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의 사전적 정의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마음, 다른 사람과의 약속 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마음이 바로 책임감입니다.

오늘은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책임감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 네 권 소개합니다. “화분을 키워 주세요”, “포기가 너무 빠른 나비”, “끝까지 제대로”, “3 2 1”. 재미있게 읽고 아이들과 함게 책임감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 나눠 보세요.


화분을 키워 주세요

화분을 키워 주세요

(원제 : The Plant Sitter)
유진 자이언 | 그림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 옮김 공경희 | 웅진주니어
(발행 : 2001/08/30)

※ 1959년 초판 출간

‘The Plant Sitter’라는 원서 제목이 너무 귀여워서 웃었습니다.

싱그러운 화분들 속에 파묻혀 아이가 푹 빠져서 보고 있는 책은 ‘무럭무럭 화분 가꾸기’입니다. 그 곁에 웅크리고 앉은 어딘가 낯익은 강아지는? 씻기 싫어하는 강아지 “개구쟁이 해리”에 등장했던 그 강아지를 꼭 닮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개구쟁이 해리”시리즈를 쓴 두 작가가 함께 만든 그림책이에요.

여름휴가를 떠난 이웃들의 화분을 맡아 돌봐 주는 아르바이트 덕분에 토미네 집은 이웃들이 맡긴 화분으로 가득 찼어요. 여름휴가를 안 가는 대신 토미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다고 했지만 막상 집안이 화분으로 가득 차게 되자 아빠는 이런 상황이 몹시 못마땅합니다.

화분을 키워 주세요

토미가 화분을 너무 잘 돌봐준 덕분에 일주일 만에 집안이 정글처럼 변했어요. 너무 무성해진 화초 때문에 집이 무너지는 꿈을 꾼 토미는 도서관에 달려가 무성해진 화분 관리하는 법에 관한 책을 빌려왔어요. 가지치기까지 하며 더욱 꼼꼼하게 화분을 관리했지요.

휴가를 끝내고 화분을 찾으러 온 이웃들은 모두들 토미에게 고마워하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토미 덕분에 온 동네가 행복해졌습니다.

“화분을 키워 주세요”는 토미의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이 가족과 이웃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입니다.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은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단순한 색상을 사용해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 행복하게 일하는 토미를 그리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화초 하나 책임감 갖고 키워보세요. 사랑으로 키우면 화초도 표현해요. 물을 주면 흙에서 나는 뽀글뽀글 소리가 ‘아 시원해~’하는 것 같고 이파리를 닦아주면 살랑살랑 흔들면서 고맙다고 춤을 추는 것처럼 보여요. 제가 볼 땐 분명 그렇게 보인답니다. ^^


포기가 너무 빠른 나비

포기가 너무 빠른 나비

(원제 : The Little Butterfly That Could)
글/그림 로스 뷰랙 | 옮김 김세실 | 위즈덤하우스
(발행 : 2021/03/20)

가만히 기다리는 건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 급한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참을성 없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촐랑대고 산만하고 말 많고 참을성 없던 애벌레는 이제 “포기가 너무 빠른 나비”가 되었지요.

포기가 너무 빠른 나비

몰려온 구름 때문에 함께 꽃밭을 찾아가던 친구들을 놓친 나비가 고래를 만나 친구들의 행방을 물어보았어요. 고래는 친구들이 지나간 길을 알려주었지만 나비는 거기까지 너무 멀다는 생각에 바로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고래가 나비를 어르며 용기를 북돋어 주었지만 나비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포기하려고 했어요.

나비야, 누구나 무섭고 두려워!
너도? 넌 바다에서 제일 크잖아.
하지만 바다는 나보다 훨씬 더 큰걸!
나도 이따금 겁나고 떨려.
나비가 배 속을 막 날아다니는 느낌이랄까?

그럴 때 있죠. 너무 긴장해 나비가 배 속을 막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 때.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안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포기가 너무 빠른 나비

포기가 빠른 나비지만 좋은 친구의 조언 덕분에 용기를 낸 나비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장장 320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를 날아갔어요. 친구들은 그 먼 거리를 포기하지 않고 날아온 나비를 보고 대단하다 칭찬했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이제 여기에서 꼼짝하지 않고 겨울나기를 해야 하거든요.

