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족만큼이나 소중하게 느껴지는 존재, 친구. 오늘은 친구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일곱 권을 소개합니다.

“나는 귀신”에서 친구는 소외된 아이를 세상과 이어주는 연결 고리입니다. “네가 울 때에”의 친구는 위로고, “별에서 온 쭈삐르”의 친구는 반가움입니다.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다”에서 친구는 내 삶의 빛. “시소”의 친구는 ‘우리’와 ‘함께’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진짜 크고 못된 돼지”의 친구는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친구가 있나요? 그들에게 여러분은 또 어떤 친구일까요?
※ 그림책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나는 귀신

나는 귀신

글/그림 고정순 | 불광출판사
(발행 : 2020/07/20)

“나는 귀신”은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라는 싯구가 떠오르는 그림책입니다. 무엇이 되지 못해 사라져가는 아이, 아무도 보지 못하는 아이에게 손을 내민 귀신,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주는 신비로운 주문에 관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나는 귀신

다들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데 유독 한 아이만 혼자입니다. 마치 다른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심지어 엄마 아빠조차 아이를 잘 보지 못합니다. 서로 목에 핏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댈 뿐 그 순간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지 깨닫지 못합니다. 아이는 그렇게 점점 사라져 갑니다.

어두운 방구석에서 ‘누가 나 좀 불러주었으면…’하며 외로움에 빠져든 아이 앞에 귀신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귀신이 되는 법을 알려 주겠다고 합니다. 깜깜한 밤하늘도 신나게 날 수 있고,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기도 하고, 원하는대로 마음껏 변신도 할 수 있는 멋진 귀신.

아이는 귀신이 되는 법을 배우며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게 되었고 자신감도 조금씩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눈에 다른 한 아이가 보입니다. 마치 예전의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친구들과 동떨어진 채 혼자 앉아 있는 아이. 그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다른 애들 눈엔 보이지 않는 네가
내 눈에는 보였어.

“귀신이 되는 법을 알려 줄까?”

아이는 방구석에 웅크린 채 조금씩 사라져가던 자신의 모습을 그 아이게서 보았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주저 없이 다가가 자신의 손을 내밀며 사라져가는 아이들을 구하고 친구가 되어주는 신기한 주문을 외운 겁니다. 귀신 아이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작가가 의도한 귀신은 과연 무엇일까요? 보는 이마다 그 해석은 제각각이겠지만 중요한 건 바로 이겁니다. 작가가 원하는 건 독자들이 귀신의 비밀을 풀어내는 게 아니라 사라져가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주문을 이 세상 널리 퍼뜨리는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한동안 연락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로 카톡으로 “귀신이 되는 법을 알려 줄까?”하고 한 번 물어보세요.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궁금하지 않나요? 혹시 아나요… 방금 전까지 사라져가는 것이 두려워 어두운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여러분의 전화 한 통에 삶의 의미를 되찾을지…


네가 울 때에

네가 울 때에

글/그림 홍순미 | 봄봄
(발행 : 2020/09/18)

“네가 울 때에”는 소중한 사람이 힘겨워 할 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말 모음집입니다. 자 내가 안아 줄게, 괜찮아?,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마음 푸근해지는 말들.

네가 울 때에

친구가 울면 여러분은 다음 중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1. 세상에… 정말 아팠겠다.
  2. 그래서 많이 힘들었구나.
  3. 자, 내가 안아 줄게.
  4. 이제 좀 쉬어.
  5. 괜찮아?

홍순미 작가가 건네는 위로의 말은 바로 이겁니다.

네가 울 때에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위로해주고 싶은 친구, 위로받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 삶이 간혹 힘들더라도 그런 친구가 있다면 참 행복하겠죠? 내가 울 때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 친구 말입니다.


별에서 온 쭈삐르

별에서 온 쭈삐르

글/그림 현민경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20/04/14)

“별에서 온 쭈삐르”는 새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줍음 많은 아이들에게 “나랑 놀래?”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림책입니다. 우주 최고 부끄럼쟁이인 쭈삐르조차 아무렇지 않게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이죠.

별에서 온 쭈삐르

머나먼(하지만 지구의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은 아주 잘 보일만큼만 먼) 우주 아주 작은 별에는 부끄럼쟁이 쭈삐르가 살고 있어요. 쭈삐르는 매일 지구를 내려다봐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걸 보며 자기도 거기 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부끄러워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죠.

