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착한 도깨비

깜박 깜박 도깨비
책표지 : 사계절

깜박깜박 도깨비

글/그림 권문희, 사계절


이 집 저 집 궂은 일 해주고 겨우겨우 살아 가는 외딴 곳에 혼자 사는 아이가 돈 서푼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깨비를 만납니다. 내일 꼭 갚겠다면서 돈 서푼 꿔 달라는 도깨비. 도깨비는 뭐든 잘 까먹는다는게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겁이 나서 아이는 돈을 꿔주었습니다.

깜박깜박 도깨비

다음 날 도깨비는 정확하게 돈 서푼을 갚으러 아이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어쩐일인지 도깨비는 다음 날도 찾아와서 어제 갚은 돈을 또 갚겠다고 말합니다.

깜박깜박 도깨비

도깨비 : 어제 꾼 돈 서푼 갚으러 왔다.

아이 : 어제 갚았잖아.

도깨비 : 어라, 얘 좀 봐? 어제 꿨는데 어떻게 갚아?

도깨비는 매일매일 돈 서푼을 갚으러 혼자 사는 아이를 찾아옵니다. 아이가 애초에 걱정했던대로 도깨비는 뭐든 잘 까먹기는 하는데 돈 갚는 것을 까먹는게 아니라 자기가 돈 갚은 사실을 까먹고는 자꾸만 와서 또 갚고 또 갚는거였어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하루는 돈 갚으러 왔다 찌그러진 냄비를 보고는 내일 새것으로 하나 가져다 주겠다고 해요. 다음날부터는 돈 서푼에 어제 약속한 냄비가 추가되서 매일같이 돈 서푼과 냄비를 가져다 줍니다. ^^ 자기가 한 약속을 잘 지키는걸 봐서는 절대로 깜박깜박 도깨비는 아닌데 말이죠… ^^

도깨비 : 어제 꾼 돈 서푼 갚으러 왔다. 냄비도 받아라.

아이 : 어제 갚았잖아. 냄비도 줬잖아.

도깨비 : 어라, 얘 좀 봐? 어제 꿨는데 어떻게 어제 갚아?

냄비도 그냥 냄비가 아니라 맛난 걸 생각하며 뚜껑을 열면 온갖 음식이 쏟아지는 요술냄비랍니다.

깜박깜박 도깨비

그리고 또 하루는 돈 갚으러 온 도깨비가 닳아빠진 다듬잇방망이를 보더니 새것을 가져다 주겠다 말합니다. 이제는  돈 서푼과 냄비에 방망이까지 추가되었어요. 게다가 그 방망이는 요술방망이로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을 기와집으로 짠!!! 변신시키죠.^^

그렇게 외로운 소년에게 매일매일 돈 서푼, 냄비, 방망이를 들고 찾아오던 도깨비가 어느 날 울면서 찾아왔어요. 자긴 잘 모르겠는데 자기가 헤프게 써서 살림이 바닥나는 바람에 하늘나라에 가서 벌을 받아야 한다며 벌 다 받고 오면 꾼 돈이랑 약속한 냄비랑 방망이 갚겠다는 천진난만 도깨비. 물론 소년이 그거 다 우리집에 있다면서 도깨비를 쫓아갔지만 잡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소년은 어른이 되어 예쁜 각시 만나 아들 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자기가 돈도 갚고 약속도 지켰다는 사실은 매번 깜박깜박하면서도 돈 갚는 것과 요술냄비와 요술방망이를 갖다 주겠다던 약속만큼은 잊지 않고 철석같이 지키던 우리의 착하디 착한 도깨비, 하늘나라에서 벌 다 받고 나면 돌아와서 꼭 꾼 돈 갚으러, 약속한 냄비랑 방망이 갖다 주러 돌아 오겠다던 약속은 과연 지켰을까요?

마지막 장면의 도깨비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대사는 웃음이 절로 나온답니다. ^^

외롭고 착한 사람과 정직한 도깨비의 만남 속에 담은 행복한 세상에 대한 동경

보통 도깨비 이야기에는 착한 사람과 못된 사람이 등장해 착한 이는 복 받고 못된 이는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이거나 도깨비를 골탕 먹인 이야기가 일반적인데, 이 이야기에는 못된 등장인물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도깨비가 돈 갚은 것을 잊고 자꾸 또 갚으러 오면서 뭔가를 더 갖다 주지만 그림을 살펴보면 아이는 그것을 계속 쌓아두고 도깨비에게 이미 갚았다고 정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도깨비 역시 너무나 착하고 순진해 매일같이 돈을 갚으러 왔다가 아이의 딱한 처지를 보고는 자기 것을 더 보태어 주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살림을 바닥내 하늘나라로 벌 받으러 가면서도 돈 못 갚는 것만 걱정을 하며 돌아오면 꼭 갚겠다고 약속을 하며 떠나가죠. 도깨비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살게 된 아이 역시 도깨비가 준 것들을 함부로 쓰지 않고 쌓아두고 살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웃집에도 도깨비 방망이와 냄비를 나누어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착한 아이에게 훈훈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 지는 그림책입니다.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사는 행복한 세상’에 대한 동경이 그림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도깨비가 찾아오는 동안 소소하게 변해가는 아이의 옷, 집, 집 앞 부모님 묘, 아이 집에 숨어 살고 있는 쥐를 잘 살펴 보세요. 다른 무엇보다 집 앞 부모님 묘소를 살뜰히 보살피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띕니다.

