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옛날이야기를 참 좋아해요. 이미 여러 번 들어 그 끝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을 반짝이며 귀 쫑긋하고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아이들을 볼 때면 참 신기합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옛날이야기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네 삶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요. 옛날이야기 속에는 옛사람들의 지혜와 용기, 옳은 일에 대한 믿음이 진솔하게 담겨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두 권의 그림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님 달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그림책이에요. 이억배 작가의 “오누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의 맛을 잘 살려냈고, 이지은 작가의 “팥빙수의 전설”은 원작을 모티브로 새롭게 각색한 패러디 그림책이에요. 두 권 모두 권선징악적 요소와 함께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와 해학을 잘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오누이 이야기

오누이 이야기

글/그림 이억배 | 사계절
(발행 : 2020/01/20)

길쭉한 판형의 그림책 표지는 얼룩덜룩 호랑이 무늬 같기도 하고 위에서 내려다 본 산골짜기 모습 같기도 해요. 일하러 갔던 엄마는 굽이굽이 산 넘고 또 넘어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까지 가는 그 길이 얼마나 멀고 아득했을까요? 게다가 이 깊은 산중 어딘가에서 언제 호랑이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요.

오누이 이야기

오누이만 남겨두고 일하러 갔던 엄마가 받아온 떡을 다 빼앗아 먹은 호랑이는 엄마까지 잡아먹고는 엄마 옷을 입고 오누이가 사는 집으로 찾아갑니다. 엄마 목소리가 아닌데… 되게 일해서 목이 쉬었어. 엄마 손이 아닌데… 풀을 쑤어 그렇지. 엄마 눈이 아닌데… 고추 빻아 그렇지. 밀고 당기고 속고 속이는 호랑이와 오누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입니다. 결국 호랑이에게 깜빡 속아 문을 열어주지만 영리한 오누이는 호랑이를 속이고 우물가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어요.

오누이 이야기

어린 오누이는 쫓아오는 호랑이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자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빌었어요.

“살리려거든 새 동아줄을 내리시고
죽이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세요.”

오누이 호랑이에게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 어서 빨리 동아줄이 내려와야 할 텐데…  여러 번 보고 들었는데도 바짝바짝 애가 탑니다. 애가 타는 건 호랑이도 마찬가지였어요. 호랑이도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빌자 동아줄 하나가 내려옵니다. 호랑이가 그 줄을 잡는 순간, ‘툭 툭 투두둑. 쿵!’ 푸른 하늘 아래 발톱을 세운 채 수수밭으로 떨어지는 호랑이 다리와 꼬리만 등장해요. 그 모습이 보기 싫은 것처럼 수수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이 그림책은 1996년 출간된 전집에 들어 있던 것을 원화의 실제 사이즈를 반영해 세로로 긴 판형에 원화의 생생한 색채를 되살려 올해 새롭게 출간한 작품입니다. 민화의 특징인 화려한 색채, 과장되면서도 익살스러워 보이는 그림까지 “오누이 이야기”는 이억배 작가의 친근한 민화 그림이 잘 살아있는 그림책입니다.


팥빙수의 전설

 팥빙수의 전설

글/그림 이지은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06/07)

★ 2019 가온빛 추천 BEST 101 선정작

“팥빙수의 전설”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기본 이야기 틀을 가지고 왔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하며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는 호랑이 대신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말하는 어수룩하고 귀여운 눈호랑이가 등장합니다. 옛이야기와 팥빙수의 만남, 거기에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산뜻해지는 그림책이에요.

팥빙수의 전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날, 할머니는 밭에서 따온 싱싱한 수박과 참외, 딸기, 갓 쑨 따끈따끈한 단팥죽을 팔려고 장에 갔어요. 할머니가 산길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더니 커다란 눈호랑이가 나타나서는 이렇게 외쳤어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떡이 아니라 ‘맛있는 거’를 찾는 좀 요상하게 귀여운 눈호랑이, 거기에 빨간 수건 두른 할머니는 동화 속 빨간 모자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이제 갔나 싶으면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도술까지 부리며 쫓아오는 식탐 많은 눈호랑이에게 할머니는 장에 내다 팔 과일들을 모두 빼앗겼어요.

팥빙수의 전설

결국 할머니에게는 달랑 단팥죽 하나만 남았어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맛있는 거 또 내놓으라며 떼쓰는 호랑이, 팥죽 하나만은 끝까지 지키려는 할머니. 커다란 호랑이의 앞발에 채여 날아가던 팥죽 단지가 호랑이 머리 위로 후두둑 쏟아졌어요. 뜨끈한 단팥죽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날름날름 핥아먹던 눈호랑이는 그만 사르르 녹아버렸죠.

팥빙수의 전설

과일과 단팥죽과 눈호랑이 범벅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요. 흑흑… 보는 이의 마음도 쓰라립니다. 하지만 씩씩한 할머니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어요. 녹은 눈호랑이와 과일과 단팥 범벅을 그릇에 담아 장에 내다 팔았거든요.

근데 그 눈호랑이 범벅이 난리가 났어.
정말 맛있다고 말이여.
순식간에 방방곡곡 소문이 쫙 퍼졌어.

식탐 많은 눈호랑이 덕분에 생겨난 것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원 달콤 맛있는 팥빙수, 전설은 그렇게 탄생되었습니다. ^^

요리조리 맛있게 버무린 이야기에 선명한 색깔로 태어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림책 “팥빙수의 전설”, 그림책을 읽어주는 내내 깔깔 웃고 즐거워하던 아이들은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이렇게 소리칩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 함께 읽어 보세요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