 시작하는 풋풋한 첫사랑, 어떤 색깔로 덧입혀질지 알 수 없는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작가들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흑백으로 그린 첫사랑을 바라보면서 혹시나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지는 않았나요? (흠흠… 저는 그랬습니다.^^:;)

사랑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과 마음을 선물해 주는 신비한 마법이에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사랑 이야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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