그러다 결국 용기를 낸 쭈삐르가 드디어 지구에 찾아왔어요. 친구들이 신나게 공을 차고 노는 곳까지 가긴 했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아이들이 같이 놀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쭈삐르가 나무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는데 축구공이 쭈삐르 있는 곳까지 굴러왔고, 공을 찾으러 온 한 아이가 드디어 쭈삐르를 발견했죠. 한참을 망설이던 쭈삐르가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안녕, 나, 나는 쭈삐르야. 나, 나랑 같이 놀자.”하고 말하자 아이가 후다닥 다른 친구들 있는 곳으로 달려가 이렇게 외칩니다.

“얘들아, 쟤가 같이 놀재!”

그 다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죠? 누구하고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이들만의 축복이니까요. 그렇게 주저했었지만 너무나 쉽게 친구가 되고 하루종일 신나게 지구의 아이들과 지치도록 뛰어놀 수 있게 된 쭈삐르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나랑 같이 놀자, 내일 또 놀자, 내일 또 만나자… 오랜만에 듣는 아이들의 언어에 어릴적 뛰놀던 골목길의 추억에 빠져들게 되는 그림책, 이야기 중간 중간 심어둔 반전 포인트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그림책,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마음 활짝 열어주는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상처 입은 어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그림책 “별에서 온 쭈삐르”입니다.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다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다

글/그림 김영경 | 노란상상
(발행 : 2020/06/29)

마음이 물들다… 그림책이 좋은 점을 딱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 책을 읽고나면 내 마음이 어떤 색으로 물들어 있을지 알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자신이 담아낸 색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물들이는 것이야말로 그림책 작가들이 꿈꾸는 것일 테구요.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다”는 바로 그런 우리들 마음의 색깔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다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커다란 수족관에서 만난 은빛 물고기의 은빛으로, 노란 고양이의 노랑으로, 언덕에 누워 바라보는 푸른 하늘의 푸르름으로 물드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한 소년이 찾아옵니다. 둘은 함께 숲을 거닐었고, 커다란 버섯 아래 함께 앉아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렸습니다. 비가 그친 후 숲이 노을빛으로 물들 무렵 아이는 깨닫습니다. 방금 전까지도 숲의 색이었던 자신의 머리색이 소년의 것처럼 파랑으로 변해 있다는 것을. 아이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황급히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언덕에 가면 그 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파란 머리색을 가진 그 아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의 색으로 나를 물들인다는 것, 그 반대로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고 나의 색으로 그가 물든다는 것, 모두 가슴 설레고 짜릿한 흥분이 느껴지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것에 물들어가는 아이의 이야기,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우리들 마음 빛깔을 담아낸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다”, 보는 이에 따라 책 속에 담긴 고운 빛깔들만큼이나 다양한 풀이가 가능한 그림책입니다.


시소

시소

글/그림 고정순 | 길벗어린이
(발행 : 2020/06/07)

“시소”는 혼자서는 절대 탈 수 없는 시소의 특성을 잘 살려서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 것인지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시소

한 아이가 놀이터에 놀러와서 시소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놀이터에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탈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봅니다. 물론 곧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 또 다른 아이가 나타납니다.

나랑 재미있게 시소 탈래?

내가 내려가면 네가 올라가.
네가 내려가면 내가 올라가지.
다양한 풍경도 볼 수 있어.
가끔 아주 가끔 말이야.
서로 눈이 마주칠 때도 있어.
많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해.

나를 위해 내려가주는 친구 덕분에 볼 수 있는 하늘, 내가 친구에게 보여주는 풍경, 나와 너 우리가 함께여서 만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오르락 내리락 마주 앉은 둘이 호흡이 척척 맞을 때 맛볼 수 있는 시소의 즐거움이 주는 삶의 재미이자 교훈입니다.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

신순재 | 그림 이명애 | 천개의바람
(발행 : 2020/04/15)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는 친구란 그저 좋은 걸로만 생각하고 있을런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그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주면서 그래서 더욱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입니다.

최한결과 나는 단짝이다.
아니, 단짝……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진.

