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시절 엄마 아빠 따라 몇 번 산에 올랐던 딸내미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어요. 산에 오르는 어른들이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쥐여주면서 “좀만 힘내면 산꼭대기까지 금방이야.”하고 말해줬는데 아무래도 어른들은 ‘금방’이라는 말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죠. “내가 생각하는 금방이랑 어른들이 생각하는 금방이 너무 달라서 이제 다시는 산에 안 갈 거야.”라는 폭탄선언에 우린 빵 터지고 말았지요.  ^^

글쎄, 생각 좀 해 보자.

어른들이 우리에게 곧바로 ‘안 돼!’라고 하고 싶지 않을 때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에요.
사실 안 된다는 뜻이지요.

– 그림책 “아빠한테 물어보렴” 중에서-

아이들 눈에 비친 독특하거나 이상하거나 혹은 재미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어른 사용 설명서’란 테마로 엮어 보았습니다. 우리 꼬맹이들이 이 그림책들을 읽고 나면 우리 어른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이미 어른이 된 제 입장에서는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 비록 아주 잠시일 뿐이더라도 –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이 들었습니다. ^^


아빠한테 물어보렴

아빠한테 물어보렴 : 신비한 어른 말 사전

(원제 : Pergunta Ao Teu Pai e outras frases misteriosas dos adultos)
다비드 칼리 | 그림 노에미 볼라 | 옮김 황연재 | 책빛
(발행 : 2020/04/30)

회피하고 에두르고 미루는 알쏭달쏭 요상한 어른 말 해석 방법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부제목 “신비한 어른 말 사전”이란 말이 꼭 들어맞게 매 장면마다 상황들이 어찌나 고개가 끄덕여지던지, 아 나도 이렇게나 많은 어른 말을 쓰고 있었구나 새삼 느끼고 수긍했습니다.

아빠한테 물어보렴

대체로 어른들은 말할 필요가 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을 좋아해요.

웅덩이에 들어가지 마!
내 말 안 들리니!

필요 없는 말에 필요 없는 말을 더하는 거예요.
이미 하고 있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시간 낭비예요.
쓸데없는 말로 야단친다고 없던 일이 될까요?
무슨 뜻인지 너무 뻔하잖아요.
뜻 : 넌 지금 내 말 안 듣고 있잖아!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하고 물으면 엄마는 아빠한테 물어보라 하고 아빠는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해요.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는 건 즉 ‘몰라도 돼!’란 뜻. 어른들이 자주 쓰는 ‘왜긴 왜야?’란 말은 아이들을 가장 속 터지게 만드는 말이에요. 왜 그런지 말해주지 않고 그저 ‘왜긴 왜야?’하고 끝내버리는 이 말은 어른들이 좋은 답을 못 찾을 때마다 보물처럼 꺼내 쓰는 말이랍니다. ^^

그림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세요. 내가 쓰는 어른 말들이 여기에 있는지, 혹시 빠진 것이 있는지, 우리 아이는 이런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요.

놀라운 건 지구 어느 곳에 살든 어른들은 다들 비슷비슷한 표현을 쓴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알쏭달쏭한 말을 쓰는 어른들과 살면서 어른 말 해석 방법을 배우며 자란다는 사실이에요. 우리가 그렇게 자라온 것처럼요.

그림책을 읽는 내내 ‘맞아, 맞아! 나 어릴 때도 그런 말 듣고 자랐지’ 혹은 ‘아하… 그랬구나~ 나도 그랬어!’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될 거예요. 아이들도 때가 되면 알 거예요. 아이들의 질문에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울 때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요.

너도 내 나이가 되면 알 거야.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원제 : Grown-ups Never Do That)
다비드 칼리 | 그림 벵자맹 쇼 | 옮김 신형건 | 보물창고
(발행 : 2020/03/05)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는 그림이 보여주는 상황과 글이 설명하는 상황이 대조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요. 그림은 싸우고 있는 어른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글에서는 ‘어른들은 절대로 못된 짓을 하지 않아’, ‘절대로 이기적이지 않아’하고 말하고 있는 식으로요. 레고 조각을 밟고 껑충 뛰며 소리 지르는 아빠, 드라마를 보면서 펑펑 울고 있는 엄마 아빠, 하지만 글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죠.

어른들은 절대로 고함지르지 않아.
절대로 울지도 않아.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늘 아닌 척, 괜찮은 척, 점잖은 척, ‘-척’하는 어른들을 관찰하며 아이들이 늘어놓는 말들을 보고 있자면 그동안 어른들이 어떤 잔소리를 늘어놓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어요. 절대 절대 나쁜 말 하지 말아라, 훼방 놓지 말아라, 남 약 올리면 안 된다, 속이지 말아라, 까먹지 말아라, 남 탓하지 말아라… 마치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랬던 것처럼요.

하지만 모든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 어른들을 지켜보고 있어요. 그러니 어른들은 잔소리를 늘어놓기 전 항상 자신을 잘 돌아봐야겠습니다.

