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태 감수성, 환경 감수성, 이런 말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자연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삭막한 도시 한복판에서 인스턴트 식품과 플라스틱에 둘러싸인 채 1년 365일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비닐봉지를 쓰지 않기 위해 에코백을 들고 다니고 새벽배송 주문할 때 포장 옵션 중에서 1회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프레쉬백을 선택하는 등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두들 생태감수성, 환경감수성이 예민한 그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문제에 있어서 여러분들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는 어떤 건가요? 제 경우에는 주거 공간이 좀 더 자연 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합니다. 아토피 등 건강상의 이유로 아파트나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자연의 품이 그리워서 주말이면 도시에서 벗어나 캠핑이나 차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건강하고 깨끗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집을 선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은 자연과의 공존이란 주제를 담은 두 권의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과 건축에 대한 철학을 바꾼 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은 “모두를 위한 집”과 예술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획일화되어 삭막해져버린 도시를 생동감 있게 살아 숨쉬는 공존의 장으로 변화 시키는 과정을 담아낸 “훈데르트바서의 집”입니다.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직선을 거부한 두 건축가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모두를 위한 집

모두를 위한 집

(원제 : Mauvaise Herbe)
글/그림 티보 라싸 | 옮김 이경혜 | 원더박스
(발행 : 2020/08/03)

“모두를 위한 집”은 집과 건물이 단순히 사람이 머물거나 생활하는 공간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목 그대로 사람과 자연 모두를 위한 집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모두를 위한 집

모든 것이 네모반듯하고 획일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 건축가 위젠느. 그가 설계하고 짓는 건물들 역시 늘 네모반듯한 획일적인 모양이었죠. 위젠느는 둥글둥글하거나 울룩불룩한 건 절대로 견디지를 못했고, 어수선한 작업 현장조차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그가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의 공사 현장 위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습니다. 연락을 받은 위젠느가 현장에 나타나자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부랴부랴 나무를 치울 방법들을 생각해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그리고 누군가가 쓰러진 나무를 톱으로 베어내려고 할 때 위젠느가 소리칩니다.

이 나무는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요!
이 가지를 봐요.
이 각도를 보라고요. 이 비율을!
정말로 완벽한 나무예요!

평소라면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잔뜩 스트레스를 받았을 그가 뜬금 없이 나무의 각도와 비율이 완벽하다며 소리를 치다니… 사람들은 그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나무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 나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위젠느보다도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나무였어요.
위젠느의 세상은 한 순간에 무너졌어요.
“내 일이 자연을 파괴해도 되는 건가?”
그는 스스로 물었어요.

위젠느는 그동안 자신이 자부심을 느끼며 해왔던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느라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아낸 위젠느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는 온 세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동물들, 벌레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서요. 그리고 날마다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자신의 건축물에 추가했죠.

모두를 위한 집

벌레들이 힘들이지 않고 건물을 지나갈 수 있는 터널을 만들고, 정원에는 길 잃은 개들이 쉴 수 있는 커다란 개집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을 위한 거대한 미끄럼틀과 노인들을 위한 벤치도 잊지 않았죠. 이상하게도 건물이 이상해질수록 위젠느와 인부들은 점점 더 신이 났어요.

위젠느가 마침내 완성한 이상한(?) 건물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처음엔 ‘뭐 이런 이상한 게 다 있지?’였지만 건물을 보면 볼수록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자신이 사랑했던 직선을 버리고 모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은 위젠느의 마음을.

참고로 이 책은 작가 티보 라싸가 미국의 예술가 고든 마타-클락(Gordon Matta-Clark)Conical Intersect(원뿔 교차)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훈데르트바서의 집

훈데르트바서의 집

(원제 : Une maison fantastique)
제랄딘 엘슈너 | 그림 루시 반드벨드 | 옮김 서희준 | 계수나무
(발행 : 2020/10/30)

앞서 소개한 “모두를 위한 집”이 예술가 고든 마타-클락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들어낸 픽션이라면 이제 소개할 “훈데르트바서의 집”은 실존 인물의 업적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화가이자 건축가이면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던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의 공공주택 프로젝트 훈데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 House)가 바로 이 이야기의 배경입니다.

훈데르트바서의 집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공사에 아이들이 놀랍니다. 자신들의 추억이 담긴, 이 마을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숲에서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죠. 그 숲엔 자신들이 ‘숲의 왕’이라 부르는 멋진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왕의 나무가 무시무시한 건설 장비들과 사나운 인부들에게 포위 당한 모습에 아이들은 모두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았던 자신들만의 멋진 놀이터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이제 친구들의 생일파티는 어디서 하지? 도대체 저기에 뭘 짓는 걸까? 아이들이 이런 고민에 빠져 지내는 동안에도 살벌한 공사는 계속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높아지는 벽은 결국 아이들의 시야에서 왕의 나무를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집

마침내 공사가 끝나고 형형색색의 새로운 건축물이 아이들 눈 앞에 등장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나무가 가장 궁금했어요. 왕의 나무가 무사할까? 이런 생각들에 저마다 빠져 있는데 이상한 아저씨 하나가 아이들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새로 지은 건물 안으로 아이들을 초대하죠.

건물 안에 들어선 아이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바로 왕의 나무. 예전보다 훨씬 더 멋지고 훨씬 더 왕다운 모습으로 서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상한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들의 나무를 지켰어.
이제는 너희들이 내 친구들을 돌봐 줄 수 있겠니?
나무들도 여기가 집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보살펴 줘야지.
우리 모두 지구에서 함께 사는 주민이니까.

훈데르트바서의 집

그림보다 더 멋진 현실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아닐까요? 숲과 나무들 사이에 자리잡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삐뚤빼뚤 선을 긋고 색칠을 했을 것만 같은 건축물. 그림책에 등장하는 나무와 숲,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주민인 바로 그 집이 그림책 맨 마지막 장에 이렇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집”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지금 우리의 행위의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갑작스런 공사에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 서슴지 않고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 세대에 대한 경고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폐허가 아닌 건강한 자연 환경을 마음껏 누리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행동으로 옮기라고 말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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