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에 간 아빠와 아들, 치과에 등장한 아빠와 아들. 어딘가 다른 듯 너무나 똑같은 부자의 모습에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어요. ‘누가 아빠 아들 아니랄까 봐…’란 말이 저절로 나오고 말아요.

“으르렁 이발소”에는 텁수룩한 머리를 자르기 싫어하는 아빠와 아들이 나와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머리를 자르기 싫어하는 건 아빠도 아들도 똑같아요.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요. “치과 가는 길”에 등장하는 아빠와 아들은 어딘가 역할이 좀 바뀐 것 같아요. 아빠 같은 아들, 아들 같은 아빠. 이유가 궁금하지 않나요?

붕어빵 부자의 모습을 보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다르지만 똑같은 두 사람에게서 행복이 뚝뚝 묻어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도 어느새 하하 호호 킬킬 쿡쿡 함께 웃게 됩니다.


으르렁 이발소

으르렁 이발소

(원제 : Lion Needs a Haircut)
글/그림 염혜원 | 창비
(발행 : 2020/07/31)

으르렁 이발소

텁수룩한 아들 머리를 보면서 이발 좀 해야겠다고 아빠가 말하자, 괜찮다는 아들. 그렇게 말하는 아빠도 이발이 필요해 보이는데… 아빠 눈엔 아들의 지저분한 갈기만 보이나 봅니다.

아니야, 이발해야겠어.
이발사 아저씨가 예쁘게 다듬어 주실 거야.
가위로 귀를 자를 일은 없다고! 걱정 마.

걱정 안 해요.
그냥 자르기 싫어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싫다’는 아들을 설득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아빠는 끊임없이 아들을 설득합니다. 걱정 말라 타이르기도 하고 머리 빗어 주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그만 못 견디고 윽박을 지르기도 하면서요. 아들은 이발하기 싫다고 으르렁, 아빠는 이발해야 한다고 으르렁!

으르렁 이발소

결국 둘은 이발소로 향했어요. 잔뜩 풀 죽은 얼굴로 이발소로 가던 아들은 아빠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고 속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빠는 아들이 자신이 어렸을 때처럼 가위, 면도기가 싫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고백해요. 아, 훈훈하구나~ 싶었지만, 둘은 이발소까지 가는 길 내내 서로 머리를 잘라야 한다며 타이르고 놀리고 겁주고 으르렁 으르렁을 되풀이해요. 이발소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멉니다. 가깝지만 먼 부자 사이처럼요. 아빠와 아들, 과연 오늘 안에 머리를 자를 수 있을까요?

머리를 자르러 가야겠다는 아빠와 싫다는 아들의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요. 아빠와 아들이 함께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서로 역할 바꾸어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읽어보면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소하고 재미있는 반전은 이 둘이 찾아간 이발소 이름이 그림책 제목인 “으르렁 이발소”가 아니라는 점, 이발소 간판명은 그림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실감 나는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에 즐겁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으르렁 이발소”입니다.


치고 가는 길

치과 가는 길

글/그림 남섬 | 향출판사
(발행 : 2020/11/30)

혼자 씩씩하게 계단을 오르는 아이가 보입니다. 동물 병원 지나 2층 만화 카페, 3층 짜장면집 지날 무렵엔 저절로 군침이 꼴깍! 계단을 오르는 아이 뒤쪽으로 ‘귀엽다!’, ‘나도 보고 싶다!’, ‘먹고 싶다’는 말이 뒤따르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는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계단을 올라 건물 꼭대기 층에 이르러서는 창문 너머로 쏘옥 머리를 내밀고는 이렇게 외칩니다.

치과 가는 길

아빠 어서 와!

아, 앞서가는 아이 뒤에 아빠가 따라오고 있었어요. 줄곧 아이 뒤를 따라오던 말은 아빠가 했던 말. 올라가기 싫다고 칭얼대는 아빠, 씩씩하게 앞장서 걷는 아이. 어째 아빠와 아들이 뒤바뀐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꼭대기 층에 위치한 치과입니다. 씩씩하게 인사하며 치과로 들어가는 아들과 달리 뒤따르는 아빠 표정은 너무나 어두워요. 왜일까 궁금했는데, 앗 또 한 번의 반전이!치과 가는 길오늘 진료를 볼 사람은 아빠였어요. ‘아빠 힘내!’하는 아이 뒷모습에서 아빠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 눈길을 사로잡는 건 시퍼렇게 질린 채 대기 중인 어른들 모습, 어느 날의 치과에서 내 모습입니다. 😱

온 우주에 그 고통이 전해질 만큼 커다란 ‘악!’소리가 난 후 아빠의 썩은 이가 뽑혔어요. 아빠를 걱정하며 ‘많이 아프냐’고 묻는 아들에게 아빠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씩씩하게(?) 하나도 안 아프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말해줍니다.

앓던 이가 빠졌으니 가슴이 후련합니다. 이제 내려가는 길은 신나는 일만 남았어요. 맛있게 짜장면을 먹고 만화 카페에서 실컷 웃다 동물 병원에서 멍멍이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린 같이 새 이가 생길 거예요!

아들 이는 언제 뽑았더라? 면지에 보면 집에서 이를 흔들다 아들 혼자 쏙 뽑는 장면이 나와요. 다음에도 같이 오자는 아들의 약속에 아빠는 그 자리에서 얼음!  그런데 아들 이는 새로 나오겠지만 아빠 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똑닮은 이빨 빠진 부자의 남은 이야기는 그림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행복이 뚝뚝 묻어나 저절로 웃게 될 거예요. 아빠를 상징하는 곱디고운 핑크색은 아들 사랑에 물든 아빠의 마음입니다.

굽이굽이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끝없는 계단은 치과를 찾는 이의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그림책 곳곳에 볼거리가 아주 많으니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보세요.

꼭닮은 아빠와 아들의 각기 다른 발걸음을 재미있게 그린 그림책 “치과 가는 길”, 씩씩한 아들의 응원에 마음 든든해집니다. 작은 위로에 뭉클해지고 흐뭇해집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