최한결과 한현수는 단짝 친구입니다. 그런데 입학 후 첫 운동회 이어달리기에 나갈 반대표를 뽑게 되자 둘의 관계가 묘해집니다. 둘 중 하나만 나갈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현수와 한결이를 추천한 반 친구들이 딱 반반으로 나뉘었습니다. 결국 반대표 선발전을 하게 되었고 간발의 차로 이긴 현수가 반대표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운동회 당일 긴장한 탓에 다른 아이들보다 출발이 늦어진 현수는 자기때문에 팀이 질까봐 울음을 터뜨리고 말죠. 그때 “괜찮아!”하고 외치는 한결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니 한결이가 레인 밖에서 함께 달려주고 있었습니다. 한결이의 응원 덕분에 현수는 바톤을 무사히 다음 주자에게 넘겨줄 수 있었고 선발전때문에 조금 서먹해졌었던 현수와 한결 두 아이는 다시 단짝으로 돌아갑니다.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한 장면 한 장면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 이명애 작가의 그림이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그림책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중에서 친구 관계의 묘한 복잡성을 잘 담아낸 건 바로 이 장면입니다.

반대표 선발전이 막 끝나고 이제 막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어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입니다. 패자의 등을 다독이며 격려해주는 친구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긴 아이에게 몰려들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둘 중 누구를 응원했건 상관 없이 말이죠. 관중들의 표정은 모두 활짝 웃고 있지만 이긴 현수와 진 한결이 두 아이의 표정은 단순히 기쁨과 슬픔이 아닌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정입니다. 이겼다고 마음 놓고 좋아하기엔 진 친구의 얼굴이 자꾸 눈에 밟히고, 졌다고 분통 터뜨리기엔 속좁은 놈처럼 보일까 조심스러운…

삶이 그저 기쁨과 슬픔 두 가지로만 구분되지는 않는다는 인생의 오묘함을 처음 맛 본 진짜 일 학년 최한결과 한현수. 친구랑은 그저 즐거운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경쟁자로 마주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복잡한 감정들도 존재한다는 걸 배운 두 아이. 그림책처럼 앞으로 더 멋진 단짝으로 지낼 수도 있지만, 살다보면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긴다는 걸 또 언젠가 배우게 될 테죠.


진짜 크고 못된 돼지

진짜 크고 못된 돼지

글/그림 주연경 | 한솔수북
(발행 : 2020/09/21)

“진짜 크고 못된 돼지”는 아이들 장난처럼 익살스러운 이야기 속에 관계의 소중함, 불의에 맞서는 용기, 관용의 지혜를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진짜 크고 못된 돼지

평화롭기만 하던 숲속에 진짜 크고 못된 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다른 동물 친구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날카로운 이빨과 뾰족한 발톱과 거친 꼬리와 새빨간 눈알을 가진 녀석은 숲 전체를 헤집고 다니며 친구들을 물어뜯고 들이받고 놀래켰죠.

녀석에게 당한 친구들이 모여서 서로 넋두리하며 걱정에 잠겨 있는데 멀찍이 떨어진 나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킬킬거리는 진짜 크고 못된 돼지.

진짜 크고 못된 돼지

언제까지나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던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짜 크고 못된 돼지를 혼내줄 방법을 궁리합니다. 그리고 묘책이 떠오르자 모두 합심해서 바로 실행에 옮기죠. 어떻게 됐을까요? 승리는 언제나 정의의 몫이죠. 그리고 악당들이 쫓겨나는 건 늘 그들에게 짓밟혔던 약자들이 용기를 내서 힘을 모았을 때구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혼찌검이 난 진짜 크고 못됐었던 돼지는 작고 순한 돼지가 되어 잔뜩 기가 죽은 채로 즐겁게 웃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생쥐가 돼지를 향해 소리칩니다.

“같이 소풍 갈까?”

얼마 전까지 자신들을 괴롭혔던 돼지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친구로 받아들여주는 숲속 동물 친구들에게서 진정한 용기와 관용이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관계의 소중함, 용기 있는 정의, 공동체에서 관용이 지니는 의미에 더해 한 가지 더 배울 게 있습니다. 우리가 방심하면 언제든 악은 다시 고개를 쳐든다는, 그래서 늘 경계의 마음을 내려놓으면 안된다는 교훈이 담긴 마지막 반전은 직접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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