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양한 의미로 가족을 그려낸 그림책 일곱 권을 골라봤습니다.

“개미 요정의 선물”에서 가족은 그리움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에서 가족은 못다한 사랑이고,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의 가족은 외로움을 품어주는 사랑입니다. “아빠 어디까지 왔어?”에서 가족은 편안한 휴식이면서 희망 가득한 기다림입니다. “엄마와 복숭아”의 가족은 이해와 격려이며 “오빠와 손 잡고”의 가족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이고 “천하무적 영자 씨”의 가족은 유쾌함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 그림책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개미 요정의 선물

개미 요정의 선물

글/그림 신선미 | 창비
(발행 : 2020/04/20)

“한밤중 개미 요정”에서 아픈 아들을 돌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즐거운 한 때를 보냈었던 엄마가 이번에는 엄마의 엄마와 함께 지난 날 소중했던 그 어느 한 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미처 몰라 서로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만난 모녀의 포옹…

개미 요정의 선물

“보고 싶었어요.”

천 마디 말이 필요 없는 순간.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 품이 이리도 따스했었음을, 그 품을 이토록 그리워하게 될 줄을.

가장 그리운 때로 돌려보내줄 개미요정이 지금 바로 여러분 앞에 나타난다면 여러분은 언제 어디로 돌아가 누구를 다시 만나고 싶나요?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사랑하는 당신

사랑하는 당신

고은경 | 그림 이명환 | 엑스북스
(발행 : 2020/05/08)

“사랑하는 당신”은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 남은 아버지의 그리움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아내가 남긴 레시피로 손수 요리를 하고, 아내가 아끼던 화분에 물을 주며 문득 문득 아내를 추억하는 늙은 남편의 모습은 쓸쓸함과 고독으로 가득합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지친 몸으로 딱딱한 바닥에 눕습니다.
나도 당신 곁에서 그만 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썰렁한 집 딱딱한 마루 위에서 외로움 깊숙이 드러눕고 만 아버지가 그리움에 가득 파묻혀 버리려는 찰나 누군가 어둠을 밝혀 줍니다.

어둠 속으로 나를 깊이 묻을 때
누군가 불빛을 비춥니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기다린다는 것을요.

스마트폰 너머에서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자식들 목소리가 반갑습니다. 좀 전의 그리움과 고독함은 순간 다 잊고 맙니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는 깨닫습니다.

당신을 보내고 사는 나날이 의미 없지 않습니다.
남아서 할 일들이 있으니 남겨진 걸 테지요.
나는 당신처럼 부지런히 사랑하며 살까 합니다.
나는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챙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 빈자리는 당신 사랑으로 채웁니다.

사랑하는 당신

아내의 빈자리를 아내의 사랑으로 다 채우고 나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시 만나시겠죠. 그리움은 남은 우리들의 몫일 테구요.

현실의 부모님들은 그림책 속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달달하기보다는 대부분 애증의 관계일 테지만 한 평생 미운 정 고운 정으로 다져진 당신들 옆의 빈 자리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자식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자주 전화 드리고 종종 찾아 뵙는 것 뿐이겠죠.

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남아서 할 일들이 있으니 남겨진 거라고, 그래서 부지런히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부지런히 사랑하며 삽시다!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글/그림 이시원 | 고래뱃속
(발행 : 2020/01/27)

가족 사진 전문 사진사 부엉이의 “숲 속 사진관” 기억하나요? 가족 사진 전문 숲속 사진관에 쓸쓸하게 혼자서 찾아온 꼬마 판다를 위해 숲속 동물 친구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주었던 이야기.

어느 날 아침 부엉이 사진사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꼬마 북극여우가 가족 사진을 갖고 싶다고 보내온 편지였죠.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꼬마 북극여우가 편지에 그려 보내준 지도를 들고 또 한 장의 멋진 가족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떠납니다.

긴 여정 끝에 마침내 꼬마 북극여우와 할머니 북극여우의 아름다운 가족 사진을 찍긴 했는데, 그날 밤 할머니 북극여우는 손자의 곁을 떠나고 말아요. 이제 혼자 남게 된 꼬마 북극 여우…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부엉이 사진사는 조심스럽게 꼬마 북극여우에게 묻습니다.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니?”

긴 여행 끝에 새 식구와 함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부엉이 사진사. 이번에는 곰 조수가 부엉이 가족의 가족 사진을 멋지게 찍습니다. 새로운 가족 탄생의 순간을 말이죠.

외로운 존재를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 아닐까요? 숲속 다양한 동물 친구들의 다정한 가족 사진들과 함께 가족의 참 의미를 가르쳐주는 그림책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입니다.


아빠 어디까지 왔어?

아빠 어디까지 왔어?

글/그림 남궁선 | 느림보
(발행 : 2020/01/15)

“아빠 어디까지 왔어?”는 아빠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빠의 퇴근길 위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즐거운 상상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철들기 전 아이들의 엄마 아빠를 향한 사랑은 무조건적이죠.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구요. 이미 철든 자식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무한 감동이 가슴 속 가득 차오르는… 오직 자식 낳아 길러본 엄마 아빠만 느낄 수 있는 뭉클함입니다.

아빠 어디까지 왔어?

정신 없이 보낸 하루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빠의 어깨는 잔뜩 지쳐 있습니다.

아빠 어디까지 왔어?

하지만 두 눈 초롱초롱 반짝이며 아빠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아이들이 상상하는 퇴근길의 아빠는 슈퍼 히어로입니다. 꽉꽉 막힌 퇴근 시간 교통 체증 탓에 아빠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아이들의 상상 속 아빠의 활약은 점점 더 눈부셔집니다.

