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는 당시의 어른들이 핵가족화 되어가는 사회를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핵가족을 넘어서 싱글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혼밥 혼술 혼행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 않은 시대, ‘같이’와 ‘우리’의 가치가 더 소중하고 무거워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마침 새로 나온 두 권의 그림책이 그 주제를 담고 있어 짤막하게 소개합니다. ‘같이’의 가치를 한 장의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로 담아낸 “같이”와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되는 과정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담아낸 “작은 우리”입니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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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Vecinos)
앙헬 부르가스 | 그림 이그나시 블란치,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 옮김 김정하 | 노란상상
(발행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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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 선 두 아이. 이제부터 이 빈 여백을 자신들의 멋진 그림으로 채워갈 생각에 마냥 신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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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으로 물들어가는 아이의 공간,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들로 채워져가는 또 한 아이의 공간. 색깔들만의 향연이 아닙니다. 두 아이가 만들어낸 재미난 캐릭터들이 하나 둘 늘어나며 텅 비었던 종이의 여백이 점점 더 채워지고 양 끝에서 시작했던 각자의 그림이 중앙으로 서서히 다가가며 맞닿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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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뭐야?
누가 내 그림에 손을 댄 거야?
내 그림은 나만 그려야 해.
하지 마!

결국 가운데 암묵의 경계를 넘어선 각자의 그림. 파란 영역에 피어난 붉은 꽃, 알록달록 공간에 의기양양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새파란 꽃. 두 아이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꼭같은 말을 내뱉습니다. “나만 그려야 해.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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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의 영역으로 넘어선 아이들과 아이들이 창조한 그림들이 뒤섞여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물고 뜯고 잡아당기고 할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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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두 아이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공간에서 바라본 자신의 그림이 전과는 달라 보인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보니까 그림이 달라 보여!
만약에…
우리가 함께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자신의 공간에 침입한 상대방의 그림을 보며 두 아이가 동시에 소리 질러댔었죠. 이번엔 두 아이의 마음에 똑같은 생각이 동시에 피어납니다. 이쪽에서 보니 내 그림에 부족한 게 보이네, 저 아이의 그림도 나쁘지 않네 하는 생각들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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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아이는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와는 전혀 다른 아주 멋진, 그리고 훨씬 조화로운 그림 한 장이 완성되었습니다. 한 장의 도화지에 둘이 그림을 그린다는 건 정확히 반으로 갈라서 각자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며 아름답고 특별한 한 장의 그림을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 아닐까요?

사회라는 한 장의 캔버스에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같이’임을 가르쳐주는 그림책 “같이”입니다.


작은 우리

작은 우리

(원제 : Das kleine WIR)
글/그림 다니엘라 쿤켈 | 옮김 김영아 | 씨드북
(발행 : 2020/01/10)

작은 우리

내 이름은 우리야.
나는 작지만 특별해.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어.
세상엔 정말 많은 우리가 있고
각각의 우리는 조금씩 모습이 달라.
하지만 모두가 이어져 있어.

벤과 엠마는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 나와 너를 넘어 ‘우리’가 될만큼 말이죠. ‘우리’가 뭐냐구요? 눈앞에 없어도 서로를 생각할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게 바로 우리죠.

작은 우리

나와 너 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우리로 뭉치면 훨씬 더 용감해지고 재미있고 기분도 좋고… 아주 높은 곳에 있는 맛있는 과자도 쉽게 꺼내서 먹을 수 있죠. 벤가 엠마가 그러는데 과자도 함께 먹으면 맛이 두 배 세 배 좋아진다는군요. ^^

작은 우리

하지만 ‘우리’를 지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대요. 서로 싸우거나 나쁜 말들을 내뱉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작아지죠. 잔뜩 화가 나서 입에서 나오는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하자 벤과 엠마 사이의 ‘우리’가 아주 조그맣게 줄어들고 말았어요. 이러다 ‘우리’가 아예 사라져 버리면 어쩌죠?

작은 우리

오직, 함께 모여 우리를 찾기 시작할 때
우리를 다시 찾을 수 있어.

‘우리’는 작고 연약해서 싸움 앞에서 꼼짝 못합니다. 하지만 나와 너가 함께 노력한다면 다시 건강하고 튼튼한 ‘우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우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열린 귀와 마음으로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미안해’, ‘실례해도 될까’, ‘나 너 좋아해’같은 말들을 주고 받으면 ‘우리’가 건강해져요. 점점 더 건강해져서 나와 너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튼튼한 ‘우리’가 된답니다.

‘나’와 ‘너’ 각자도 소중하지만 건강한 ‘우리’ 안에서 각자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그림책 “작은 우리”. 반목과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보다 남의 말은 들을 줄 모르고 자기 말만 할 줄 아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그림책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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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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