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을 잊지 못하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그리움 가득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 “할머니네 집”은 그리움이고 눈물입니다. 봄날의 벚꽃처럼 떠난 할머니, 할머니가 잊지 못하던 할머니네 집에 찾아가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나의 할망”에서는 제주의 겨울바람, 푸른 바다, 애틋한 추억을 만날 수 있어요. 쇠약해진 할머니를 싣고 휠체어를 끌며 바다를 달리는 아이, 우리도 함께 그 기억을 달려갑니다. ‘영원히’라는 짧은 단어 속에 담긴 아득히 긴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담긴 그림책 “할머니네 집”, “나의 할망”.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두 권의 그림책이 전하는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느껴보세요.


할머니네 집

할머니네 집

글/그림 지은 | 이야기꽃
(발행 : 2021/01/07)

할머니, 효자동 집 어땠는지 기억나요?

손녀의 질문에 할머니가 슥슥 그려주신 집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세모 지붕집 옆 커다란 주목나무는 이 집이 우리 집이라는 걸 증명하는 중요한 표식이에요. 기억은 희미해져 가도 옛집 주소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할머니, “할머니네 집”은 작가가 생전의 할머니를 기억하며 그려낸 가슴 뭉클한 그림책입니다.

할머니네 집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끌며 우리 집에 오셨던 19년 전 할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래 살던 집을 떠나 자식들이 있는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복지관에 갈 때에도, 집에 있을 때도 자꾸만 효자동 옛집에 가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할머니에게 효자동 집은 지난 시간의 기억과 삶의 정서가 연결된 소중한 공간이며 꼭 돌아가야 할 진짜 집입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쇠락해 가고 기억마저 희미해져 가지만 할머니는 그곳에 심었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조차 내려놓지 못하고 늘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집에 간다아, 주인이 어디로 갔나 찾겠어. 이제 좀 가 봐야지…

서울로 공부하러 간다는 손녀의 말에 ‘가다가 재미없으면 돌아오너라’ 다정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 할머니에게 집은 그런 곳입니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 개념을 뛰어넘어 태어나 처음 가족을 만나는 곳이며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 언제라도 찾아가 고단한 몸 누이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 같은…

할머니네 집

짧은 파마머리, 지팡이, 철마다 바꿔 쓰는 색색깔 모자, 머플러, 꽃무늬 옷, 빨간 가방… 할머니가 떠나간 후 우린 무엇으로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할머니가 남겨놓은 물건들이 할머니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할머니만 사라진 공간 곳곳을 따라가 봅니다. 할머니가 끝끝내 잊지 못하던 효자동 집도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하얀 여백 위에 아련한 느낌으로 그린 그림은 못다 전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삶을 기대어 왔던 어른들을 하나 둘 잃는다는 것, 삶이 저물어 간다는 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억으로만 남고 만다는 것이겠지요.


나의 할망

나의 할망

글/그림 정은진 | 반달
(발행 : 2020/11/25)

금빛 줄기 위로 하얀 솜털 같은 꽃망울 이리저리 흩날리는 억새풀밭. 그 너머 갈색빛 가득한 둥근 오름 사이 굽이굽이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달리는 이가 있으니 바다를 보려고 길을 나선 할머니와 손녀입니다.

억새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제주의 늦가을 들판, 거기 어느 작은 집에 할머니가 누워있어요. 마음은 창 너머 너른 들판 그 너머 푸른 바다에 닿아있지만 지금 할머니가 볼 수 있는 건 작은 사각 창틀 너머 옆집 지붕뿐입니다. 평생 물질하며 살았던 할머니의 소원은 바다에 한번 가보는 것, 쓸쓸하게 돌아누운 할머니 등 뒤로 푸른 바다가 펼쳐집니다.

나의 할망

나는 낡은 휠체어를 꺼내고 침대에서 할망을 훔쳐요.
우리는 바다로 갈 거예요.

수수하고 소박하고 단정한 제주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정겨운 돌담길 지나 은빛 억새풀 빛나는 오름길 건너 푸른 바다로 향합니다. 단단하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칩니다. 사람 없는 텅 빈 겨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세차게 느껴집니다. 그 바다를 할머니와 나란히 바라봅니다.

나의 할망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기분이 어때?’ 하고 다정하게 묻는 손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할머니 기분이 지금 어떤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시간들. 그 시간 속에 새겨진 수많은 기억들. 바람 불던 겨울 어느 날 할머니와의 아련한 추억 한 자락 파도에 묻어놓습니다.

바람, 파도, 바다는 할머니의 가족이고 고향입니다. 바람, 파도, 바다는 손녀에게 찰랑찰랑 그리움 가득한 할머니입니다. 할머니에게 보내는 그리움이 편지가 된 “나의 할망”, 제주의 깊고 묵직한 겨울 향기가 배어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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