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이 더 현명한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평생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꽉찬이 텅빈이”, “직선과 곡선”, 두 권의 그림책은 명료하게 대비되는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삶의 문제와 우리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 그림책입니다.

꽉찬이와 텅빈이의 장점과 장점은 무엇일까요? 세상에 직선만 있다면, 또 곡선만 있다면 어떨까요? 모양도 성격도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를 통해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두 권의 그림책을 보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 보세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함께 힘을 합치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꽉찬이 텅빈이

꽉찬이 텅빈이

(원제 : Pieno Vuoto)
크리스티나 벨레모 | 그림 리우나 비라르디 | 옮김 엄혜숙 | 이마주
(발행 : 2021/03/05)

흰 배경에 검은색으로 그린 이가 꽉찬이,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으로 그린 이가 텅빈이입니다. 꽉꽉 찬 꽉찬이, 텅텅 빈 텅빈이. 생김도 성격도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요?

꽉찬이 텅빈이

어느 한곳도 빈 곳이 없는 모든 걸 가져서 절대 외롭지 않은 꽉찬이, 잃을 게 아무것도 없어 언제나 자유로운 텅빈이. 그렇게 서로에게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던 둘은 이내 상대방이 궁금해졌어요. 꽉 찬 게 어떤 건지, 텅 빈 게 무엇인지.

텅빈이가 꽉찬이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들어갈 틈이 없었어요. 반대로 꽉찬이가 텅빈이 안으로 들어가면 텅빈이는 사라지고 말았지요. 딜레마에 빠진 둘은 잠시 고민하다 작은 조각을 나누어 갖기로 마음먹습니다. 텅빈이가 떼어준 작은 조각을 받아들이는 동안 꽉찬이는 조금 아팠지만 꾹 참았어요.

꽉찬이 텅빈이

머릿속으로 텅빈이 조각이 들어오자 꽉찬이는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어 홀가분해졌어요. 텅빈이 역시 아픔을 참고 꽉찬이의 조각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요.

서로의 조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된 꽉찬이와 텅빈이, 둘은 나눠가진 조각을 잘 돌보아 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어요.

글을 쓴 크리스티나 벨레모는 전쟁과 평화, 천국과 지옥, 행복과 불행, 남자와 여자 등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세상에서 자라면서 양면적인 두 존재는 정말 완전한 반대일까 궁금해졌다고 해요. 이 책은 그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흑백의 색상, 단순 명료하게 그린 그림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꽉찬이 텅빈이”, 양면적인 두 존재는 뗄 수 없는 하나입니다. 내 안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구요.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상 이치 역시 마찬가지겠죠.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이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꽉찬이와 텅빈이의 모습은 그런 삶의 모든 요소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직선과 곡선

직선과 곡선

(원제 : Line and Scribble)
데보라 보그릭 | 그림 피아 발렌티니 | 옮김 송다인 | 브와포레
(발행 : 2021/05/24)

직선과 곡선을 활용한 그림책 제목과 표지 그림이 눈에 쏘옥 들어옵니다. “직선과 곡선”은 두 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직선과 곡선

기찻길처럼 곧게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직선, 나비처럼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곡선, 생김도 느낌도 완전히 다른 둘은 서로에게 자신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직선이 거침없이 땅굴을 파면
곡선은 롤러코스터처럼 신나게 구부러져요.

단순하게 생긴 직선과 곡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계속해서 확장되며 이야기를 넓혀갑니다. 곧고 가지런한 직선은 자신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를 뽐냈고, 곡선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자신이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인지 보여주었어요.

직선이 가로등을 잇는 팽팽한 전선이라면 곡선은 펑펑 터지는 불꽃, 직선이 막대 과자라면 곡선은 솜사탕… 이렇게 서로를 향해 한껏 자신을 뽐내던 두 선은 결국 싸우기 시작하는데…

직선과 곡선

직선이 뿌리는 비, 곡선이 만들어내는 번개, 더 많은 비 그리고 회오리바람. 화면 안에서 두 존재가 격렬한 대결을 펼쳐댑니다. 평화로웠던 하얀 바탕은 점점 더 거세지는 두 선의 대결 속에서 시커멓게 변해가지요.

한바탕 싸움이 끝나고 세상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고요한 바다 위에 곧게 뻗은 수평선을 만들어낸 직선, 그리고 그 끝에서 너울대는 아름다운 파도를 만들어낸 곡선, 직선과 곡선이 함께 있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빨간색과 까만색, 직선과 곡선만을 사용해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그림책 “직선과 곡선”, 경쟁과 대립을 통한 발전, 조화와 화합을 통한 상생. 세상이 아름다운 건 이 모든 것이 함께 잘 어우러질 때가 아닐까요? 서로 다르다는 건 옳고 그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 공존, 조화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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