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일, 한 템포 쉬고 다시 생각해보았더라면… 조금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조금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돌아봤다면 그런 선택,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들. 감정에 휩싸인 순간 스스로 내 감정 상태를 알아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감정에도 훈련이 필요하구나, 돌봄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쉽게 헤아려지지 않는 마음과 감정을 그려낸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읽는 그림책”이란 테마로 모은 그림책들을 읽으면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의 나는 어떤 감정 상태인지, 그때 내 마음은 어땠었는지. 다음에 또 똑같은 후회나 반성을 하지 않기 위해, 억눌리고 성나고 타오르는 내 마음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


미움

미움

글/그림 조원희 | 만만한책방
(발행 : 2020/07/06)

미움이란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커지는지 그리고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내 마음에 미움이 싹튼 건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순간이었어요.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미움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처음엔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더니 이내 내 마음에도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이 싹틉니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고 마음에 끈적끈적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미움.

미움

친구가 내뱉은 말을 곱씹는 동안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은 커지고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내 마음을 잠식해 버렸어요. 그 순간 예전 부스럼이 났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신경 쓰여도 만지지 마. 그래야 낫는다.”

부스럼을 다스리듯 미움이란 감정을 다루어 보기로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냉정히 바라보기로. 그러자 조금씩 조금씩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어요. 다시 그 아이를 마주친 순간 나는 쿨하게 생각했어요. 그 아이를 미워하지 않기로. 미움이란 족쇄를 차고 있는 그 아이는 여전히 빨간 얼굴을 하고 있어요. 그 아이가 참 불편해 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그것이 내 마음에 어떤 지옥을 만드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색감의 변화, 다양한 상황 설정으로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더 뚜렷하고 확실하게 인지 시킵니다. 붓고 가렵고 신경 쓰이는 부스럼처럼 미움 역시 잠시 마음에 부스럼이 난 것일 뿐. 내 마음에 생긴 감정을 인지하되 부추기고 곱씹지 말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차분히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미움도 사라지고 말 거예요. 물론,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죠.


마음 여행

마음여행 : 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찾아서

글/그림 김유강 | 오올
(발행 : 2020/08/12)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면? 구멍이 뻥 뚫린 듯 공허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일까요?  “마음 여행”의 부제목 그대로 이 그림책은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생각해야 할지를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마음 여행

어느 날 느닷없이 내 마음을 잃어버렸어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내어놓고 통통통 굴러 어디론가 멀리멀리 사라진 마음. 그날 이후 난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우울하고 공허한 날들을 보냈어요.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어요.마음 여행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었어요. 용기를 내어 나섰지만 무섭고 두렵고 떨리고 지치는 고단하고 외롭고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죠. 그렇게 힘든 여행 끝에 만난 건 주인 없는 마음들이 모여있는 곳. 다행히 수많은 마음들 사이에 잃어버렸던 내 마음을 찾았어요.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까요? 쪼그라든 마음이 뻥 뚫린 내 가슴에 맞지 않습니다. 쪼그라든 마음을 안고 펑펑 눈물을 쏟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마음요정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작아진 게 아니니까,
네 마음자리가 커진 거야.”

용기를 내어 나선 후 지내온 시간들과 겪어온 경험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자리를 키운 것입니다. 두려움 속에서 고단함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겠죠. 전보다 더 단단하게 아문 마음자리에는 이제 새로운 마음씨앗이 자랄 거예요. 진정한 성장은 성장통 속에서 더욱 단단히 자라는 법이니까요.


마음 먹기

마음먹기

자현 | 그림 차영경 | 달그림
(발행 : 2020/02/28)

노란 달걀 프라이가 정갈하게 놓인 표지 그림이 예뻐 한참을 보았어요. 달걀 프라이와 마음먹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흔히들 세상사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말하죠. 그러니 무슨 일이 생겨도 마음 굳게 먹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라고. 이 그림책은 ‘마음먹는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특별하고 재미있게 해석했어요. 우리 마음을 다양한 요리에 빗대어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마음 먹기

마음으로 마음을 요리하는 메뉴판이 재미있어 요리조리 뜯어봅니다. 마음찜, 마음전, 마음부침,마음뻥튀기, 마음절임, 상황마다 필요한 요리가 다 달라요. 마음찜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마음부침은 찢어진 마음을 붙이고 싶을 때, 마음피자는 마음을 쫙 펴고 싶을 때 먹으면 좋아요. 그렇다면 마음을 감추고 싶을 땐? 마음덮밥을 추천합니다. ^^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두드리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고 들들 볶기도 해요. 어떤 날은 새까맣게 태워버리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림은 마음을 요리하는 과정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프라이팬에 들들 볶기, 마구 뒤섞기, 바짝 졸이기 등등. 그 한복판에 놓인 계란 노른자의 상태가 바로 마음이에요. 잠시도 원래의 상태 그대로 놓여있지 않는 마음. 치이고 볶이고 졸여지고 데워지기도 하고 태워지기도 하고… 마음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마음먹기

다양한 과정을 거친 뒤에 드디어 마음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마음을 먹어 보세요.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세상 사는 맛이 달라진대요.

오늘 여러분이 먹은 마음은 무엇인가요? 그림책 속에 펼쳐진 풍성한 마음들을 맛있게 먹어보면서 세상 사는 맛을 즐겨 보세요.


왱왱왱

왱왱왱

(원제 : Swarm of Bees)
레모니 스니켓 | 그림 릴라 알렉산더 | 옮김 김영선 | 미세기
(발행 : 2020/03/20)

“왱왱왱”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주어진 상황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왱왱왱

화풀이로 아이가 벌집에 던진 토마토 때문에 벌들이 화가 났어요. 성난 벌들이 아이 뒤를 따라가며 왱왱왱… 그 바람에 평화롭던 동네가 난리가 났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여전히 화풀이를 위해 여기저기 토마토를 던져댑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놀란 사람들이 일제히 아이를 쫓기 시작해요. 아이 뒤를 쫓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맹렬하게 쫓는 벌떼들. 다들 잔뜩 화가 났어요.

왱왱왱

위기일발의 순간 벌 키우는 아저씨가 나타나 커다란 자루에 성난 벌떼를 몽땅 담았어요. 따뜻하고 아늑한 그곳에 있는 동안 벌들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어요. 아이의 아빠는 당황한 아이를 우선 꼬옥 안아줍니다. 그 너른 품 안에서 아이도 차츰 화를 가라앉힙니다.

막 화를 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어.
하지만 화를 차분히 가라앉히면
기분이 더 좋아져.

아빠가 내어준 토마토 요리를 함께 나누어 먹은 뒤 한바탕 소동에 놀랐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사르르 풀렸어요.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후 평화가 찾아온 것처럼요. 이제 남은 일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 벌들은 벌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터뜨린 토마토를 말끔히 지우는 것으로 이 소동을 마무리했어요.

터져버린 새빨간 토마토는 아이의 화난 마음을 상징합니다. 벌침은 화가 났을 때의 뾰족한 마음을 상징하고 있고요. 화가 난 순간 감정에 휩싸여 행동하지 말고 우선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또 화가 난 아이의 마음을 우선 다독이고 어루만져 주는 일 역시 아주 중요합니다. 평온을 찾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마음을 읽는 그림책

  1. 제가 항상 생각하는 주제 중 하나
    마음 ~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그런데 마음먹기를 요리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는
    마음먹기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다 큰 아들에게 선물했어요.
    감사합니다.

    1. 마음과 요리를 이렇게 접목시킨 작가님의 센스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다 큰 아들을 위한 아빠의 선물… 정말 멋진 아버님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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