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일들을 겪게 됩니다. 깊든 얕든 제때 잘 아물도록 보살피지 못하면 그 상처는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말죠.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마음 구석구석 세심하게 살피고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란 테마로 묶어 소개하는 그림책 “걱정 상자”“불안”, 이 두 권의 그림책은 모두 조미자 작가의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우리들 마음속 걱정을 덜어내는 방법,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다루고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호한 일을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걱정 상자

걱정 상자

글/그림 조미자 | 봄개울
(발행 : 2019/06/10)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다양한 이유와 원인으로 매 순간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매 순간 걱정에 둘러싸여 지내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도마뱀 주주가 바로 그런 인물이랍니다. 주주가 얼마나 걱정이 많냐면…

“걱정이 많아서 걱정이고,
그러다 보면 또 걱정이고…….”

그런 주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호랑이 호가 나섰어요.

걱정 상자

호는 주에게 아주아주 커다란 상자를 보여주며 여기에 걱정을 모두 담으라고 말합니다. 주의 몸집보다 훨씬 커다란 상자, 이 상자를 앞에 놓고 보니 분명 자신이 가진 걱정이 아주 작아 보일 것 같아요. 하지만 걱정쟁이 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온갖 걱정들이 호가 건넨 상자에 다 들어갈 것 같지 않아요. 걱정이 산더미같이 많았거든요. 다양한 크기의 걱정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인 모습을 보며 해결사로 나섰던 호도 그만 놀라고 말았어요. 하지만 호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걱정 상자

호는 주주의 커다란 걱정 상자를 새총에 걸어 멀리 날려 보내기로 합니다. 힘을 합쳐 함께 슝~ 멀리멀리 날아가 떨어진 걱정을 함께 바라보면서 호가 말했어요.

“주주, 어때? 작아 보이지?”

한발 떨어져 바라보면 모든 일이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이기 마련이죠. 내가 가진 고민보다 남의 고민이 좀 더 쉬워 보이는 것처럼요. 호는 계속해서 주가 가지고 있는 걱정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함께 걱정 상자를 색색깔로 꾸민 후 나무에 달아놓고 보니 걱정이 아까와 다르게 보여요. 걱정스럽다고 걱정에만 매달려있지 않고 걱정은 그대로 둔 채 딴 생각을 해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아요. 그렇게 잠시 걱정에서 빠져나와 딴 생각을 하다 보면 걱정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기도 하거든요. 매 순간 곁에 머물며 걱정 많은 주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헤아려 주는 호는 참 좋은 친구입니다.

걱정 상자

둘은 남은 걱정을 향해 큰소리를 질러 보았어요. 괜찮아, 잘 될 거야, 나도 그래, 할 수 있어. 다양한 색깔의 온갖 걱정들이 펑펑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합니다. 온갖 걱정들에 눌려 축 처져있던 주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해요.

물론 이렇게 한다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리 애써도 작아지거나 달라지거나 혹은 사라지지도 않는 걱정도 분명 있으니까요. 이런 걱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림책에서는 지나가던 사자 부가 다가와 둘을 도와줍니다. ‘같이 이야기하자’며 함께 걱정 상자를 밟자 찌그러져 버렸어요. 아무리 사소한 고민도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여럿의 힘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며 그림책이 마무리됩니다.

여러분은 걱정을 덜어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제가 가지고 있는 방법은요, 차분히 앉아 걱정을 글로 써보는 것이에요. 작은 걱정은 글로 쓰다 보면 대부분 스르르 사라지고 말아요. 좀 커다란 걱정은 글로 쓰면서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게 되고요. 어떤 방법이건 공통점은 걱정을 나에게서 떼어놓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는 것! 호랑이 호처럼 사자 부처럼 말이죠.

슥슥 그려낸 조미자 작가의 그림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술술 흘러가는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그래 물 흐르듯 세상 편안하게 사는 거야…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실제론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불안

불안

글/그림 조미자 | 핑거
(발행 : 2019/09/18)

불안

때때로 나를 어지럽게 하고,
때때로 나를 무섭게 하는 것이 있어.
그것은 가득 차 있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려.
저 아래로 말이야!
그리고 또다시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것, 두려움의 원천이 되는 그 감정의 이름은 ‘불안’입니다. 낭떠러지 아래 일렁이는 파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빨간 구멍들, 불안은 언제 어디서나 불쑥 나타났다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싸악 사라져 버려요. 그래서 우리 마음은 더욱 동요합니다. 종잡을 수 없는 그것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불안

두려움에 떨던 아이는 그것의 실체를 직접 마주해 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빨간 구멍 속에서 너울대는 파란 끈을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당기고 또 당겼더니 그곳에서 나온 것은 아주 커다란 새, 무엇이 불만인지 새는 잔뜩 화가 나있어요.

구멍에서 나온 새가 아이를 쫓아다니며 커다란 부리로 쪼아대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어 댑니다. 새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기도 해보고 숨어도 보았지만 어디에 있어도 새는 아이를 찾아냈어요. 결국 새를 피해 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는 후회합니다. ‘내가 왜 그 끈을 잡아당겼을까?’

불안

그렇게 밀려오는 후회 속에 한참을 있다 보니 다시 용기가 생겨났어요. 아이는 끈을 당겨 다시 새를 데리고 옵니다. 그사이 새가 전보다 작아졌어요. 가까이에 놓고 보니 왠지 이 녀석이 견딜 만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둘은 어디든 함께 합니다.

아직 네가 두려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너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때론 커다랗게 다가오는 불안, 어떨 땐 작아져서 아무렇지도 않은 불안. 다양한 상황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마음을 양쪽 페이지에 나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 불안 역시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함께하는 내 안의 감정입니다. 아이는 불안에 휘둘리고 쫓겨다니는 대신 불안이란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어요.

불안을 새의 형상으로 표현해 화면 속에서 때론 사납고 거친 모습으로, 때론 다정한 친구의 모습으로 표현한 점이 눈에 띕니다. 또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화면을 다양하게 분할하고 원색의 과감한 색감을 사용해 아이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어요.

고통은 저항하면 할수록 더 커진다는 말이 있어요. 걱정과 불안 역시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해요. 그러니 이런 류의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내 마음속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해요. 이 감정 또한 그저 내가 하는 수많은 생각들 중 하나이며 이것 역시 기쁨과 슬픈 감정처럼 잠시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감정이라 여기는 반복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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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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