어른들은 항상 옳은 일만 한단다.
그러니까 너는 반드시 그들처럼 되어야만 해.
알았지?

마지막 말이 깊숙이 들어와 마음을 콕 찌릅니다. 에고에고, 두 손 두 발 들고 마음 깊이 반성합니다.


엉뚱한 아이를 다루는 법

엉뚱한 아이를 다루는 법

(원제 : Duckworth : The Difficult Child)
마이클 서스먼 | 그림 줄리아 사르다 | 옮김 김보람 | 불의여우
(발행 : 2020/03/01)

엉뚱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이 그림책은 “엉뚱한 아이를 다루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모든 일에 냉담하고 시큰둥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엉뚱한 아이를 다루는 법

엄청나게 큰 뱀이 옷장에서 나왔다고 더크워스가 엄마 아빠에게 말했지만 엄마 아빠는 믿지 않았어요. 마침 엉뚱한 아이를 다루는 법이란 책을 읽고 있던 엄마 아빠는 그건 그저 더크워스의 상상일뿐이라고 말했죠. 결국 엄청나게 커다란 뱀이 더크워스를 통째로 삼켜버렸어요. 거대한 뱀을 보고도 엄마 아빠는 더크워스가 뱀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돌아다닌다고만 생각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자신이 하는 말은 늘 엉뚱하다, 상상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더크워스는 생각합니다.

말 안 듣는 부모를 다루는 법에 관한 책은 없을까

소통의 벽에 갇힌 더크워스를 커다란 뱀에게 잡아먹힌 아이로 표현했어요.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하는 어른들의 눈에 아이의 모든 행동은 그저 어리고 유치하고 엉뚱하게 보일 뿐이죠. 이 이야기는 그런 어른들의 반응을 더크워스의 시각에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뱀에게 통째로 삼켜진 더크워스는 어떻게 될까요? ‘엉뚱한 아이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완벽한 엄마 아빠는 이 상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말 안 듣는 부모,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완벽한 우리 아빠의 절대! 안 완벽한 비밀 11

완벽한 우리아빠의 절대! 안 완벽한 비밀 11

(원제 : Tout Ce Qu’un Papa Dira Toujours)
노에 까를랑 | 그림 호넝 바델 | 옮김 윤민정 | 바둑이하우스
(발행 : 2020/04/30)

사무실 책상에 앉아 행복한 얼굴로 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속표지 그림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에게만은 완벽해 보이고픈 아빠의 마음, 하지만 아이가 보기엔 서툴고 어설프고 불안하기만 한 아빠! 아빠는 이 엄청난 비밀을 절대 절대 모를 거예요.

완벽한 우리 아빠의 절대! 안 완벽한 비밀 11

시종일관 사랑하는 딸 앞에서 완벽하고픈 아빠가 등장합니다. 숙제를 하느라 낑낑대는 딸에게 아빠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어렸을 때 몇 시간씩 숙제를 하면서 저녁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수학 시험 전날도 공원에서 열심히 공차기를 하면서 보냈다는 사실. ^^

안 그런 척하지만 작은 가구 하나 조립도 너무나 힘겨운 아빠, 개를 무서워하는 딸을 하하 웃으며 달래주지만 정작 작은 거미를 보고 놀라 커다란 삽을 들고는 벌벌 떠는 아빠, 바지 뒷주머니에 리모컨을 넣고는 정리 정돈을 문제 삼는 아빠,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든 끝에 완성한 달걀 프라이를 맛있게 먹으라며 자랑스럽게 내어놓는 아빠. 그림책을 보면서 ‘아, 우리 아빠 이야기야!’라고 생각했다면 완벽한 아빠를 두신 거예요. ^^

그런 아빠의 안 완벽한 비밀 중에 최고는…

사랑하는 딸아, 내 어깨에 올라와 목말을 타렴.
아빠가 훨씬 큰 세상을 보여줄게!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아빠가 나의 아빠라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니까요. 아이들은 알고 있어요. 아빠의 마음을, 그 강물 같은 사랑을……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원제 : The Inner Child)
글/그림 헨리 블랙쇼 | 옮김 서남희 | 길벗스쿨
(발행 : 2020/04/22)

뒤표지 책 소개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픈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책’, ‘여전히 아이처럼 살고픈 어른들을 위한 특별한 책’.

마음속에 어린아이를 품고 살면서 그 아이를 숨기기 위해 항상 바쁜 척하고 스트레스 받는 척하는 어른들, 하지만 그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아무 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해요. 우린 그런 순간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어요.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어른들이 새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할 때는…
한정판이라고 부르면서
꼭 필요한 거라고
어린아이처럼 우기잖아.

이 그림책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픈 어른들과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접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림책을 읽는 동안 어른들에게는 자신을 짓누르던 삶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여유를,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꿈꾸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내면의 삶을 어떻게 채우고 살찌우며 성장해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그림책입니다.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리뷰 보기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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