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잇기? 이야기 꼬리 물기? 여럿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앞서 나온 이야기에 꼬리를 물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놀이예요. 탈락도 없고 벌칙도 없고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로 아무렇게나 이어가는 이야기 놀이죠. 또래 친구나 친척들, 가족들 오랜만에 모여 왁자지껄 잠 안 오는 밤 다 함께 해보면 좋은 놀이랍니다.

이야기 꼬리 물기 놀이랑 어딘가 느낌이 비슷한 그림책이 있어요. ‘만약’이라는 기발한 상황 속에서 깨알같이 재미있고 유쾌하고 때론 등골 서늘한 상상을 담은 그림책 두 권 “만약에……”, “네가 만약…….”.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껏 즐기는 유쾌하고 자유롭고 통쾌한 상상놀이 대잔치에 놀러 오세요.


만약에

만약에……

(원제 : supõe…)
앨러스터 리드 | 그림 윤주희 | 옮김 이주희 | 논장

(발행 : 2019/12/10)

2019 가온빛 추천 BEST 101 선정작

만약에......

만약에 내가 열두 명 있다면……

나 혼자 해야 할 일을 열두 명의 내가 각자 나누어 한다면 어떨까요. 집에서 한가롭게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기분 좋게 늦잠도 즐기고 나를 위해 또 다른 나를 심부름 시키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사람들은 꿈에도 눈치 못 채겠죠. 똑같이 생긴 열두 명의 내가 곳곳에서 나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

만약에......

이야기는 이렇게 ‘만약에’라는 가상의 상황 속에서 전개됩니다. 상상 속 나는 우리 집이 망했다 말하는 아빠에게 몰래 모아두었던 돈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가 만든 작은 배를 타고 세계 일주도 합니다. 로켓을 만들어 달나라도 가고, 싫어하는 사람을 섬뜩한 방법으로 골리기도 해요. 코끼리처럼 커다랗게 변신했다가 생쥐처럼 아주 작아지기도 하고, 고대 언어를 익힌 지혜로운 늙은 교수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상황에 얽매여 동동 거리거나 잘난 척하지 않아요. 짠하고 해내고 스리슬쩍 웃음으로 넘기고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아주 시크한 존재예요.

만약에

만약에 내가 동물로 변신하는 법에 관한 책을 읽고 주문을 외워 고양이로 변신했는데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려고 책 위로 기어 올라갔을 때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은데… ‘뭐 어때요, 이 모든 게 상상인걸요. 고양이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몰라요’라고 생각하며 쿡쿡 웃으면서도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는 건 과장된 표정을 하고 있는 고양이 때문인 것 같아요. 고양이 뒤 편 콘센트조차도 놀란 표정이에요. 아차! 하는 순간 영원히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니 매 순간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장면입니다.

32가지 만약의 상황들이 그림책 속에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일들도 있고 언젠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았던 일들도 있어요. 이렇게 저렇게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상상의 세계를 거닐다 보면 속이 후련해지고 하고 상황이 재미있어 키득대며 웃기도 합니다. 나만의 ‘만약에’를 이어서 써보고 싶기도 하고요.

글 작가인 앨러스터 리드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유롭게 글을 쓴 방랑 시인이라고 합니다. 그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글 곳곳에 녹아있어요. 자유롭고 유쾌한 글에 걸맞은 대담한 색감의 에너지 넘치는 그림은 윤주희 작가가 담당했어요. 윤주희 작가의 그림책 “The Tiger Who Would Be King”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페이지마다 윤주희 작가의 유머러스하면서도 화려한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그림책이에요. 내 머릿속 구석구석 숨어있는 상상을 몽땅 찾아내 한곳에 쫘악 펼쳐놓은 느낌이랄까요.

그림책 표지 그림은 그런 우리 머릿속을 상징적으로 그려놓은 것 같아요. 상상의 세계는 우주보다 드넓어요. 그곳에서는 밤하늘 별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만약’이라는 상상의 세상 속에선… 내 맘대로 아무거나 무엇이든 척척척!


네가 만약
네가 만약…….

(원제 : Would You Rather)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이상희 | 비룡소
(발행 : 2003/09/29)

노랑 곱슬머리에 콕 찍어 점처럼 그린 두 눈, 통넓은 멜빵바지를 입은 개구쟁이 모습을 한  어린아이는 “네가 만약……”의 주인공이자 바로 우리들 모습이에요. 그 아이를 따라 환상의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황당하면서도 재미있고 소름 끼치지만 왠지 궁금해지는 호기심 가득한 그런 세상으로.

네가 만약

강아지를 데리고 문밖을 나섰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우리 동네가
물에 잠긴다면
눈에 파묻힌다면
또 아프리카 밀림이 된다면 어떨까?

첫 번째 그림은 평범한 동네 모습이에요. 여느 날과 똑같은 아주 평범한 풍경. 하지만 이어지는 상상 속 동네는 완전히 달라져 있어요. 물에 잠겨 침대도 사다리도 휴지통도 둥둥 떠다녀요. 울타리 높이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열린 현관문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고 저 멀리 지붕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보여요. 가로등 위엔 작은 고양이가 애처롭게 매달려있는데 아이는 뱃놀이를 하며 마냥 신나 보입니다. 눈에 파묻힌 동네에서도 밀림이 되어 버린 동네에서도 아이는 근심 걱정 없이 마냥 즐겁고 신날 뿐이에요.

네가 만약

‘만약에 ~라면’, ‘네가 만약 ~한다면’하는 짧은 문장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그림은 그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보여주며 많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힌다거나 코뿔소 엉덩이 밑에 깔린다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있지만 현실에서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법한 그런 상황도 등장해요. 무방비 상태로 있다 아기가 쏟은 잼을 뒤집어쓴다던가 개 줄에 끌려 진흙탕에 미끄러지는 것 같은 상황처럼요.

존 버닝햄만의 독특한 그림으로 우리 안의 고정 관념을 비틀어 와장창 깨트려 버리는 상황을 바라보며 유쾌하게 웃습니다. 온갖 상상, 다양한 경험을 그림책 속 아이와 함께 하면서 말이죠.

안갯속을 헤매거나 바다 한복판을 떠돌거나 산타클로스의 선물 배달을 돕거나 하며 이런저런 세상 속을 끝없이 떠돌던 아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집으로 돌아와 있어요. 그리곤 누구보다 편안하게 잠들어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가장 좋은 곳, 내 집 나의 침대 위에서…

아마도 넌 침대 속에 얼른 들어가
쿨쿨 자고 싶을 거야.

마지막 장면에서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게 잠든 아이를 보고 있자면 나도 빨리 하루를 마감하고 포근하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져요. 한숨 푹 자고 나면 내일을 맞이할 에너지가 다시 충전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일도 오늘처럼 신나고 즐겁게 맘껏 놀 수 있겠죠? 그럼요, 분명 오늘만큼 즐겁고 행복한 내일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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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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