가만히 기다리는 건 정말 참지 못하는 나비, 과연 나비를 포기하지 않고 겨울나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고래도 없는 이곳에서.

커다란 난관 앞에서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책임감에서 나옵니다. 실패가 두렵고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아도 용기 내어 그 일을 해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요. 개성 강한 나비와 듬직한 고래의 대화로 인내심과 책임감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 “포기가 빠른 나비”, 나 자신을 믿으면 못 할 일이 없더라고 친구들 앞에서 귀엽게 허세를 떠는 나비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요. 나 자신을 믿어 보세요. 절대 못 할 일은 없어요. 아직 안 했을 뿐이죠.


끝까지 제대로

끝까지 제대로

(원제 : Fino In Fondo)
다비드 칼리 | 그림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 옮김 엄혜숙 | 나무말미
(발행 : 2021/04/13)

여러분은 무슨 일이든 끝까지 잘 해내는 편인가요? 아니면 금방 무언가에 불타올랐다 금방 지쳐 포기하는 편인가요? 그림책에 나오는 카스파는 두 번째 경우에요. 무언가를 시작하는 건 좋아하는데 제대로 마무리를 한 적이 없어요. 시작만 있을 뿐 무엇이든 끝까지 해낸 적이 없지요.

끝까지 제대로

태권도, 승마, 테니스, 각종 악기뿐 아니라 퍼즐이나 책, 스티커 모으기 같은 것까지, 금방 좋았다 금방 식어 버리는 아이가 카스파예요. 하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많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막상 시작하면 처음에서 더 나가지는 못하는 아이. 호기심은 넘치는 데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끈기는 부족해 여기저기 카스파가 벌려 놓은 일들만 산더미입니다. 보다 못한 엄마가 물어보았어요.

“카스파, 지금까지 무얼 마무리한 적이 있니?
끝까지 제대로 한 적이 있니?”

엄마가 묻자 카스파는 슬쩍 자리를 떠버렸어요. 한숨을 쉬며 탁자를 치우던 엄마는 깜짝 놀라 펄쩍 뛰었어요. 카스파가 끝까지 제대로 해 낸 것을 엄마가 처음 봤거든요. 카스파가 처음으로 끝까지 해낸 것 무엇이었을까요? 그림책으로 확인해 보세요. (면지에 힌트가 있으니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 한 번 추측해 보세요.)

이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나요. 무언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해 낸 것은 아니지만 이 작은 것을 해낸 것을 시작으로 엄마도 카스파도 서로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일을 벌이기보다는 작고 사소한 것부터 한 번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맡은 일을 끝까지 다 해냈을 때만 맛볼 수 있는 성취감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으니까요. 아주 사소한 것도 좋아요. 매일 음악 한 곡 끝까지 듣기, 한 줄 일기 쓰기, 하루 다섯 페이지씩 책 읽기, 하루에 한 곳씩만 정해서 방 정리하기… 이렇게 작고 소소한 것을 매일같이 해내는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며 다른 일에 도전을 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나씩 도전하다 보면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도 발견할 수 있게 될 거구요.


3 2 1

3 2 1

(원제 : 3 2 1)
글/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옮김 손화수 | 책빛
(발행 : 2020/05/30)

장난감 가게에서 본 토끼 인형이 갖고 싶어 안나는 휴가를 떠난 동네 사람들의 빈집에 남겨둔 반려동물들을 돌봐 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치며 일을 시작했지만 일주일 내내 빈 집에 가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할머니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죠. 아르바이트는 안나의 일이었으니까요.

3 2 1

결국 빈집 돌보기는 엉망이 되어 버리고 돈을 물어주고 나니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말았어요. 그토록 갖고 싶었던 토끼 인형도 갖지 못하고 열심히 일한 대가도 받지 못했으니… 안나의 처지가 딱하게 되었습니다. 안나의 여름은 이렇게 씁쓸하게 끝나는 걸까요?

좌충우돌 안나의 여름 방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은 “3 2 1”, 안나는 일주일 간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책임감을 배웠겠지요. 일주일이란 시간이 때론 얼마나 긴 시간인지도 알았을 거구요. 평생 간직할 추억도 하나도 건졌을 거예요. 안나 곁에서 책임감을 가르쳐준 멋진 할머니, 친절을 베푼 이웃들. 행복이 모락모락 피어는 그림책입니다.

“3 2 1” 리뷰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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