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역할 고정관념’이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성별로 다른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특정 사회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나 신념 을 말합니다(출처 : 심리학용어사전). 우리가 흔히 ‘남자다운’ 또는 ‘여성스러운’ 같은 표현으로 제약하는 모든 것들이 아마도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게 있을까 하다가도… 얼마 전 서울대 경제학부에 여성 교수가 채용(‘서울대 경제학부에 한국인 여성교수 탄생’, 73년만에 처음’ / 중앙일보 2019/10/28)되었다는 게 뉴스 거리가 되는 걸 보면서 ‘아,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싶더군요. 73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그동안 서울대 경제학부 남자 교수들은 편견과 고정관념의 벽을 얼마나 높이 쌓아놓고 그 안에 갇힌 채 살아왔던 걸까요…

오늘은 빨간 트랙터 베르타를 몰고 다니는 멋진 할머니 이야기 “할머니의 트랙터”와 아빠와 아들의 포근한 포옹과 따뜻한 눈물을 담은 “남자가 울고 싶을 땐” 두 권의 그림책을 통해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할머니의 트랙터

할머니의 트랙터

(원제 : Il trattore della nonna)
안셀모 로베다 | 그림 파올로 도메니코니 | 옮김 김현주 | 한겨레아이들
(발행 : 2019/09/30)

책 표지만 봐도 작가들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죠? 트랙터를 거칠게 모는 할머니와 빨래를 널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이 그림을 보면서 어색하다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그림책과 함께 여러분의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 보길 바랍니다. ^^

할머니의 트랙터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오붓하게 살아가는 농장에 아침이 찾아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내려 준 향긋한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거울 앞에서 곱게 화장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집이나 다를 것 없죠?

그런데 화장을 끝낸 할머니는 긴 장화를 신고 커다란 바퀴가 달린 빨간 트랙터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창고에 가서 수레를 트랙터에 매단 뒤 과수원에서 무화과, 사과, 배 등을 따기 시작해요. 언덕으로 들판으로 평지로 빨간 트랙터를 몰고 다니며 할머니의 바쁜 하루가 지나갑니다.

할머니의 트랙터

그럼 할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요?

인터넷에서 구한 레시피를 따라서 자두 잼을 만들고, 체리 파이를 만들었어요.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 뒤 옆 동네 친구와 무전기로 수다를 떨기도 하구요.

할머니의 트랙터

할아버지의 맛있는 체리 파이가 막 완성되고 온종일 과수원에서 일을 하던 할머니와 살림살이에 눈코 뜰새 없던 할아버지가 다시 만났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얼굴에 가득한 웃음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의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성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정관념에 반대하는 그림책 “할머니의 트랙터”,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고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남자가 울고 싶을 땐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원제 : Big Boys Cry)
글/그림 존티 홀리 | 옮김 김보람 | 불의여우
(발행 : 2019/09/16)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참아야 할까요? 남자는 살면서 딱 세 번만 우는 거라구요? 우리 어려서 이런 말 진짜 많이 듣긴 했는데… 살아보니 아무리 참아도 세 번만 울기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 무엇보다도 남자라고 해서 눈물을 참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울고 싶을 땐 맘놓고 우는 거죠 뭐~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전학 온 학교에 처음 가는 날 레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그런 레비에게 아빠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아들! 남자는 울지 않는 거야.”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아빠의 말에 눈물을 닦고 집을 나선 레비. 그런데 부둣가에서 덩치 큰 뱃사람이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출항을 앞두고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는 선원 아저씨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레비는 남자는 우는 게 아니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계속 길을 갑니다.

남자가 울고 싶을 땐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레비의 등교길에는 유난히 눈물을 보이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슬픈 노래를 연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음악가, 열정적으로 시를 읊다 우는 시인, 손녀의 재롱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그리고 울끈불끈 근육맨도, 백전노장 군인도, 팔팔한 젊은이도, 꼬부랑 노인도, 우락부락 폭주족도, 똘똘이 공부박사도, 빵집 아저씨까지도… 레비는 학교까지 걸어가며 사실은 남자도 울고 싶을 땐  맘껏 울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남자가 울고 싶을 땐

걱정과 달리 새 학교 새 친구들 모두 좋았어요. 새 선생님들까지도요. 레비도 모르는 새 집에 갈 시간이 됐을 정도로 말이죠.

기분이 한결 좋아진 레비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아빠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걸 보게 됩니다. 레비가 아빠에게 울었냐고 묻자 아빠는 레비가 걱정돼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합니다. 그런 아빠에게 레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그거 알아요?
울고 싶을 때는요.
얼마든지 울어도 괜찮아요.”

아빠와 아들의 다정한 포옹을 통해 감정표현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그림책 “남자가 울고 싶을 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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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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