우리 도깨비의 친근한 이미지로 태어난 깜박깜박 도깨비

도깨비 오니
왼쪽 : 정겨운 우리 도깨비 / 오른쪽 : 일본 오니

오니 이미지 : 위키백과

위 그림에서 왼쪽은 처음 도깨비가 소년에게 돈을 갚으러 나타났을 때의 모습이예요. 무서운 모습이 아니라 외로운 소년 또래의 친구처럼 묘사되었고 쭈뼛 선 덥수룩한 머리칼, 한복까지 입은 모습, 동그랗게 뜬 눈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뿔도 없고 팬티도 입지 않았고 울퉁불퉁 도깨비 방망이도 없어요. 특징이라면 다리가 없다는 것 정도? 게다 저 모습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해맑고 귀엽지 않나요? ^^

우리가 흔히 도깨비 하면 떠올리는 붉은 피부에 머리에 뿔이 나 있고, 원시인 복장에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는 도깨비 형상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 온 일본 요괴 오니(위 그림에서 오른쪽 이미지)의 모습이라고 해요. 일본 요괴 오니는 죽은 사람을 벌주는 부정적 의미의 귀신으로 이웃집 아저씨처첨 친근하고 소박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우리의 도깨비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 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역사채널ⓔ “도깨비를 찾아라”편에서 보실 수 있어요.


영악한 농사꾼 vs. 어리숙한 도깨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각자의 생각과 희망사항이 추가되면서 이야기도 조금씩 바뀌게 되는 미주알 고주알 옛날이야기들, 비슷하지만 약간씩 다른 결말을 가진 도깨비 이야기를 다른 그림책으로도 만나 보세요.

정신 없는 도깨비
책표지 : 보리출판사

정신 없는 도깨비

글 서정오, 그림 홍영우, 보리

정신 없는 도깨비

남의 집 품 팔아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농사꾼이 도깨비에게 돈 서푼을 꾸어주었더니 매일같이 나타나 돈 서푼을 갚고 가는 도깨비. 날이면 날마다 돈 서푼을 갚으러 나타난 도깨비 덕분에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소도 사고 말도 사고 잘 살게 된 농사꾼은 이제는 날마다 찾아오는 도깨비가 귀찮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하루는 돈 갚으러 온 도깨비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도깨비에게 물었죠. 도깨비는 말 피가 제일 무섭다 했고 농사꾼은 사람들은 돈을 제일 무서워 한다고 얘기해줬습니다. 다음 날 문 앞에 말피를 잔뜩 뿌려 둔 농사꾼, 이 때문에 화가 난 도깨비는 농사꾼네 집에 돈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사흘 동안 말피를 뿌린 복수라며 밤마다 돈을 던지고 사라진 도깨비…(이만하면 혼쭐 났겠지? 하며 뿌듯하게 떠났겠죠.)

도깨비는 사흘 동안 밤마다 와서

마당에 돈을 던져 넣더니

그 다음부터 다시는 안 오더래.

그 도깨비는 어디로 갔냐고?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또 어디 가서 돈 서푼 꾸어 쓰고 있으려나?

(돈 서푼 꾸어달라는 도깨비를 찾으러 가볼까요?^^)

이 이야기는 한결 같은 도깨비에 반해 재물이 생기면서 점차 변해가는 사람의 모습을 풍자한 옛사람들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옛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는 듯 서정오 선생님의 맛깔스런 입말체로 쓰여진 글과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능청 맞으면서 순진하고 사람 말 잘 듣는 도깨비의  모습을 담백한 색상으로 먹선이 잘 어우러지게 그려진 그림은 옛 이야기의 깊은 맛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바보 도깨비와 나무꾼
책표지 : Daum 책

바보 도깨비와 나무꾼

글 송언, 그림 오치근, 한림출판사

바보 도깨비와 나무꾼

나무를 해서 근근히 홀어머니와 먹고 사는 가난한 나무꾼 총각. 하루는 나무 팔러 장에 가는 길 나타난 도깨비가 메밀묵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러겠다 약속을 했지만 나무 판 돈으로 어머니와 먹을 좁쌀을 사고 나면 메밀묵 살 돈이 없어 도깨비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었죠. 매일같이 메밀묵을 기다리는 도깨비 때문에 세째날 좁쌀을 포기하고 메밀묵을 사다 줍니다. 도깨비는 신이 나 메밀묵 값 닷냥을 내일 갚겠다 약속을 하죠. 다음 날 부터 메밀묵 값 닷냥을 갚으러 나타나는 도깨비, 그리고 돈 갚은 걸 까먹고 또 닷냥 갚으러 오고, 또 찾아오고… 덕분에 나무꾼은 부자가 되었어요.

하지만 자꾸만 찾아오는 도깨비 때문에 장가도 들 수 없었던 나무꾼은 도깨비를 쫓기 위해 흰말의 피를 집 곳곳에 뿌려놓아 도깨비를 놀라게 하죠. 화가 난 도깨비는 나무꾼의 밭을 떼어가려 했지만 실패하자 친구 도깨비들을 불러 밭에 자갈을 뿌려놓습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나무꾼이 똥을 뿌려놔야 농사를 망친다고 한 이야기에 도깨비는 똥이란 똥은 죄다 퍼서 나무꾼 밭에 뿌려 놓습니다. 그 덕에 농사가 대풍 ^^

그 뒤 도깨비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무꾼은 도깨비에게 미안했는지 도깨비가 잘 다니는 길목에 이따금 메밀묵을 갖다 놓곤 했답니다. 메밀묵 좋아하는 도깨비니 화난 마음 풀어졌겠죠?

옛날 옛날에 한 나무꾼이 살았다지.

홀어머니 모시고 가난하게 살았다지.

나무꾼은 날마다 산으로 올라가서

나무 한 짐 해 가지고 장에 내다 팔았다더군.

구수한 옛이야기처럼 씌여진 글에 황토색을 바탕으로 도깨비도 사람도 모두 소탈하고 순박하게 지내는 모습을 그려낸 그림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줍니다.


도깨비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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