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아른아른하는 초봄이면 교정엔 다양한 감정들이 오갑니다. 학교가 처음인 아이들, 나이 한 살씩 더 먹고 언니 오빠가 된 아이들. 살짝 설레면서도 왁자지껄 분주하고 덜컥 겁도 나고 그러면서도 흥분되고, 설렘과 뿌듯한 마음 한편엔 두려움과 어색함도 존재하죠. 어디 아이들만 그럴까요? 처음 학교 가는 아이 손잡은 엄마 아빠도 덩달아 여덟 살 아이가 되어 있어요. 귀하디 귀한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선생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의 교실은 그렇게 들썩이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이 계절 터질락 말락 움츠린 꽃망울처럼, 봄 햇살 받아 막 솟아나려는 파릇파릇한 새싹처럼요. 그런 마음이 담긴 그림책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록 입학과 개학은 미뤄졌지만 설렘과 두려움, 용기와 사랑을 듬뿍 담은 이 그림책들이 이 시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가득 담아서요.


괜찮아, 우리 모두 처음이야!

괜찮아, 우리 모두 처음이야!

글/그림 이주희 | 개암나무
(발행 : 2020/02/21)

괜찮아, 우리 모두 처음이야!

올해 학교에 입학하는 도윤이는 학교는 어떤 곳일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도윤이가 생각하는 학교는 아주아주 넓고 복잡한 곳, 무서운 선생님이 계신 곳, 친구들이 놀리고 괴롭힐 것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올해 1학년 담임을 맡게 될 선생님 역시 걱정이 많아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너무 무서워하면, 공부를 지루해 하면 어쩌지, 선생님은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도윤이 엄마 역시 걱정이 한가득이에요.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도윤이가 물어보는 문제를 잘 풀어줄 수 있을까, 처음 만나는 엄마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세 사람이 똑같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는 내일 학교에 가요’하고 시작한 이야기, 입학식이 끝난 후 세 사람의 학교 적응기가 펼쳐집니다. 창가 마른 나뭇가지에 예쁜 꽃이 피어나고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해질 동안 도윤이도 선생님도 도윤이 엄마도 씩씩하게 학교에 잘 적응합니다. 모두가 처음이었지만 다들 걱정했지만 씩씩하게 잘 해내고 있어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세 사람은 이제 밝은 얼굴로 말해요. ‘우리는 내일 학교에 가요’라고.

학교에 가는 세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그려낸 그림책 “괜찮아, 우리 모두 처음이야!”, 제목에 붙은 ‘괜찮아’라는 한마디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처음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 아닐까요? 두근두근 처음의 설렘, 돌아보면 모두 즐거운 추억입니다.


다시 만날 때

다시 만날 때

달지 | 그림 김진화 | 그레이트북스
(발행 : 2020/02/14)

“다시 만날 때”는 한해 동안 6학년 아이들을 맡았던 선생님의 이야기를 멋지게 담아낸 그림책이에요. 서툴고 어색했던 아이들과의 첫 만남, 밤 설쳐가며 준비했던 수업은 돌아보니 허점 투성이었다는 선생님의 수줍은 고백, 존경과 사랑 속에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 일 년이란 시간들. 그림책 곳곳 선생님의 마음을 진실하게 녹여낸 글들이 뭉클합니다. 리듬감을 잘 담아낸 그림이 글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려내고 있어요.

다시 만날 때

아이들을 향한 무한 사랑, 무한 열정으로 가득한 달지 선생님,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던 한 해임을 씩씩하게 노래하는 선생님. 헤어지는 아이들을 향해 언제까지나 네 편이라는 초보 선생님의 응원과 축복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계절이 피고 지고 다시 만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 그 순간은 지나가버렸어도 우리는 기억합니다. 뜨겁게 사랑했고 너무나 행복했던 그 시절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여덟 살 오지마!

여덟 살 오지 마!

글/그림 재희 | 노란돼지
(발행 : 2020/02/07)

여덟 살은 뭔가 특별한 나이에요. 왠지 씩씩해져야 할 것 같고 스스로 무언가를 잘 해낼 수 있어야 할 것 같은 뭔가 다 큰 아이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안간힘을 쓰며 숫자 ‘8’을 막고 있는 아이 모습에 웃음이 났어요. 아이의 절박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거든요.

여덟 살 오지 마!

똑딱똑딱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초침 소리 속에 일곱 살 아이는 요즘 생각이 많아요. 여덟 살이 되면 학교에 가야 하고 그러니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화장실도 혼자 가야 하고 공부도 더더더 해야 할 거예요. 이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금세 어른이 되겠죠. 내가 빨리 자라면 엄마도 금방 할머니가 될 테고요. 그러니 여덟 살이 되는 건 싫어요. 그래서 소리 질러요. ‘여덟 살 오지 마!’하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여덟 살이 되는 것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여덟 살 생일에 받기로 한 무선 자동차도 생각났어요. 새 책가방도 생기고 친구들도 많아질 거예요. 엄마에게 슬쩍 물어보니 엄마가 할머니가 되려면 아직 멀었대요. 두렵지만 아이는 생각합니다. 여덟 살 한 번 해볼까? 하고요. 겁에 질려있던 일곱 살 아이가 어느새 씩씩한 표정이 되었어요. 여덟 살답게요.

‘똑딱’ 소리를 내며 아이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시간을 파란 공으로 그렸어요. 파란 공이 다가올 때마다 두려움의 무게에 짓눌리는 아이 표정,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의 얼굴이에요. 하지만 이내 씩씩하게 이겨내는 아이 표정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누구나 그랬듯, 알지 못하는 것은 두려워요. 하지만 막상 맞닥뜨려보면 별거 아니에요. 그러니 이제 여덟 살이 된 친구들, 모두 힘내자고요~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

박보람 | 그림 한승무 | 노란상상
(발행 : 2020/02/17)

학교에 가기 싫은 선생님

아이들은 보통 선생님들은 학교 가는 걸 좋아할 거라 생각할 거예요.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은 그런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어요. 책 속엔 마치 아이들처럼 학교 가는 것이 두려운 선생님이 등장하거든요.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 학교는 왜 그리 으리으리해 보이는 걸까요? 환영한다는 커다란 현수막마저도 삼킬 듯 으스스해 보이는 풍경 앞에서 선생님은 잔뜩 주눅이 들었어요. 늦게 일어나면 어쩌지, 학교 가는 길에 코끼리를 만나면, 혹시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면 이런저런 걱정에 어젯밤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처럼 울먹이는 선생님 모습은 꼭 여덟 살 아이 같아요. 그렇게 두근두근 대는 마음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교실문을 열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인사하는 아이들 앞에 선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학교에 오길 참 잘했다고! ^^

새 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 마음 역시 처음 학교 가는 선생님과 똑같겠죠. 처음은 누구든 그래요. 두근두근 콩닥콩닥, 왠지 배도 살살 아픈 것 같고 머리도 지끈지끈한 것 같고, 오늘 하루 무사히 넘겨보자 배에 힘 빡 주고 그렇게 하루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도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즐겁게 웃고 있음을,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아, 얼른 개학했으면… 교정에 아이들의 푸른 웃음소리가 넘쳐났으면, 선생님도 아이들도 엄마 아빠들도 개학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2020년의 봄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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