아빠는 내가 쿨쿨 잠든 줄 알았지요?
아녜요. 난 그냥 잠든 척하는 거예요.
슈퍼맨의 비밀을 지켜 주려고요.

딩동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현관에 들어선 아빠 손에 들려 있을 치킨과 아이스크림(이 겨울엔 역시 군고구마죠!)을 기다리다 지쳐 결국엔 잠들어버린 아이들. 녀석들은 까무룩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슈퍼맨 아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잠든 척한 채 잠든 아이의 따스한 볼에 차가운 뺨 부비는 순간 고단했던 하루가 사르륵 하고 다 녹아 없어집니다. 슈퍼맨의 비밀 지키느라 아빠의 차가운 뺨이 닿아도 절대 눈 뜨지 않는 아이를 한참을 바라봅니다. 아빠는 그렇게 내일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엄마와 복숭아

엄마와 복숭아

유혜율 | 그림 이고은 | 후즈갓마이테일
(발행 : 2020/07/01)

“엄마와 복숭아”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수고롭지만 축복 가득한 과정을 담아내 아기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거나 이제 막 새 생명을 잉태한 예비 엄마, 지금 이 순간 아기를 기르고 있는 엄마, 그리고 그 엄마를 낳은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위로와 찬사를 보내는 그림책입니다.

복숭아 향기 가득한 날 엄마는 바구니 가득 복숭아를 담고 아기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길에서 사자, 곰, 그리고 거미를 만나는데, 그들 모두 아기를 가졌고 그 아기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엄마를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그들에게 복숭아를 나눠주고 위협적이던 그들이 엄마와 함께 복숭아를 나눠 먹는 순간 엄마들의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기들이 보입니다.

엄마와 복숭아

그렇게 긴 여행길을 함께 걸어온 엄마들. 마침내 당도한 오래된 숲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들을 만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만났단다.
푸른 나무들이 바람의 인사를 건넸어.
그렇게 엄마는 너를 만났어.

아이에게는 엄마와 자신의 첫 만남의 순간의 감동을 들려주는 그림책, 예비 엄마들에게는 불안과 두려움을 설레임으로 바꿔주는 그림책, 그런 엄마를 낳아주신 엄마들에게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그림책 “엄마와 복숭아”, 열 마디 설명보다 그림 작가의 후기가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임신 중의 불안과 육아의 수고로움, 모든 엄마들이 겪었지만 그렇다고 당연하지 않은 그 과정이 그림을 그리면서 이해받고 격려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이제 제가 다시 용기 내서 성장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 그림책에 실린 이고은 작가 소개 중에서


오빠와 손 잡고

오빠와 손 잡고

글/그림 전미화 | 웅진주니어
(발행 : 2020/09/01)

전미화 작가가 그려내는 가족은 늘 짠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 가정의 어린 아이들이 느끼는 삶의 각박함을 그려낸 “오빠와 손 잡고”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깨기도 전에 엄마 아빠는 일터로 나가버리고, 오빠가 차려준 어설픈 아침 밥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남매. 하루 종일 오빠를 따라다니며 재잘거리는 동생의 수다를 잠시 엿들어보니 학교에 가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학교를 빼먹은 듯 합니다.

“난 학교 가기 싫어. 빨리 어른이 될거야!”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고단한 하루들이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에게 삶의 짐이 되어버린 것을.

오빠와 손 잡고

다리 아프다 보채는 동생을 의젓하게 업어주던 오빠가 아빠에게 업혀 있는 모습은 영락 없이 딱 그 또래의 아이입니다. 자신의 작은 등짝만큼의 넓이로 동생에게 사랑을 나눠줬을 오빠는 아빠의 넓다란 등짝만큼의 넓이로 제 마음을 다시 채웁니다. 그렇게 내일 또 하루 버티며 동생을 돌보고 또 자신도 돌볼 힘을 얻겠죠.

아빠의 듬직한 등을 두 손으로 꽉 움켜 쥔 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엄마의 따스한 등에 고개를 푹 파묻은 아이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자신들의 하루가 그저 고단한 것만은 아님을, 그렇게 또 하루만큼씩의 희망이 자라고 또 자라서 함께 둘러 앉아 오늘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꼭 오리란 것을 믿고 살아갈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이 응원합니다.


천하무적 영자 씨

천하무적 영자 씨

글/그림 이화경 | 달그림
(발행 : 2020/04/27)

“천하무적 영자 씨”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세월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빨라집니다. 10대의 세월의 속도는 시속 10Km, 50대의 세월의 속도는 시속 50Km. 어릴 적엔 그렇게 더디 가던 시간이 요즘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시속 80Km로 살아가는 부모님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사뭇 두려워집니다.

천하무적 영자 씨

영자 씨는 지는 법이 없다.
그런 영자 씨도 쉽게 이길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늙어 간다는 것.
쉽지 않은 결투임에도 포기를 모르는 영자 씨는 결국
닦지 않아도 썩지 않는 이와
깨알 같은 글자도 읽을 수 있는 눈과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구르는 다리를 얻었다.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번쩍 뜨는
천하무적 영자 씨

이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던 영자 씨에게 갑자기 나타난 강적은 바로 늙어 간다는 것. 하지만 영자 씨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고 해서 주눅 들거나 주저 앉지 않습니다. 까짓거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 그만이죠 뭐!

옥상 텃밭 농사 재미에 푹 빠지신 부모님, 나만의 시를 쓰고 그림 그리기에 한창 열중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어릴 적 못 마친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고 중학교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이 세상의 수많은 영자 씨들을 응원하는 그림책 “천하무적 영자 씨”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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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lee
jean lee
2021/01/05 23:11

멀리 외국에서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

가온빛지기
Admin
2021/01/06 08:45
답글 to  jean lee

jean lee 님, 반갑습니다!
2021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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