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축구만큼 관중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없죠. 대한민국 서울에서 치러진 2002 월드컵, 온국민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해  6월의 뜨거운 열기는 축구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도 생생하게 기억할 겁니다.

지난 봄 축구를 소재로 한 그림책 두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하나는 테이블 축구 게임기에 매달려 있는 인형들을 소재로 사회의 억압을 벗어 던지려는 여성들의 힘겨운 도전을 담아낸 “슛!”, 또 하나는 여덟 명이 한 팀이 되어 하는 유소년 축구 경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그림책 “뻥! 나도 축구왕”입니다.


슛!

슛!

글/그림 나혜 | 창비
(발행 : 2021/04/12)

“슛!”“달리기”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나혜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두 그림책 모두 다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달려!’라고 외치게 됩니다. 이제 겨우 두 권뿐인 작가지만 그림책의 화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서 내심 ‘달려!’ 시리즈로 두세 권 더 내놓아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나혜 작가의 ‘달리기 5부작’ 한 번 기대해 볼까요? 🏃‍♀️

책을 펼치면 테이블 축구 게임기가 놓여 있습니다. 한 장 넘기면 철봉에 매달린 빨강 축구 인형들과 파랑 축구 인형들이 축구공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누군가 축구 인형들을 조종하기 시작합니다. 공과 수가 치열한 손놀림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경기는 점점 더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슛!

정작 철봉에 고정된 채 매달린 축구 인형들의 표정은 시큰둥한게 플레이어들의 조작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러다 수비의 빈틈을 발견한 빨강 축구 인형 하나가 답답한 플레이어가 머뭇거리는 사이 철봉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날렵하게 볼터치 후 골문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힘차게 슛~~~!

슛!

멋진 골과 그 뒤로 이어지는 가슴 벅찬 세리머니. 하지만 곧 플레이어의 손에 잡힌 인형은 다시 철봉에 고정되고 맙니다. 이제 다시 지루한 플레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금 전 빨강 축구 인형의 힘찬 슛을 지켜 본 다른 인형들의 눈빛이 전에 없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슛!

플레이어들이 공부하러 가느라 자리를 비우기가 무섭게 축구 인형들이 하나 둘 철봉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축구 인형들이 제대로 한 판 붙었습니다. 현란한 발재간과 호흡이 딱딱 들어맞는 절묘한 티키타카.

인형들 하나 하나의 표정들 한 번 보세요. 여전히 철봉에 매달린 채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없이 정해진 곳만을 바라보고 있는 인형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슛!

힘차게 달리는 인형들.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걸까요? 골대? 자유? 꿈과 희망?

어떤 인형은 그냥 그 자리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어떤 인형은 과감히 떨쳐버리고 자신의 두 발로 땅을 딛고 섰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달리다 지쳐 쓰러지고 포기하는 인형도 있을 겁니다. 또 게임기의 끝까지 달려간 후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고 멈춰서는 인형도 있겠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게임기 밖 세상을 향해 울타리를 뛰어넘는 인형도 있겠구요. 철봉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각자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어디까지 달려갈 것인지, 어디쯤에서 멈출 것인지도 역시 각자의 선택입니다.

중요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다운 나만의 선택을 할 것, 뒤돌아보거나 후회하지 말 것, 내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것.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말 것!

골이 아니면 뭐 어때? 걱정하지 말고 힘차게 달려! 그리고 힘껏 슛! 나만의 슛, 우리들만의 슛을 날리자고 말하는 그림책 “슛!”입니다.


뻥! 나도 축구왕

뻥! 나도 축구왕

글/그림 허아성 | 비룡소
(발행 : 2021/03/19)

“뻥! 나도 축구왕”은 축구 교실 오리엔테이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의 그림책입니다. 앞쪽 면지에서는 어린이 8인제 축구의 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재미있는 만화 형식으로 보여주고, 뒤쪽 면지에서는 축구와 8인제 축구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의 수호자 전설의 FC ‘청룡’팀과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정 축구!!! 열정 FC ‘불꽃’팀의 한 판 승부를 통해 작가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한 번 부딪혀 봐! 내 힘만으로 안 될 땐 친구에게 패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마! 세 가지입니다.

뻥! 나도 축구왕

축구의 묘미는 바로 철벽 수비를 뚫고 상대방의 골문을 가르는 것. 개인기를 열심히 연마하고 단체 훈련을 통해 팀원들과의 호흡도 완벽하게 맞추고 나면 이제 그라운드 위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그때 꼭 필요한 게 바로 상대 팀. 그래서 축구가 진짜 재미있는 건 바로 상대편과 마주치는 거래요.

뻥! 나도 축구왕

물론 종종 버거운 상대를 만날 거야.
뭐 어때?
한번 부딪쳐 보는 거지.

축구 경기 중계를 보고 있자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또 하나 있죠. 바로 공은 둥글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무리 우리가 더 약체라고 말해도 한 판 승부를 가려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 쏟아부은 우리들의 땀과 열정입니다. 지레 주눅들지 말고 일단 한 번 부딪혀 보자구요!

뻥! 나도 축구왕

공을 몰고 상대편 진영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수비수들이 한 명 두 명 달라붙습니다. 나 혼자 끝까지 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기 전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우리 편에게 패스해주고 그 친구가 힘겨워 할 때 내가 다시 받아줄 수 있도록 함께 달려주면 됩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뻥! 나도 축구왕

마침내 힘 찬 슛! 모든 슈팅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슈팅이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대신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의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괜찮아, 잘했어!
다들 잘했어!

그리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팀원들과의 협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그림책 “뻥! 나도 축구왕”입니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의 패스입니다. 누구든 패스를 받아 멋지게 마무리해 주세요. 그것이 어떤 결과이든 저는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패스라며 누구든 멋지게 마무리해 달라는 작가의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 작가에게 저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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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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